"국내 돌아올 이유 없다"…해외로 쏠리는 코인 투자자들
입력 2026.08.18 09:01
수정 2026.08.18 09:06
파생상품·예측시장 넘어 일상 소비로 확산
트래블룰·과세 맞물려 거래 이력 증빙 부담
국내 가상자산 시장을 떠난 투자자 자금이 해외에서 투자와 소비로 이어지는 가운데 복잡한 확인·과세 절차로 국내 환류마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서 빠져나간 투자자 자금이 해외에서 파생상품과 예측시장에 투자된 뒤 카드 결제에까지 쓰이고 있다.
해외에서 투자부터 소비까지 가능해지면서 자금을 국내로 다시 가져올 유인은 줄어든 반면, 되가져올 때는 자금 출처와 거래 내역을 증명해야 하는 부담이 커지고 있다.
18일 웹3 전문 리서치 기업 타이거리서치에 따르면 국내 거래소에서 해외 거래소로 이동한 가상자산은 2021년부터 올해까지 약 700조원으로 추정됐다.
지난해에만 약 168조원이 해외로 빠져나갔으며 올해 유출 규모는 약 77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국내 거래소의 투자 열기가 식고 있다는 신호도 감지된다.
체인데이터 분석업체 크립토퀀트에 따르면 관련 지표가 제공되기 시작한 2020년 7월 이후 국내 가격이 해외보다 낮은 역김치프리미엄이 김치프리미엄보다 오래 지속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국내 증시로 투자자의 관심이 옮겨간 데다 현물 거래에 치우친 시장 구조로 가상자산 투자금도 해외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가상자산 투자자 A씨는 “국내 거래소에서는 사실상 현물 거래 외에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아 시장이 횡보하면 거래할 이유가 줄어든다”며 “해외에서는 하락장에도 선물이나 다양한 상품을 활용할 수 있어 국내 시장의 매력이 예전보다 떨어진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해외로 나간 자금은 거래소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개인지갑을 거쳐 탈중앙화 거래소와 예측시장 등 다양한 온체인 서비스로 이동했다.
2024년 1월부터 지난달까지 국내 투자자로 식별된 지갑이 하이퍼리퀴드와 라이터 등 탈중앙화 거래소 3곳에 입금한 금액은 누적 2조4000억원에 달했다.
지난달 하이퍼리퀴드를 이용한 국내 투자자 추정 지갑 약 1200개의 명목 거래대금은 7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곳에서는 가상자산뿐 아니라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 국내 주식을 기초로 한 무기한선물도 거래됐다.
예측시장으로도 자금이 흘러갔다.
같은 기간 예측시장 폴리마켓을 이용한 국내 투자자 추정 지갑은 약 3700개, 누적 거래대금은 약 6360억원으로 나타났다.
탄핵과 대통령 선거 당시 한국 정치에 집중됐던 거래는 이후 국제 정세와 스포츠, 날씨 등으로 확산됐다.
해외로 나간 가상자산은 크립토카드를 통해 실생활에도 활용됐다.
크립토카드는 가상자산을 기존 카드 결제망과 연결해 온라인과 오프라인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지난달 말 기준 레드닷페이와 카스트, 이더파이 등 주요 크립토카드 애플리케이션의 국내 누적 다운로드는 약 3만8000건으로 추정됐다.
이 가운데 레드닷페이와 이더파이에서는 국내 이용자로 추정되는 지갑 약 1000개가 확인됐으며 카드 충전액도 올해 들어 증가했다.
실제 타이거리서치가 추적한 한 국내 투자자 추정 지갑은 하이퍼리퀴드와 폴리마켓에서 거래한 뒤 일부 자금을 이더파이 카드 결제에 사용했다.
이처럼 해외에서 투자부터 소비까지 가능해지면서 자금을 국내 거래소로 되가져올 유인은 약해지고 있다.
반면 국내로 다시 들여오는 과정에서 거쳐야 할 절차는 복잡해지고 있다.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에 따라 트래블룰 적용 범위가 소액 거래까지 확대되고, 해외 거래소와 개인지갑 간 자금 이동에도 거래 상대방의 위험도에 따른 관리 기준이 적용된다.
자금세탁을 막기 위해 필요한 조치지만 여러 해외 거래소와 개인지갑, 온체인 서비스를 거친 자금은 출처와 소유 관계를 확인하는 데 더 많은 절차가 필요할 수 있다.
여기에 내년 가상자산 과세가 시행되면 취득가액과 과거 거래 이력도 정리해야 한다.
해외 거래소와 온체인 서비스를 수차례 오간 거래는 손익 계산이 복잡한 데다, 증빙 기준이 명확하지 않으면 투자자가 거래 내역을 직접 입증해야 하는 부담도 커진다.
결국 해외에서는 자금을 투자와 소비에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지만 국내로 돌아올 유인은 줄고, 돌아오는 절차마저 복잡해지는 셈이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국내 규제 체계가 현물 거래 중심에 머물면서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내놓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해외의 선택지는 늘고 내년 과세까지 앞둔 만큼 투자자들이 국내 시장을 선택할 유인은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