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로키로 대응 중”…이란에 공습 대신 경제 압박 시사
입력 2026.08.10 07:34
수정 2026.08.10 07:39
WSJ “이란과 핵 합의 없어도 해협 개방되면 승리 선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미 뉴저지주의 트럼프 내셔널 베드민스터에서 열린 LIV 골프 뉴욕 대회 최종 라운드가 끝난 뒤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추가 요구로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협상이 난항을 겪는 상황에서도 새로운 군사작전보다는 경제적 압박과 협상에 무게를 두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통화를 통해 대(對)이란전쟁과 관련해 “우리는 로키(low-key·낮은 자세)로 대응하고 있다”며 “극심한 인플레이션(물가상승)에 시달리고 돈이 없는 이란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군의 대이란 해상 봉쇄 덕분에 이란이 군인에게 월급조차 줄 수 없을 만큼 경제적으로 “최악의 상태”에 놓여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란이 미국을 향해 새로운 요구 조건을 제시하면서 협상 타결 여부가 다시 불투명해졌지만, 이전과는 달리 격분하거나 좌절감을 표하지 않았다. 현재 상황에 대해 “항상 그랬듯이 체스 게임과 같다”며 “결국은 잘 풀릴 것”이라고 말했다. 악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은 새로운 군사적 위협을 언급하는 대신 이란에 대한 경제적 압박을 강화할 준비가 돼 있음을 시사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불과 1주일 전만 하더라도 이란의 에너지 기반시설을 겨냥해 대대적인 폭격을 가하겠다고 위협했다. 그러나 중동 국가의 요청을 받았다면서 돌연 공격을 취소한 후 신속한 합의를 촉구한 바 있다. 이후 미 언론들은 미군의 요격 미사일과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 재고 부족이 위험 수위에 다다랐다는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이란은 딜레마에 빠진 미국의 상황을 이용하려는 듯 계속해서 요구 조건을 올리고 있다. 전날 이란 최고 국가안보회의(SNSC)의 모하마드 바게르 졸가드르 사무총장은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위한 조건으로 미국의 대(對)이란 해상 봉쇄 해제, 이란 주변 지역에서의 병력 철수, 전쟁피해 배상 등 6개 요구 사항을 담은 성명을 내놨다.
이런 요구사항은 지난 6월 체결됐다가 무산된 종전 양해각서(MOU)와 유사하지만, 당시엔 핵 프로그램 관련 문제까지 포함한 포괄적 협상의 조건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같은 요구를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이란 단일 의제의 전제 조건으로 내밀었다. 미국에 더 큰 양보를 압박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이란의 강경한 추가 요구에도 일단 협상의 여지를 열어둔 채 당분간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테헤란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재국들이 협상의 토대를 마련하고자 노력 중이라면서도 “미국이 양해각서 위반 행위를 멈추고 위반 사항에 대해 배상할 때까지는 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이 없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트럼프가 핵이 없는 ‘승전 선언’을 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몇 주 동안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히 재개방할 경우 전쟁 승리를 선언하는 사전 작업을 해왔다“며 ”고위 참모에게 ‘핵 협상이 타결되지 않더라도 철수할 의향이 있다’는 의견을 비공개로 제시했다“고 전했다. 중간선거를 3개월 앞두고 국제유가 등이 전쟁 발발 이전보다 훨씬 더 높은 상황에서 미국인에게 전쟁에서 ‘승리’했다는 것을 알릴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