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경찰관, '순환인사·감찰인력 확대' 쇄신안 반발하며 삭발 투쟁…"잠재적 범죄자 취급"
입력 2026.08.03 16:43
수정 2026.08.03 16:44
폭염 속 100명 넘는 일선 경찰관, 경찰직협 투쟁위 출정식 참석
민관기 위원장 등 14명, 삭발식 참여…항의서한, 경찰청장 직무대행에 전달
"장윤기 사건, 특정 지역 장기 근무서 비롯된 구조적 문제 아냐"
민관기 전국경찰직장협의회 위원장(사진 가운데) 등 일선 경찰관들이 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열린 '강제 순환인사 반대 등 경찰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공동투쟁위원회' 출정식에 참석해 삭발식에 참여한 후 구호를 외치고 있다. ⓒ데일리안 진현우 기자
경찰청이 이른바 '장윤기 사건'을 계기로 순환 인사제 확대와 감찰 인력 강화를 검토하는 것을 놓고 일선 경찰관의 반발이 격화되고 있다. 경찰청의 쇄신안에 반대하고 있는 경찰관들은 3일 오후 경찰청 앞에서 삭발식을 개최하는 등 투쟁 수위를 점차 높이고 있다.
경찰관 노조 대안 격인 전국경찰직장협의회(경찰직협)는 이날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강제 순환인사 반대 등 경찰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공동투쟁위원회'(투쟁위) 출정식을 개최했다.
이날 출정식에는 폭염경보가 내려질 정도로 뜨겁고 습한 무더위 속 전국에서 100명이 넘는 경찰관이 참석했다.
이들은 '기만적인 감찰 증원 강제 순환 인사 결사 반대'라고 적힌 손팻말과 '강제순환 인사반대'라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경찰청의 순환 인사제 확대 등 장윤기 사건 이후 발표된 경찰청의 쇄신안을 규탄했다.
경찰청은 '장윤기 사건'을 둘러싼 부실 수사 및 유착 논란을 계기로 확대 추진하는 순환인사제를 내년 상반기 도입할 계획이다. 기존 총경·경정 중심의 순환 인사제를 정확하게 어느 계급까지 확대 적용할 것인지는 확정되지 않았으나 경감급까지 확대하는 방안이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경찰청은 감찰 정원을 증원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민관기 전국경찰직장협의회 위원장(사진 가운데) 등 일선 경찰관들이 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열린 '강제 순환인사 반대 등 경찰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공동투쟁위원회' 출정식에 참석해 삭발식에 참여하고 있다. ⓒ데일리안 진현우 기자
이에 대해 경기 안산단원경찰서 소속 가민수 투쟁위 공동위원장은 "현장의 경찰관들은 지역 주민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오랜 기간 축적된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지역 치안을 책임지고 있다"며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은 쇄신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그러면서 "경찰청 지휘부와의 진정성 있는 대화 협의의 문은 언제나 열려 있다"며 "현장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책임 있는 자세로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삭발식에는 투쟁위 공동위원장인 민관기 경찰직협 위원장 등 기존에 삭발하기로 예정됐던 10명뿐만 아니라 현장에서도 4명이 추가 신청에 총 14명이 참여했다.
민 위원장은 "오늘(3일) 이후로 만약 경찰청에서 강제 순환 인사와 감찰 증원 정책에 대해서 철회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철회될 때까지 매번 집회마다 10명씩 릴레이로 삭발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삭발식에 이어 민관기-가민수 공동위원장과 나은호 부위원장(경북 영천경찰서 직장협의회장)은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 앞으로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공식 면담을 요구했다.
투쟁위는 항의 서한문에서 "일부 개인의 일탈을 이유로 전체 경찰관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지 말라"며 "해당 사건(장윤기 사건)은 개인의 도덕적 일탈과 내부 관리 감찰 시스템 작동 미비에서 발생한 문제이지 특정 지역 장기 근무에서 비롯된 구조적 문제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관련 부서와의 사전 협의조차 없이 감찰 인력부터 늘리겠다는 결정은 지휘부의 정책 실패를 감시와 통제로 덮으려는 위협적인 태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근거 없는 지역 유착 프레임을 거두고 객관적 데이터를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경찰관들은 자신들이 그동안 받았던 표창장 등의 상장을 높게 들고 흔드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기도 했다.
투쟁위 측은 "이들은 수십년간 한 지역에서 근무하면서 유착으로 징계를 받기는커녕 성실하게 근무한 공을 인정받아 국무총리가 인정하는 모범 공무원으로 선정되고 경찰청장 등 수많은 표창을 받아온 우리 조직의 자랑"이라며 "경찰 지휘부는 '유착'이라는 프레임을 프레임을 씌워 머나먼 곳으로 유배를 보내려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민 위원장은 이날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경찰 수뇌부들은 이 방안을 계속 밀어붙일 가능성이 있지 정책을 후퇴할 마음이 없어 보인다"며 "후배들의 삶이 걸린 문제고 가족들과의 인생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힘이 닿는 데까지 선배들이 삭발 투쟁으로 이 정책에 대한 부당함을 알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투쟁위는 이달 말 전국 경찰관 대회를 개최하고 임명장·수사권 반납 등의 목소리를 낼 계획이다.
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열린 전국경찰직장협의회 '강제 순환인사 반대 등 경찰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공동투쟁위원회' 출정식에 참석한 일선 경찰관들이 경찰청 쇄신안에 항의하며 표창장을 높게 드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데일리안 진현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