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국부펀드, 전략산업 키우는 국가전략자본 돼야"
입력 2026.07.27 12:00
수정 2026.07.27 12:00
대한상의 '주요국 국부펀드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 발표
UAE 무바달라 등 경제개발형 국부펀드, 첨단산업 투자 주도
ⓒ데일리안 AI 이미지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우리나라 국부펀드도 단순 자산운용을 넘어 전략산업과 공급망 경쟁력을 키우는 국가전략자본으로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7일 발표한 '주요국 국부펀드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글로벌 국부펀드의 운용자산(AUM)은 15조 달러로 2000년(1조 달러)보다 15배 증가했다. 우리나라 한국투자공사(KIC)의 운용자산은 2320억 달러로 세계 14위 수준이다.
글로벌 국부펀드 분석기관인 Global SWF에 따르면 작년 한 해에만 11개의 국부펀드가 새로 설립되는 등 국부펀드의 수와 역할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기술패권 경쟁 대응…경제개발형 국부펀드 필요
보고서는 국부펀드를 운용 목적에 따라 경제개발 펀드(기업 지분 투자 등을 통해 전략산업 육성 및 경제구조 전환)와 저축성 펀드(자원 수익이나 재정 흑자를 미래세대를 위해 운용), 안정화 펀드(원자재 가격·환율·경기 변동 등에 대응) 등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했다.
현재 운용자산 기준 상위권에는 노르웨이 GPFG(1위), 중국 SAFE IC(2위)·CIC(3위), UAE ADIA(5위) 등 저축성 펀드가 주를 이루고 있다. 반면 최근에는 사우디 PIF(4위), 싱가포르 테마섹(10위), UAE 무바달라(11위) 등 경제개발형 국부펀드가 AI, 반도체, 신재생에너지 등 첨단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며 국부펀드의 역할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보고서는 우리나라 역시 잠재성장률 하락과 기술패권 경쟁, 공급망 불안에 대응하기 위해 경제개발 기능을 강화한 종합형 국부펀드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고 제언했다. 다만 기존 공적 투자기구와의 역할 중복을 피하기 위해 기능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간 운용사가 투자 결정을 내리고 만기 후 청산하는 국민성장펀드와 달리 국부펀드는 국가 차원의 초장기 전략투자에 집중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해외 핵심광물 광산 지분 확보, 원천기술 기업 인수·합병(M&A), AI 전력망 등 수십 년에 걸쳐 성과가 나타나는 전략자산에 집중 투자해야 두 펀드 간 역할을 차별화하고 상호 보완 효과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테마섹·무바달라 사례…'수익 내는 전략투자' 핵심
보고서는 싱가포르 테마섹, 사우디 PIF, UAE 무바달라를 대표적인 경제개발형 국부펀드 사례로 제시하며 한국형 국부펀드 설계에 참고할 시사점을 제시했다.
테마섹과 무바달라는 정부가 소유한 기관이지만 철저한 상업적 원칙 아래 수익성을 최우선으로 운용해 왔다. 테마섹은 최근 10년간 포트폴리오 가치를 두 배 이상 늘려 5180억 싱가포르달러(약 40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했고, 무바달라는 최근 5년과 10년 모두 연평균 10% 이상의 투자수익률을 기록했다.
특히 무바달라는 2009년 미국 AMD의 반도체 제조 부문 분사 과정에서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글로벌파운드리를 설립하고 재생에너지 기업 마스다르를 육성하는 등 UAE의 탈석유 산업 전환을 이끌었다. 해외 전략자산을 확보해 자국 산업 경쟁력을 높인 사례로, 우리나라의 핵심광물과 원천기술 확보 전략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대한상의는 설명했다.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전경.ⓒ대한상공회의소
한국형 국부펀드 성공 조건…"수익성·재원·투명성"
보고서는 전략투자는 단기간 성과를 내는 사업이 아니라 수십 년에 걸쳐 국가 경쟁력을 축적하는 장기 프로젝트라고 강조하며 한국형 국부펀드의 성공 조건으로 세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는 '수익을 내는 전략투자' 원칙의 확립이다. 수익성은 전략 목표와 상충하는 개념이 아니라 전략투자를 지속할 수 있게 하는 기반이라는 것이다. 국가가 핵심광물, 원천기술, AI 인프라 등 전략 분야를 제시하되 개별 투자 대상과 투자 시점, 가격, 회수 여부는 전문 운용기관이 경제성과 시장 원칙에 따라 독립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일자리 창출이나 지역균형발전 등 다른 정책 목표는 별도 정책수단으로 추진하고 국부펀드의 투자 판단과는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둘째는 안정적인 재원 확충 구조다. 전략투자는 회수까지 수십 년이 걸리는 만큼 경기 변동에도 투자가 중단되지 않는 구조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초기에는 정부 출자를 활용하되 이후에는 운용수익 재투자를 원칙으로 하고, 필요할 경우 자산 매각 등을 통해 투자 재원을 지속적으로 확보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셋째는 경제 논리에 기반한 독립적 투자 결정과 투명한 거버넌스 확보다. 민간 전문 운용인력을 중심으로 투자 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하고 장기 수익률과 연계된 보상체계, 투명한 성과 공개, 정기적인 외부 평가를 통해 투자 독립성과 책임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상의는 "특히 해외 핵심광물이나 원천기술 기업 인수는 상대국 정부의 엄격한 투자 심사를 거쳐야 하는 만큼 경제 논리에 따른 투명한 운용이라는 국제적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해외 전략자산 확보의 필수 전제"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