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에게도 말 못 했다"…암 환자들이 털어놓은 치료 현장의 고민
입력 2026.07.27 08:43
수정 2026.07.27 08:46
삼성서울병원, 두경부암·간암·폐암 환자 심층 면담
“질병보다 힘든 건 불안과 소통 부족”…정서 지원 강화 필요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지금은 혼자 지내도 괜찮지만 시간이 지나면 혼자 감당하지 못할까 걱정돼요. 부모님은 지방에 계시고 연세도 많아 부담을 드리고 싶지 않아요.”(40대 두경부암 환자)
암 환자들이 치료 과정에서 의료진과의 소통 부족과 심리적 불안, 경제적 부담 등 복합적인 어려움을 겪는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특히 의사에게조차 쉽게 털어놓지 못했던 고민이 적지 않아 환자 맞춤형 설명과 정서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박희철·이태훈 삼성서울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와 윤정희 암환자삶의질연구소 교수 연구팀은 2024년 3월부터 2025년 3월까지 방사선 치료를 앞두고 있거나 치료 중, 또는 치료를 마친 두경부암 환자 9명, 간암 환자 8명, 폐암 환자 7명 등 총 24명을 대상으로 30~50분간 심층 면담을 진행해 치료 전후 경험과 어려움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 환자들이 가장 많이 호소한 문제는 정보와 의료진과의 소통 부족이었다. 한 70대 두경부암 환자는 “교수님을 만나려면 최소 2~3시간은 기다려야 한다”며 “저 같은 사람들이 주변에 많다 보니 질문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긴 대기시간에 비해 진료시간이 짧아 궁금증을 해소하기 어려웠고, 의학 용어를 이해하기 어려워 치료 설명을 자녀에게 의존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방사선 치료 과정에서 사용하는 장비와 절차도 환자들에게는 또 다른 부담이었다. 50대 두경부암 환자는 “방사선 치료용 마스크를 만들 때 갑자기 폐쇄공포가 밀려왔다”며 “좁은 공간에 익숙한데도 그 순간은 힘들었다”고 치료 과정에서 느낀 두려움을 털어놨다.
연구팀은 이 같은 어려움이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맞물려 환자의 부담을 키운다고 분석했다. 치료 관련 정보가 부족하면 불안감이 커지고, 부작용과 장거리 이동, 경제적 부담이 더해지면서 일상생활과 회복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연구팀은 환자가 치료 과정을 충분히 이해하고 준비할 수 있도록 치료 단계별 맞춤형 설명과 교육을 제공하고, 부작용과 심리 상태를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혼자 생활하거나 장거리 통원이 필요한 환자에게는 생활 여건을 고려한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희철 교수는 “방사선 치료 기술이 정밀하게 발전할수록 환자가 치료를 이해하고 준비하며 일상을 유지하도록 돕는 과정 역시 중요하다”며 “환자의 질문과 불안을 놓치지 않도록 치료 단계별 설명과 정서까지 함께 살피는 암 치료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와 국립암센터가 주관하는 ‘암생존자 헬스케어 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은 2024년 삼성화재와 함께 ‘암환자 삶의 질 연구소’를 개소해 암 환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연구와 지원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으며, 같은 해부터 독일 샤리테병원과 격월로 환자자기평가결과(PRO) 공동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환자 중심 치료 체계 구축을 위한 연구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