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덮친 '신천지 개입설'…8·17 전당대회 뇌관으로 급부상
입력 2026.07.23 05:30
수정 2026.07.23 05:30
김민석 "반명·분열·신천지 연합 깨는게 전대 본질"
친청계 "근거 제시하라" 압박…일각선 金사퇴 촉구
당권경쟁 넘어 정교유착 논란으로 번질 우려도 고개
내부선 "전대 끝나도 신천지 문제 계속 당 괴롭힐 것"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 후보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4대 개혁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신천지 개입 의혹'으로 분열되고 있다. 당권주자인 김민석 전 국무총리가 꺼낸 '반명(반이재명)·분열주의·신천지' 3자 비밀연합 의혹에 정청래 전 대표를 비롯한 친청(친정청래)계가 반발하면서 급기야 사퇴 촉구까지 불거지면서다.
김민석 전 국무총리는 22일 국회에서 4대 개혁 발표 기자회견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저는 신천지의 정치 개입 문제점에 대해서만 지적했고, 그것을 특정 후보와 연결시키는 것에 대해서까지 제가 책임질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것(신천지 개입 의혹)을 언론이 어떻게 생각하건, 당사자들이 어떻게 생각하건, 그건 제가 책임질 영역은 아닌 것 같다"며 "신천지 얘기에 대해 제가 오늘 이 시점에서 하나하나 지적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신천지 개입설은 김 전 총리가 지난 20일 전당대회 합동연설에서 처음 꺼냈다. 그는 당시 연설에서 "반명, 분열주의, 신천지의 3자 비밀 연합을 깨는 것이 이번 전당대회의 본질"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에 멈추지 않고 김 전 총리는 지난 21일 MBC라디오에 출연해서도 신천지 개입설에 대해 "근거가 있고 적정한 시기에 말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 같은 '신천지 개입설'이 민주당 내부에 떨어지자 당은 발칵 뒤집어졌다. 친청계인 문정복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근거 없는 신천지 공세로 민주당을 모욕하지 말라"며 "유력 대표 후보의 발언이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까지 당을 모욕할 수 있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규환 최고위원도 "(신천지 개입설) 주장대로라면 우리 당은 졸지에 위헌정당으로 전락한다"며 "신천지가 작년 우리 당 대통령 후보 경선이나 당대표 보궐 선거에 개입하기라도 했다는 말인가"라고 지적했다.
박 최고위원은 "증거를 내놔야지 연기만 피우면 어쩌자는 건가. 당을 이렇게 끝 모를 수렁으로 밀어 넣는 이유가 대관절 뭔가"라며 "선거 전략상 한 번 던져본 건가. 그렇다면 이는 명확히 반당 행위이고 해당 행위"라고 날을 세웠다.
친청계로 최고위원 선거에 나선 이성윤·한민수·최민희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까지 열어 "신천지 개입설에 근거가 있다면 공개하라"며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면 김 전 총리는 민주당과 당원들에게 사과하고 대표 후보를 사퇴할 것을 요구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정청래 전 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아니면 말고 식, 치고 빠지기식, 폭탄던지기 신천지 개입은 근거를 갖고 말했으면 좋겠다"며 "연막 피우고 연기 피우고 나중에 발뺌하고 이런 식이 아니라, 정확하게 육하원칙에 의해서 신천지가 민주당 전당대회에 어떻게 개입하고 관여하고 있는지 밝혀달라"고 말하며 김 전 총리를 직격하기도 했다.
송영길 의원도 지난 21일 홍준표 전 대구시장과 회동한 뒤 '신천지 개입설'에 실체가 있다면서 이 논란에 참전했다. 송 의원은 같은 날 오후 열린 뉴미디어 대토론회에서 "왜 통일교·신천지 특검법이 통과 안 되게 됐는지 과정을 살펴보려 한다"며 "김병기 전 원내대표한테 물어봤더니 '지도부가 소극적이었다'고 그러더라"고 언급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송 의원은 "1인 1표제의 장점은 살리되 어떠한 검증도 없이 인터넷으로 입당한 뒤 한 달에 1000원씩 6개월만 내면 권리당원이 되는 취약점을 고민해 봐야 한다"며 "마음만 먹으면 다음 대통령 선거나 당대표 선거 등 주요 계기마다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얼마든지 당원으로 들어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막을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이 무엇인지 모든 정당이 함께 고민해야 한다"며 "특정 종교집단의 조직적인 입당과 투표가 정당의 의사결정과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후보인 (왼쪽부터)최민희, 한민수 이성윤 의원이 22일 국회 소통관에서 김민석 당 대표 후보가 제기한 '신천지' 관련 의혹과 관련해 근거 제시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친명계이자 김 전 총리를 물밑에서 지원하고 있는 박지원 의원도 이날 MBC라디오에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이재명 대통령 관련 재판과 김경 전 서울시의원의 정치자금 수수 의혹을 통일교·신천지 의혹과 함께 특검 수사 대상으로 제안했고, 이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특검이 무산됐다고 전했다.
박 의원은 "당 지도부, 원내지도부의 지시가 하지 말라는 거였다"며 "그때 하지 않은 것이 잘못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지도부 가운데 정확히 누구의 지시였는지는 모른다고 주장했다.
김 전 총리와 가까운 최고위원 후보인 이건태 의원은 이날 신천지의 민주당 전대 개입 의혹과 관련한 제보 채널을 개설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신천지의 조직적인 집단 당원가입과 전대 개입 의혹에 관한 제보를 받는다"며 "관련 정황이나 자료를 알고 있는 분은 제보해달라. 신원과 내용은 철저히 보호하겠다"고 알렸다.
신천지 개입 논란이 커지면서 당내에선 우려가 감지되고 있다. 정교유착으로까지 볼 수 있는 논란인 만큼 단순히 '당권 경쟁'에 그치지 않고, 당의 사법리스크나 위헌 소지까지 걱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서다.
실제로 이성윤 의원은 이날 회견에서 "국민의힘은 신천지 관련 의혹으로 당원 명부가 압수색되는 등 실제 수사를 받고 있다. 김 전 총리의 근거 없는 주장은 민주당 또한 수사 대상이 돼야 한다는 말이나 다름없다"며 "본인 선거에서 유리하자고 자신이 몸담고 있는 민주당을 헌법상 정교 분리를 위반한 위헌 정당으로 몰아가다니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러나"라고 지적한 바 있다.
민주당 한 관계자도 "신천지가 대거 당원으로 유입됐고 특정 후보를 강하게 밀었다고 한다면 이건 대표가 되고 말고의 사안이 아니라 수사와 조사를 받아야 할 사안"이라며 "다른 사람도 아니고 계엄을 맞춘 김 전 총리가 한 말이라서 당내에서도 상당한 두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신천지 개입 의혹이 이제 시작이라는 점이다. 당 안팎에선 김 전 총리가 이 같은 의혹을 꺼낸 이유가 당원 투표률 상승에 있다고 보고 있다. 외부 세력이 당 경선에 개입하려 한다는 위기감을 조성해 권리당원의 표를 자신에게 끌어오려 하는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조국혁신당과의 이중당적 문제를 지적해온 김 전 총리가 또 다른 외부세력의 진입을 문제 삼으면서 전대 내에서의 프레임 전환을 시도하려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준일 시사평론가는 "김 전 총리가 야무지게 (누가 신천지와 연루된지는) 얘기하지는 않는데 계속 신천지 냄새를 풍기고 있다"며 "이중당적을 겨냥한 걸 수도 있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에 예를 들면 이중 당적을 가진 분이 꽤 많다라고 추정이 되고 있는데 그런 걸 겨냥하는 거 아니냐 추론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김 전 총리가 신천지 개입설을 던져놓으면서 어떤 결과가 나와도 오염되게 보이게 되는 효과가 생길 것"이라며 "전당대회가 진행되는 동안에 신천지 문제가 끝도 없이 오르내리며 당 이미지도 훼손될 것이고 전대가 끝나도 이 문제는 계속 당을 괴롭힐 것"이라고 우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