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에스코바르?’ 콜롬비아 캄파스, 살해 협박에 귀국 포기
입력 2026.07.11 12:54
수정 2026.07.11 12:54
살해 협박에 시달리는 하민톤 캄파스(오른쪽). ⓒ IMAGN IMAGES=연합뉴스
2026 북중미 월드컵 무대에서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날린 콜롬비아 축구대표팀의 하민톤 캄파스가 살해 협박에 시달려 고국 땅을 밟지 못하고 있다.
콜롬비아축구협회는 11일(한국시간) 공식 성명을 발표하고 "스위스와의 경기 종료 후 하민톤 캄파스와 그의 가족을 향해 가해진 생명 및 신변에 대한 위협 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라며 "어떤 선수와 가족도 국가를 대표해 스포츠 무대에 섰다는 이유만으로 협박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협회는 "캄파스와 그의 가족, 그리고 대표 선수단에 깊은 연대와 지지를 보낸다"면서 이번 사건의 가해자를 신속히 가려내 엄벌에 처할 수 있도록 수사당국에 조속한 수사를 공식 요청했다.
앞서 콜롬비아는 지난 8일 열린 북중미 월드컵 16강전에서 스위스와 연장전까지 0-0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 끝에 3-4로 패하며 8강 진출이 좌절됐다.
이 과정에서 아르헨티나 로사리오 센트랄에서 활약 중인 2000년생 미드필더 캄파스가 비난의 타깃이 됐다. 후반 21분 교체 투입된 캄파스는 연장 후반 5분, 상대 수비의 치명적인 패스 미스를 틈타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서는 완벽한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그의 왼발 슈팅은 허무하게 골문을 크게 벗어났고, 콜롬비아 팬들의 탄식을 자아냈다. 비록 승부차기에서 세 번째 키커로 나서 골을 성공시켰음에도, 팬들은 패배의 원흉으로 그를 지목했다.
경기 종료 직후 캄파스의 SNS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도를 넘은 인신공격은 물론, 입에 담기 힘든 살해 협박 글까지 빗발쳤다. 캄파스는 급히 댓글 창을 차단했으나 위협은 멈추지 않았다.
결국 신변에 위협을 느낀 캄파스는 대표팀 동료들과 함께 고국으로 향하는 귀국 항공편에 몸을 싣지 못했다. AP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그는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귀국을 무기한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캄파스는 자신의 SNS에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괴로워하는 사진과 함께 "콜롬비아 국민들이 느끼는 슬픔과 실망감이 얼마나 큰지 잘 알고 있으며, 기쁨을 드리지 못해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도 "서로에 대한 존중만큼은 절대 잃지 말아달라. 우리는 좌절과 슬픔을 느낄 수 있지만, 그 어떤 축구에 대한 열정도 누군가를 향한 증오를 정당화하거나 두려움 속에서 살아가게 할 수는 없다"고 호소했다.
이번 사태는 축구 역사상 가장 끔찍한 비극 중 하나인 '안드레스 에스코바르 사건'을 연상케 해 깊은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 1994년 미국 월드컵 당시 콜롬비아 수비수였던 에스코바르는 미국과의 조별리그 경기에서 자책골을 기록했고, 팀이 탈락하자 극성팬들의 표적이 됐다. 결국 그는 귀국 후 고향 메데인의 한 주차장에서 총격을 받아 숨지는 참변을 당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