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대신 주식] “투자에 나이가 어딨어” 10대부터 80대까지 주식 푹 빠졌다
입력 2026.07.08 07:07
수정 2026.07.08 07:07
미성년·고령 투자자 신규계좌 ‘쑥’…주식 입문자 증가
예금→증시 ‘머니무브’…종목 선별 위한 투자 공부까지
단기 급등·변동성에 우려 시선도…추격 매수 지양해야
코스피가 전례 없는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주식 공화국’이 됐다. 주식(株式)이 주식(主食)이 되어버린, 밥 대신 주식 투자에 시간을 쏟아붓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뜨거운 기대감 이면에는 경계해야 할 지점도 있다. 과도한 낙관론과 특정 종목 쏠림, 레버리지 투자 확대는 손실 요인이 될 수 있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기대와 함께 투자자가 반드시 알아야 할 위험 요인을 균형 있게 들여다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1. “은행 이자로는 노후가 불안하더라고요. ”
은퇴 후 예금으로 자산을 관리해온 70대 양모씨는 올해 처음으로 주식계좌를 만들었다. 저녁마다 챙겨보던 뉴스에서 ‘코스피가 연일 신고가를 경신했다’는 소식을 빈번하게 접해 주식 투자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는 것이다.
#2. “다들 삼성전자 사길래 따라 샀어요. ”
고등학교 1학년 김모군은 부모님과 조부모에게 받은 용돈의 절반 이상을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주식 이야기를 접한 것을 시작으로, 이제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매수 종목의 주가 흐름을 매일 확인하는 것이 일상이다.
올해 코스피가 4000선에서 9000선으로 초고속 직행하면서 주식 투자는 더 이상 직장인이나 자산가만의 재테크 수단이 아니게 됐다.
남녀노소 나이를 불문하고 주식 투자에 대한 관심이 열풍이 넘어 광풍으로 번지고 있다.
8일 데일리안이 국내 증권사 3곳(하나·KB·NH투자증권)의 신규 주식계좌 개설 건수를 취합한 결과에 따르면 60대 이상 투자자는 15만2676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20대(15만5625건)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불과 2949건 차이에 그쳤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50대가 22만2682건으로 가장 많았고 ▲40대(20만8283건) ▲30대(18만7034건) ▲20대(15만5625건) ▲19세 이하(8만1172건) 등이 뒤를 이었다.
이때 19세 이하인 미성년 투자자의 계좌 개설은 8만건을 넘어섰다.
10대 청소년부터 은퇴 세대까지 증시에 뛰어들고 있다는 점에서 특정 세대에 국한되지 않은 ‘전 국민 투자 열풍’이 확인된다는 게 증권가 진단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증시의 역대급 불장에 투자자의 나이 경계가 사실상 사라졌다”며 “고령층은 은행 예금을 증시로 옮기고, 미성년자들은 용돈으로 주식에 입문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올해 들어 국내 증시가 역대급 불장을 연출하자 남녀노소 나이를 불문하고 주식 투자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상승장은 놓치면 안 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투자자 저변이 빠르게 확대되는 분위기다.
특히 그동안 ‘주식은 위험하다’며 투자를 멀리했던 고령층까지 증시로 몰려들고 있어 주목된다.
71세 양모씨는 최근 은행 정기예금을 해지하고 일부 자금을 주식시장으로 옮겼다.
그는 “평생 주식은 도박이라고 생각해서 관심이 일절 없었으나, 주변에서 ‘지금이라도 안 하면 늦는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에는 노후 자금을 주식에 넣는 게 무서웠지만 주변 사람들이 수익을 내는 모습을 보고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며 “예금만으로는 남은 인생을 버티는 게 쉽지 않다는 판단도 한 몫 했다”고 덧붙였다.
‘어른들의 재테크’로 여겨졌던 주식 투자는 10대들 사이에서도 일상적인 관심사가 됐다.
스마트폰으로 주가를 확인하는 것은 물론, 친구들과 종목 정보를 공유하거나 수익률을 이야기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올해 처음으로 주식계좌를 개설했다는 김모(17)군은 “변동성에 일희일비하는 날이 많지만 투자를 배워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며 “친구들 사이에서 어떤 종목을 샀는지, 어떤 종목이 오를지 토론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고 웃었다.
코스피가 사상 최초로 9000선을 돌파한 6월 18일,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직원들과 함께 축하 세레머니를 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이러한 배경에는 국내 증시의 유례없는 불장이 꼽힌다.
앞서 코스피는 올해 1월 27일 5000선 돌파를 시작으로 ▲2월 25일 6000선 ▲5월 6일 7000선 ▲5월 26일 8000선 ▲6월 18일 9000선을 넘어섰다.
다만 국내 증시가 단기간 급등한 만큼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증시가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고 있어 ‘추격 매수’가 아닌, 기업의 실적과 펀더멘털을 고려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업계 한 관계자는 “투자 열풍에 휩쓸려 무리하게 투자하거나 단기 차익을 목표로 시장에 뛰어들 경우,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며 “기업 가치와 장기 성장성을 고려한 투자 전략이 필요하고, 증시가 언제든 조정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