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리 관대하고, 가혹한가
입력 2026.07.08 07:00
수정 2026.07.08 07:00
살인·살인미수 혐의를 받는 장윤기(23). ⓒ뉴시스
사건을 다루는 시각의 차이
최근 비슷한 시기 발생한 2건의 사건이 내 관심을 끌었다. 한 사건에서는 우리 사회가 당사자의 인권을 철저히 보호했고, 다른 사건은 철저히 당사자의 인권을 짓밟았다는 차이가 있다. 사건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아무런 고민이 없다. 우리 사회가 미쳐 돌아가는 것인가.
1. 경찰 간부가 살인범인 아들의 범행을 입증할 증거를 인멸하고, 동료 경찰은 수사 정보를 여러 차례에 걸쳐 누설하고 아들과 경찰 아버지에게 통화하도록 주선해 줬다. 결국 경찰 간부인 아버지와 동료 경찰은 범행 은폐와 조작, 증거 인멸의 공동정범인데, 사건이 드러나자경찰은 내부 감찰을 진행하며 시간을 끌다가 닷새 뒤에야 수사팀장을 체포했다.
2. 서울 한 고등학교 야구부 학생들이 광주 한 고등학교와 경기 중 ‘스타벅스 가야지’라고 외쳤다가 팀의 전국대회 출전이 6개월간 정지됐다. 단체 구호와 직접 관련없는 선수들도 피해를 본 것으로 학생들의 진학과 취업이 타격을 받게 됐다. 주도한 학생들에 대한 학교 차원의 징계 절차가 진행되고 학생, 교사, 교장, 학부모는 광주의 고등학교를 방문해 사과했다.
사악한 흉악범 보호하는 우리 사회
어떤 사건 인지 누구나 짐작할 것이다. 광주 살인범 장윤서 사건과 서울 배재고 야구부원 이야기다. 광주 살인범 장윤서 사건은 자체로 가장 사악한 범죄행위인 강간살인사건임에도 법적 정의를 실현해야 할 경찰 공무원들이 가장 악질적인 범죄 은폐 조작행위에 조직적으로 가담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그런데도 경찰 조직은 계속 온갖 핑계로 장윤서의 아버지 장 모 경감을 비호하고, 그에게 수사정보를 흘려준 동료들의 소속 경찰서와 인적 정보를 철저히 함구한다. 경찰은 워낙 썩은 조직이라 그렇다 치자. 정치권도, 언론도, 시민단체도 모두 이상하다. 언제부터 우리 사회가 사악한 범죄자들의 인권 보호에 이렇게 철저했던가?
미국법에는 경찰관이 범죄 증거를 훼손하거나 증인을 협박할 경우 ‘사법방해죄’라는 이름으로 징역 10년형에 처한다. 아버지 장 모 경감과 동료 경찰의 행위는 전형적인 ‘사법방해죄’다. 요즈음 유행하는 표현으로는 ‘강간살인 동조세력’이다. 장 모 경감과 전·현 소속 경찰서 직원은 전원 즉시 대기 발령하고, 향후 공직 취임을 금지해야 마땅하다. 구체적인 범죄 행위에 대한 처벌은 기소 후 재판에서 밝히면 된다.
서울 배재고등학교 야구부 주장(왼쪽)이 6일 오후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북구 광주제일고등학교를 찾아 제일고 야구부 주장에게 사과문을 전달한 후 악수를 하고 있다. ⓒ뉴시스
흉악범죄 vs 역사인식
배재고 사건에 대해서는 ‘역사 인식 부족’이라는 공격이 대종을 이룬다. 역사 의식 부족한 성인도 많은 판인데, 꼭 미성년의 학생에게 그런 높은 역사 의식을 요구해야 하는가? 과연 기성 세대가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역사의식을 요구할 자격이 있기는 하나? 교육 과정에서 역사(한국사와 세계사) 시간이 자꾸 줄고 역사가 수능시험에서 선택과목으로 빠져나갔다.
역사를 한 줄도 배우지 않고 대학에도 진학할 수 있다. 만일 우리 사회에 역사 인식이 부족하다면 초중등 교육 과정에서 역사 시간을 줄여버린 기성 세대, 특히 교육자들 책임이 가장 크다. 그 책임을 하필이면 배재고 학생들 그것도 야구부 학생에게만 물을 수는 없다.
흉악범죄에 대해 상대적으로 관대하고 철저하게 절차를 중시하면서 고등학생들에게만 반론의 기회도 주지 않고 바로 왜 몰수패를 선언했나? 절차도 지키지 않고 전국 대회 참가를 금지하나? 왜 고등 학생에게만 연좌제를 적용하는가? 흉악범들을 보호한 절차와 기준을 고등학생 운동부원에 대해 적용해야 한다.
미쳐 날뛰는 한국 사회
나는 배재고 야구부원을 변호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모든 사안은 형평에 맞아야 하며 적절해야 한다. 부적절한 반응, 형평에 맞지 않는 반응은 매우 이상하다. 우리 사회가 조금은 광기의 사회가 되고 있지 않은가 걱정스럽다. 우리 사회가 뭔가 핑계만 생기면 미쳐간다는 느낌이 든다. 뭔가 켕기는 게 있어서 그런 게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을 거둘 수 없다.
과거 독일의 나치와 일본 군국주의는 미쳐 날뛰는 극소수 집단이 미쳐 날뛰면서 시작됐다. 스탈린 독재도 비슷하다. 그런 미쳐 날뛰는 자들이 사회의 주류를 이루면 합리주의와 이성은 발붙이기 어려울 수 있다. 적어도 겉으로는. 그러나 안으로는 오히려 이성주의와 합리주의가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세력을 키우고 결국은 나치와 군국주의는 안으로부터 무너져 내리게 마련이다. 우리 사회가 하루 빨리 이성을 되찾고 합리적 사회로 되돌아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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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구철 금강대 연구교수·전 TV조선 선거방송기획단 단장
※외부 필진 칼럼입니다.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