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넘고 충당금도 눌렀다…삼성전자 영업익 89.4조 '새 역사'(종합)
입력 2026.07.07 09:59
수정 2026.07.07 10:00
현재 발표 기준 글로벌 상장사 분기 영업익 1위
영업이익률 52.3%…메모리 초호황이 전사 실적 견인
DS 마진·충당금 규모는 이달 말 확정실적서 확인
ⓒ데일리안DB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메모리 초호황에 힘입어 또 한 번 분기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반도체 성과급 충당금 등 일회성 비용을 반영하고도 90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냈다. 현재 발표된 주요 글로벌 상장사 분기 실적과 비교하면 엔비디아를 웃도는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7일 2026년 2분기 연결 기준 잠정실적이 매출 171조원, 영업이익 89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29.31%, 영업이익은 1810.26% 급증했다.
직전 분기와 비교해도 성장 폭이 컸다. 매출은 1분기 133조8700억원에서 27.74% 늘었고, 영업이익은 57조2300억원에서 56.21% 증가했다.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 세운 분기 최대 실적을 한 분기 만에 다시 넘어선 셈이다.
이번 2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을 두 배 이상 웃도는 규모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43조6011억원을 기록했는데, 올해 2분기 한 분기 영업이익만 89조4000억원에 달했다. 반도체 불황기였던 최근 수년간의 이익 규모를 단숨에 넘어섰다.
수익성 개선 폭은 매출 증가 폭을 크게 웃돌았다. 2분기 영업이익률은 52.3%로, 1분기 42.8%보다 9.5%포인트 상승했다. 스마트폰, TV, 생활가전, 하만 등 상대적으로 마진이 낮은 사업을 모두 포함한 연결 기준 영업이익률이 50%를 넘어섰다는 점에서 반도체 부문의 초고수익성이 전사 실적을 압도한 것으로 해석된다.
시장 전망도 웃돌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85조5900억원 수준이었다. 실제 잠정 영업이익은 이를 약 4.4% 상회했다. 상반기 누계 기준으로는 매출 304조8700억원, 영업이익 146조63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상반기 대비 매출은 98.3%, 영업이익은 1190.8% 증가했다.
성과급 충당금도 흡수한 메모리 초호황
이번 실적은 글로벌 테크 기업과 비교해도 이례적이다. 2분기 평균 원·달러 환율 1520원을 적용하면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은 약 585억달러다. 이는 엔비디아가 최근 발표한 2027회계연도 1분기 영업이익을 웃도는 규모다. 현재 발표된 주요 글로벌 상장사 분기 실적 기준으로는 삼성전자가 최상위권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잠정실적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성과급 충당금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노사 합의에 따라 반도체 부문 사업 성과를 기반으로 한 특별경영성과급 지급 방안을 마련했다. 증권가에서는 관련 충당금과 임직원 주식 보상 등 일회성 비용이 2분기 실적에 반영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영업이익이 89조4000억원에 달했다는 것은 메모리 가격 상승 효과가 비용 부담을 압도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증권가에서는 1분기 소급분과 2분기분을 포함해 10조원 후반대의 충당금이 2분기 실적에 반영됐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충당금 반영 전 영업이익은 100조원을 웃돌았을 것이라는 추정도 나온다.
실적 개선의 중심에는 메모리가 있다.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따라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늘어난 데다, 서버용 D램과 범용 D램, 낸드플래시 가격도 동반 상승했다. 메모리 업체들이 한정된 생산능력을 HBM과 서버용 제품 등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재배치하면서 범용 제품 가격까지 밀어 올리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6월 PC용 D램 범용 제품인 DDR4 8Gb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21달러로 전달보다 5% 올랐다. 4월 평균 16달러와 비교하면 두 달 새 30% 이상 상승한 수준이다. 트렌드포스는 3분기 PC용 D램 고정거래가격 상승률 전망치도 기존 8~13%에서 15~20%로 높였다.
고부가 제품 비중 확대도 실적 개선을 뒷받침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6세대 HBM인 HBM4를 세계 최초로 양산 출하한 뒤 약 4개월 만에 관련 매출 10억달러를 돌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HBM4 공급 확대와 범용 D램 가격 상승이 동시에 맞물리면서 메모리 사업의 이익 체력이 빠르게 개선됐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 수준의 메모리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어 가격 상승의 수혜가 크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잠정실적에는 사업부별 실적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이 전사 영업이익의 대부분을 차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SK하이닉스 영업이익률과의 격차도 좁혀져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DS 부문 이익률이 SK하이닉스 수준에 얼마나 근접했는지도 주목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1분기 70%대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며 AI 메모리 호황의 수혜를 먼저 입증했다. 삼성전자의 2분기 전사 영업이익률이 52.3%까지 오른 만큼, 이달 말 확정실적에서 공개될 DS 부문 수익성이 양사 격차를 가늠할 핵심 지표가 될 전망이다.
반면 완제품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은 상대적으로 부진했을 가능성이 크다. 스마트폰은 갤럭시 S 시리즈 출시 효과가 약해지는 계절적 비수기에 접어들었고, TV와 생활가전은 글로벌 소비 둔화와 판촉 경쟁 부담이 이어졌다. 일부 증권가에서는 모바일경험(MX)과 영상디스플레이(VD), 생활가전(DA) 사업의 수익성이 전분기보다 둔화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메모리 가격 상승은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양면적 변수다. DS 부문에는 가격 상승과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지만, 스마트폰과 PC, TV 등 세트 제품에는 원가 부담으로 작용한다. 2분기까지는 일부만 반영됐을 가능성이 크지만, 하반기부터는 부품 가격 상승분이 DX 부문 원가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지난 5일 종료된 '삼성전자 감사 페스티벌'은 DX 부문 매출 방어에 일부 보탬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8일부터 이달 5일까지 제품 구매 금액의 20%를 디지털 온누리상품권으로 환급하는 상생 협력 사은행사를 진행했다. 행사 기간 삼성스토어 방문객 수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알려지면서 가전과 IT 제품 판매 확대에 기여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하반기에도 메모리 가격 강세가 이어질 경우 삼성전자의 이익 눈높이는 추가로 높아질 수 있다. 메모리 공급 부족이 장기화하면 삼성전자의 생산능력 확대 전략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평택과 용인 등 국내 생산 거점을 중심으로 중장기 반도체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이번 실적은 메모리 시장의 수요 강도가 여전히 높다는 점을 확인한 만큼, 향후 생산능력 확대와 고부가 제품 전환 속도가 하반기 주요 관전 포인트로 부상할 수 있다.
한편 삼성전자의 잠정실적은 연결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만 공개된다. DS와 DX의 부문별 이익 등 세부 항목은 이달 말 확정실적 발표와 콘퍼런스콜에서 확인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