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800조 투자 삼성·SK, 미국발 투자 압박 커지나
입력 2026.07.05 11:37
수정 2026.07.05 11:52
호남권 800조원 투자 발표 후 미국의 추가 투자 요구 가능성 관측
트럼프 정부 '반도체 100% 관세' 카드 재등장 우려
삼성 테일러 2팹 구체화, SK 신규 팹 추진 여부 주목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도체 이미지. AI 이미지
호남권에 800조원 규모 반도체 투자를 발표한 삼성과 SK가 미국의 추가 투자 압박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관세를 앞세워 자국 투자 확대를 요구해온 트럼프 정부가 국내 대규모 투자를 빌미로 대미 투자 확대를 요구할 수 있어서다. 결국 두 회사가 기존 미국 투자를 앞당기거나 규모를 키우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5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삼성·SK그룹은 호남 투자 발표 이후 미국 측의 추가 압박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보고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호남권 투자 발표 직후 미국의 간접적인 투자 확대 압박이 이미 시작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미국 정부가 앞서 언급한 '반도체 100% 품목 관세'를 다시 꺼내 압박 강도를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올 초까지 자국 내 공장을 짓지 않는 메모리 반도체 기업에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며 사실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미 투자를 압박했다. 이후 관세 도입이 유예돼 시행되지 않고 있으나 재개 시점은 예측하기 어렵다. 800조원에 이르는 호남 투자와 비교해 대미 투자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다는 점을 들어 미국이 확대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에 총 370억 달러(약 57조원)를 투입해 테일러 팹을 짓고 있다. 제1팹은 올해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하며 2나노 첨단 공정 기반 파운드리 생산 시설이 들어선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에 38억7000만 달러(약 6조원)를 들여 인공지능(AI) 메모리용 첨단 패키징 생산기지를 건설 중이다.
두 회사의 실적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크다. 올해 연간 영업이익은 삼성전자가 370조원대, SK하이닉스가 270조원대로 전망되며 상당 부분이 엔비디아, 아마존, 구글, 오픈AI 등 미국 빅테크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두 회사는 기존 미국 투자 계획을 구체화하고 집행 속도를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황과 전망에 따라 투자 규모를 늘리는 방안도 대응 카드로 거론된다. 삼성전자는 테일러공장 제2팹 구축 계획을 조만간 구체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보다 대미 투자 규모가 작은 데다 오는 10일 미국 나스닥 상장을 앞두고 있어 트럼프 정부의 압박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인디애나 패키징 기지 외에 메모리 생산 팹 등 신규 투자에 나설지 주목된다. 미국뿐 아니라 중국, 대만, 일본 등 주요 반도체 국가들도 이번 호남권 투자의 영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