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밀함도 구독하는 시대…‘본업’이 된 유료소통 [D:가요 뷰]
입력 2026.07.05 14:30
수정 2026.07.05 14:30
플러스챗·버블 등 프라이빗 메시지 대세…‘성실함의 척도’로 떠오른 소통의 양과 질, 감정노동 리스크 속 균형점 찾아야
아티스트의 소통이 형식적인 팬서비스에서 한 단계 더 진화했다. 버블, 위버스 DM, 플러스챗, 츄르 등 유료 소통 플랫폼이 팬덤 문화의 기본값으로 자리 잡으면서 메시지의 양과 질이 아티스트의 본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노래와 춤, 연기처럼 무대와 작품 위의 역량만이 아니라 팬과 얼마나 꾸준히 관계를 유지하는지도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경쟁력이 됐다.
ⓒ엠넷플러스 X(옛 트위터) 계정
5일 엠넷플러스에 따르면 알파드라이브원(ALPHA DRIVE ONE)은 지난 2일부터 서비스 내 프라이빗 메시지를 개시했다. 그동안 공식 콘텐츠 등을 통해 팬들과 접점을 만들어왔고, 이번 프라이빗 메시지 개시로 보다 직접적인 소통 창구를 열었다. 유료 소통이 아이돌 팬덤에서 기본적인 소통 방식으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팬들 역시 개인 메시지 서비스 개시를 반기는 분위기다.
플러스챗은 CJ ENM의 케이팝(K-POP) 팬덤 플랫폼 엠넷플러스 안에서 운영되는 팬 커뮤니티 서비스다. 프라이빗 메시지와 비하인드 포토, 오리지널 콘텐츠, 공식 MD 구매 기능 등을 제공하며 팬과 아티스트의 접점을 넓히는 방식이다. 팬은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콘텐츠와 소식을 한곳에서 확인하고, 프라이빗 메시지를 통해 더 가까운 대화를 나누는 듯한 경험을 얻는다.
이 같은 유료 소통 플랫폼의 대표주자는 디어유가 제공하는 메시지 서비스 ‘버블’이다. 버블은 아티스트 한 명당 월 5000원 안팎의 구독료를 내면 1대1 채팅방처럼 구성된 화면에서 프라이빗 메시지를 받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 실제로는 아티스트가 다수의 팬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방식이지만, 앱 화면에서는 카카오톡 대화창처럼 보인다. 사용자는 자신이 설정한 이름으로 불리고 답장을 보낼 수 있으며, 아티스트가 답장함에 들어가면 숫자 1이 사라지는 방식으로 현실감을 더한다.
시장성도 숫자로 확인된다. 디어유의 2026년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수익은 234억 655만원, 영업이익은 96억 9624만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영업수익은 약 33.4%, 영업이익은 약 76.9% 늘었다. 2026년 3월 말 기준 디어유 버블에는 198개사 이상의 소속사, 700명 이상의 IP가 참여했고, 1분기 평균 구독수는 201만건을 기록했다.
이밖에도 하이브에서 운영하는 팬 플랫폼 위버스에서 이용할 수 있는 ‘위버스 DM’이나 팀 전용 팬 플랫폼인 걸그룹 미야오(MEOVV)의 ‘츄르’(Churrrrr) 등 종류도 다양해졌다. 또한 아이돌부터 배우, 댄서, 뮤지컬 배우, 방송인까지 플랫폼에 입점하면서 이러한 유료 소통 방식이 엔터 전반으로 넓어졌다. 팬카페 글, SNS 게시물, 라이브 방송처럼 공개된 채널을 통해 이뤄지던 무료소통은 이제 프라이빗함 내세운 유료 메시지로 그 흐름이 이동한 것이다.
팬 입장에서는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무대 밖 생활을 더 가까이 느낄 수 있다. 공개 커뮤니티나 공식 콘텐츠보다 사적인 공간에서 메시지를 받는 듯한 경험은 팬덤의 친밀감을 키운다. 아티스트 입장에서도 무대, 방송, 작품 밖에서 자신의 캐릭터를 보여줄 수 있는 창구가 생긴다. 특히 신인이나 상대적으로 노출이 적은 멤버에게 유료 소통은 자신을 알리는 통로가 된다.
ⓒ문명특급 유튜브 채널
대표적인 사례가 킥플립(KickFlip) 계훈이다. 보이그룹 포화상태인 2025년 데뷔한 신인 그룹에게 초반 인지도 확보는 중요한 과제였고, 계훈은 유료 소통 플랫폼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활용하며 팬덤 안팎에서 주목받았다. “어디 나가지 말고 내 마음속에만 있으라고 했잖아” 등 자칫 오글거릴 수 있는 유사 연애 멘트를 적재적소에 던지면서도, 이를 능청스러운 유머로 풀어내 SNS상에서 바이럴을 일으켰다.
꾸준함으로 호감을 얻는 경우도 있다. 엔믹스(NMIXX) 설윤, 더보이즈(THE BOYZ) 영훈, 배우 박보영 등은 팬들 사이에서 메시지를 자주 보내는 아티스트로 회자돼왔다. 많은 양의 메시지와 사진, 음성 메시지를 보내며 팬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한다는 반응을 얻었고, 이는 성실함과 팬사랑 이미지로 연결됐다.
문제는 친밀함이 유료화되면서 기대치도 함께 높아졌다는 점이다. 팬은 매달 돈을 내고 메시지를 구독한다. 자연스럽게 얼마나 자주 오고 성의 있게 쓰는지, 사진이나 음성을 얼마나 보내는지가 평가 기준이 된다. 과거라면 고마운 팬서비스였던 메시지가 이제는 결제한 서비스가 됐기 때문이다. 일부 팬덤에서는 메시지 빈도가 낮은 아티스트를 두고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기도 한다.
이에 슈퍼주니어(Superjunior) 려욱이나 데이식스(DAY6) 도운 등 아티스트가 서비스를 중단한 사례도 있다. 유료 소통이 팬과의 거리를 좁히는 통로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그만큼 아티스트에게는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자주 오던 아티스트가 일정 기간 뜸해지면 곧바로 불만이 나오고, 반대로 자주 소통하더라도 말실수나 사적인 표현 하나가 캡처돼 논란으로 번지는 문제도 있다.
한 엔터테인먼트 업계 관계자는 “아티스트가 직접 보는 창구인 만큼 회사 차원에서 답장 내용을 상시 모니터링한다”며 “소통을 자주 하는 아티스트일수록 팬덤 반응이 좋지만, 동시에 불필요한 감정 소모나 말실수 리스크도 커져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유료 소통은 엔터 산업의 새로운 ‘본업’이 됐다. 잘 활용하면 아티스트의 매력을 보여주고 팬덤을 단단하게 만들며 팀이나 작품에 대한 관심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하지만 친밀함이 상품이 되는 순간, 소통은 호의가 아니라 기대치가 된다. 팬과 아티스트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만들어진 플랫폼이 또 다른 감정노동의 공간이 되지 않으려면, 소통을 경쟁력으로 활용하는 방식만큼 그 부담을 나누는 시스템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 유료화된 친밀함을 어디까지 활동의 일부로 볼 것인지에 대한 균형이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