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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피자 도우처럼 생긴 누룩방…양조장도 ‘볼거리’가 경쟁력

김소희 기자 (hee@dailian.co.kr)
입력 2026.06.26 11:40
수정 2026.06.26 11:43

부산 금정산성막걸리, 찾아가는 양조장 방문

민속주 1호·막걸리 명인 1호…역사도 콘텐츠

농식품부 ‘찾아가는 양조장’ 69곳·3년 재선정

유청길 금정산성토산주 대표가 직접 빚은 누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소희 기자

“이 곳이 누룩방이에요. 피자 도우처럼 생긴 게 전부 다 누룩입니다.”


유청길 금정산성토산주 대표의 안내를 따라 문을 열자 하얀 원반이 빼곡하게 놓인 누룩방이 모습을 드러냈다. 멀리서 보면 갓 반죽한 피자 도우 같다. 가까이 들여다보면 가장자리는 두껍고 가운데는 조금 얇다. 발효가 고르게 이뤄지도록 선조들이 만든 방식이다.


유 대표는 “누룩이 전부 두꺼우면 가운데까지 균이 제대로 피지 않는다”며 “수백 년 동안 이어져 온 제조 노하우가 그대로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누룩은 막걸리의 맛과 향을 결정하는 핵심 원료다. 금정산성막걸리는 지금도 밀을 반죽해 직접 누룩을 만든다. 이를 발효시켜 술을 빚는다. 찾아가는 양조장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이 누룩방인 이유다. 금정산성막걸리만의 제조방식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공간이다.


부산 금정산성막걸리는 조선 숙종 때 금정산성 축성에 동원된 석축 장인들의 새참술에서 시작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산성마을 주민들이 대대로 술을 빚으며 명맥을 이어왔다. 우리나라 민속주 1호 막걸리로 지정됐다.


금정산성막걸리의 또 다른 특징은 풍부한 유산균과 산미다. 일반 막걸리보다 신맛이 살아 있는 것이 특징이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식초로 변할 정도로 발효력이 강하다. 첨가물로 맛을 맞추기보다 자연 발효를 거쳐 만들어지는 전통주의 특징이 남아 있는 셈이다.


유청길 금정산성토산주 대표가 직접 빚은 누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소희 기자

양조장 곳곳에는 이런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누룩방과 발효실, 숙성 공간은 물론 민속주 지정 과정과 금정산성막걸리의 역사를 소개하는 전시 공간도 마련돼 있었다. 술 한 병을 만드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콘텐츠가 된 모습이었다.


특히 이곳을 이끄는 유 대표는 대한민국 막걸리 명인 1호다. 수십 년 동안 전통 제조법을 이어오며 금정산성막걸리의 명맥을 지켜온 인물이다. 그는 시설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누룩 모양, 발효 방식, 산성마을의 역사까지 차례로 설명했다.


과거 양조장은 술을 만드는 곳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제조 과정과 역사, 공간, 체험 프로그램까지 함께 보여주는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술맛만으로는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기 어려워진 만큼 양조장마다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특색을 갖추려는 흐름이다.


금정산성막걸리도 단순히 술을 빚는 공간을 넘어 체험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누룩방처럼 제조 과정 자체가 볼거리가 된다. 산성마을 역사와 민속주 지정 과정이 양조장 설명으로 이어진다. 술을 생산하는 공간이 지역 이야기를 전하는 문화공간으로 확장되는 셈이다.


유 대표에 따르면 지난해 금정산성막걸리 양조장을 찾은 외국인 방문객은 1000명을 넘었다. 최근에는 이탈리아 출신 유명 셰프도 양조장을 방문해 누룩방과 제조시설을 둘러봤다고 한다. 국내 방문객뿐 아니라 외국인에게도 직접 누룩을 보고 술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듣는 경험 자체가 콘텐츠가 되고 있다.


유 대표는 “술맛만으로는 사람들을 부르기 어렵다”며 “양조장마다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자기만의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금정산성막걸리는 누룩방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색”이라며 “어느 양조장에 가도 다 똑같은 방식이면 기억에 남기 어렵다. 제조 방식이든 역사든 체험 프로그램이든 자신만의 볼거리를 갖춰야 다시 찾는 공간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청길 금정산성토산주 대표가 금정산성, 산성마을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소희 기자

농림축산식품부도 이런 흐름에 맞춰 ‘찾아가는 양조장’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찾아가는 양조장은 지역의 우수 양조장을 전통주 체험·관광과 연계한 복합 문화공간으로 육성하는 사업이다. 2013년 2곳으로 시작해 올해는 69곳까지 늘었다.


신규 선정 양조장은 주류와 관광 분야 맞춤형 컨설팅을 통해 체험장·판매장 환경 개선, 체험 프로그램 개발, 홈페이지 등 홍보 시스템 구축, 지역사회 연계 관광 상품화 등을 지원받는다.


올해부터는 제도 운영 방식도 바뀌었다. 기존에는 신규 선정 이후 2년간 컨설팅을 집중 지원하고 이후 일부 행사 비용을 지원하는 방식이었다. 앞으로는 선정 유효기간 3년 제도를 도입한다. 유효기간이 끝난 양조장은 재선정 평가를 받도록 했다. 농식품부는 이를 통해 신규 양조장의 진입 기회를 넓히고, 기존 양조장도 체험 콘텐츠와 공간 경쟁력을 계속 점검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찾아가는 양조장 사업은 지역 연계성을 살린 특색 있는 공간과 체험 프로그램을 갖추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라며 “올해부터는 유효기간 3년 제도를 도입해 새로운 양조장을 재선정하는 제도로 바꿨다. 특색 있는 양조장들이 새로 진입하고, 기존 양조장들도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고민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도 찾아가는 양조장이 지역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속 지원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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