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조 부채 짊어진 경기도, 민선 9기 출범 전 '재정위기 봉착'…사상 최대 '감액 추경' 직면
입력 2026.06.22 12:20
수정 2026.06.22 15:57
김영진 경기준비위 부위원장 "마이너스 통장 한도까지 쓴 심각한 상황"
"부동산 취등록세 3조 증발에 불교부단체 패널티 겹쳐"
김영진 경기준비위 부위원장이 22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준비위 제공
경기도가 7조 원이 넘는 기록적인 누적 채무를 안은 채 사상 초유의 재정 위기 국면에 진입했다. 들어오는 세입은 얼어붙었는데 쓸 돈은 매년 불어난 결과로, 당장 올해 추진해야 할 사업조차 재원이 부족해 예산을 짜지 못하는 실정이다. 특히 이번 재정 마비 사태는 곧 출범할 민선 9기 추미애 당선인의 핵심 공약 사업들까지 시작 전부터 전면 재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는 2023년까지만 해도 안정적인 건전 재정 기조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2024년부터 올해 2026년까지 최근 3년간 세수 감소와 지출 증가가 동시에 겹치면서 재정 균형이 급격히 무너졌다. 도는 부족한 곳간을 메우기 위해 통합 재정 안정화 기금과 차입금, 지방채를 발행해 왔고 그 결과 누적 채무는 어느덧 7조 원을 돌파했다. 지난해에는 20년 만에 지방채를 발행하기까지 했다.
이에 대해 김영진 '공정·혁신·포용 경기준비위원회' 부위원장은 "만일을 위해 쌓아두었던 적금을 해약해 쓰고 마이너스 통장을 한도까지 다 당겨 쓴 뒤 담보 대출까지 받아 쓴 상황"이라고 현 재정 상태를 비유했다. 그러면서 "곳간을 열어봤더니 빈 문서가 가득하다"며 "과거 이재명 대통령이 성남시장 시절 모라토리엄(지불유예)을 선언했을 때의 심정이 이와 같았을 것"이라며 사태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실제 경기도가 올해 쓸 수 있는 가용 재원은 다른 세원까지 급하게 당겨와 겨우 맞춘 1조 원을 포함해 총 3조 5000억 원 안팎이다. 이마저도 이미 기존 사업들에 묶여 있어 사실상 집행 여력이 없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미 확정된 도 사업 중 3000억 원 규모는 재원이 없어 올해 본예산에 편성조차 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비상금 역할을 해야 할 통합 재정 안정화 기금은 단 1300억 원만 남기고 고갈됐으며, 올해 지방채 발행 역시 한도액의 77%인 7200억 원을 이미 소진해 추가 발행 여력은 2000억 원에 불과하다. 결국 도는 1995년 본격적인 지방자치 시대가 열린 이후 최대 규모인 약 7000억 원 수준의 '감액 추경'을 단행해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이처럼 도 재정이 파탄 지경에 이른 일차적 원인은 부동산 취등록세가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경기도 연간 지방세 수입 16조 원 중 절반인 8조 1000억 원이 부동산 취등록세에서 나온다. 중앙정부의 대출 규제(LTV·DTI)와 도내 주요 도시들의 '토지거래허가구역 묶임'으로 부동산 거래가 얼어붙자, 2022년 11조 원에 달하던 취득세는 올해 8조 1000억 원으로 2조 9000억 원이나 급감했다. 반면 경기도 인구(1420만 명) 유입에 따른 복지 비용과 지출은 매년 상승해 총지출 규모가 40조 원까지 비대해진 것이 부채 가속화로 이어졌다는 것이 김 부위원장의 설명이다.
정부의 교부세 배분 방식도 재정난의 원인으로 꼽힌다. 경기도는 서울시와 함께 중앙정부로부터 보통교부세를 받지 못하는 '불교부단체'로 지정돼 있다. 이 때문에 국가적으로 반도체 산업이 호황을 맞아 정부 세수가 늘어나고 타 지자체들이 교부세 혜택을 누릴 때도, 정작 반도체 공장이 밀집한 경기도는 단 한 푼의 보통교부세도 배분받지 못하는 역차별을 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방세 구조를 당장 바꿀 수 없는 상황에서 화살은 오는 7월 1일 취임하는 민선 9기 추미애 당선인의 도정으로 향하고 있다. 당선인이 선거 과정에서 제시했던 수많은 공약 사업 역시 막대한 예산이 수반돼야 하지만, 현재 경기도 곳간으로는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추 당선인은 선거 당시 경기도가 불교부단체로 지정되어 역차별받는 대목을 강하게 지적하며 세제 개편을 강조한 바 있었다.
이에 따라 준비위는 국가를 상대로 보통교부세 산정 방식 체계를 개편하도록 촉구하고 국회와 협력해 법 제도를 정비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대기업들이 벌어들이는 법인지방소득세가 일부 시·군에만 귀속되는 현 제도를 개선해 도 재정으로 일부 환원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제도 개선이 이뤄지기 전까지 추미애 당선인의 공약 사업들은 대대적인 속도 조절 및 우선순위 재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준비위는 도민의 삶과 직결되지 않은 사업은 과감히 배제하고 보조율을 낮추는 등 강력한 세출 구조조정을 민선 9기 도정의 예산 원칙으로 권고했다.
김 부위원장은 "준비위 각 분과에 공약 사업 등 많은 사업이 올라와 있지만, 재정 상황에 맞게 우선순위를 정해 진행할 수밖에 없다"며 민선 9기 출범과 동시에 지출 감축이 시작될 것임을 명확히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