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승자는 美, 협상 승자는 이란?…MOU 손익계산서 따져보니
입력 2026.06.20 09:00
수정 2026.06.20 09:00
"이란은 끝났다"…미국 승리론
"결국 원점으로 "…이란 승리론
정권은 살아남았다…이란 가장 큰 성과
누가 더 많이 얻었나…최종 승부는 미정
18일 이란 신문들이 미국과 이란의 종전 양해각서(MOU) 관련 소식을 비중있게 보도하고 있다. ⓒ대서양위원회(Atlantic Council) 홈페이지 캡처
미국과 이란이 전쟁 종식을 위한 양해각서(MOU)에 합의한 뒤 가장 큰 논쟁은 "누가 더 많은 것을 얻었느냐"에 집중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이 사실상 굴복했다고 주장하지만, 반대 진영에서는 이란이 정권을 유지한 채 경제적 숨통을 틔웠다고 반박한다. 미국 사회에서도 평가는 극명하게 갈린다. 미국 승리론은 "이란 군사력 약화와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강조한 반면, 이란 승리론은 "정권 생존과 제재 완화"를 핵심 성과로 꼽는다.
미국 승리론을 뒷받침하는 분석가들은 군사적 성과에 주목한다. 대니얼 바이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미국과 이스라엘은 전통적 군사 기준으로는 잘하고 있다”며 이란의 미사일 공격이 급감했고 해군·방공망·무기 생산시설이 큰 타격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마크 두보위츠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최고경영자(CEO) 역시 이번 전쟁의 결과를 미국 우세로 판단했다. 이란 핵 프로그램 전문가로 꼽히는 그는 "아무도 군사작전만으로 정권교체가 이뤄질 것이라고 진지하게 예상하지 않았다"며 "핵심은 이란의 핵·군사 역량을 심각하게 약화시키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란 정권이 살아남았다고 해서 강해진 것은 아니다"며 "이란은 더 강해진 채 전쟁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미국이 정치적·외교적으로 완전한 승리를 거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군사적 측면에서는 이란의 공군·해군·방공망·미사일 전력이 크게 훼손했다고 평가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18일 영상 연설에서 미국과 맺은 종전 양해각서(MOU)를 국민에게 보이고 있다. ⓒ텔레그렘 캡처
반면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정반대 평가를 내놓았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NBC뉴스 인터뷰에서 "우리는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왔거나 어떤 면에서는 더 나쁜 위치에 있을 수도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결국 2015년 핵합의(JCPOA)와 유사한 협상 구조로 돌아왔다고 비판했다.
공화당 내부 비판론자인 로저 위커 상원 군사위원장 역시 결과적으로는 이란에 유리한 합의라고 보고 있다. 위커 위원장은 이번 MOU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원래 목표와 맞지 않는다"며 특히 3000억 달러(약 454조원) 규모 재건 기금과 제재 완화 가능성을 우려했다.
이란 승리론자들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정권 생존이다. 전쟁 초기만 해도 미국과 이스라엘 내부에서는 정권 교체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현재 이란 최고지도부와 정권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더구나 MOU에는 원유 수출 재개, 동결 자산 활용, 제재 완화 논의가 포함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은 이란이 핵 문제 협상에 협조할 경우 동결 자산 해제와 일부 제재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 가디언 역시 이번 합의가 사실상 전쟁 이전 상태로의 복귀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정권 교체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제한, 이란의 역내 영향력 축소 같은 내용은 합의문에 포함되지 않았다.
호르무즈 해협 반다라 압바스 해군기지. 2월 26일(왼쪽)·3월 2일(오른쪽) 촬영.ⓒ알자지라 홈페이지 캡처
결국 이번 MOU를 둘러싼 논쟁의 핵심은 '무엇을 승리로 볼 것인가'에 달려 있다. 미국은 전쟁 과정에서 이란의 군사 인프라에도 상당한 타격을 가했고 이스라엘의 안보는 강화됐다. 이란의 핵 개발 속도도 지연시켰다.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서는 당초 목표였던 안보·군사적 성과를 상당 부분 달성한 셈이다.
반면 이란 역시 예상 밖의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권은 유지됐고, 원유 수출 정상화와 제재 완화 협상의 문도 열렸다. 무엇보다 핵 프로그램의 완전 폐기나 정권 교체 같은 미국 측의 최대 목표는 합의문에 포함되지 않았다. 전쟁 이후에도 이란은 미국과 대등한 협상 당사자로 남게 됐다.
따라서 현재까지의 손익계산서를 종합하면 미국은 군사·안보 분야에서, 이란은 외교·경제 분야에서 각각 우위를 점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향후 60일간 진행될 후속 핵 협상에서 검증 체계와 제재 완화 조건이 어떻게 정리되느냐에 따라 승패의 무게추는 다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 자료: 로이터·NBC뉴스·가디언·뉴욕포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