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NTE, 韓 쌀·대두 TRQ 문제 제기…제도운영까지 압박
입력 2026.06.12 14:05
수정 2026.06.12 14:05
GE 표시제·MRL도 쟁점 부상…국내 정책 변화 통상 현안화
농경연 “제도 운영 투명성·과학 기반 대응 논리 정비 필요”
한국의 쌀, 대두 수입 현황 그래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미국이 한국 농업 분야 비관세장벽에 대한 문제 제기 범위를 제도 운영 전반으로 확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쌀·대두 저율관세할당(TRQ) 운영 방식부터 유전자편집(GE) 표시제, 잔류허용기준(MRL)까지 국내 정책 변화가 통상 현안으로 직결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2026년 미국 국별무역장벽 보고서(NTE), 한국 농업부문 통상 이슈와 대응 방향' 보고서를 통해 올해 NTE 보고서가 기존 검역·위생조치(SPS) 중심의 문제 제기를 넘어 국내 정책 설계와 제도 운영 방식까지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다고 분석했다.
NTE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매년 발간하는 보고서로 미국 수출과 투자에 영향을 미치는 각국의 무역장벽을 정리한 자료다. 최근에는 단순 현황 기록을 넘어 향후 통상 협상 의제를 발굴하고 상대국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되는 성격이 강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보고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TRQ 운영 문제 제기다. 과거에는 제도의 존재와 구조를 설명하는 수준에 머물렀지만 올해는 투명성, 예측 가능성, 시장기반성 등 실제 운영 방식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쌀 TRQ와 관련해 가격상한(price ceiling) 산정 방식의 불투명성과 밥쌀용 쌀 경매 중단 문제를 지적했다. 이러한 운영 방식으로 인해 미국산 쌀이 안정적으로 밥쌀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고 상당량이 주류 제조용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대두도 통상 이슈로 부상했다. 정부가 전략작물직불제와 연계해 식용 Non-GMO 대두의 추가 연간 쿼터를 종료한 정책 변화를 언급하며 미국산 대두 수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미국이 해당 조치를 국내 농업 지원정책이자 시장 접근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으로 판단해 통상 현안으로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위생·검역 분야에서는 유전자편집(GE) 표시제가 새 쟁점으로 부각됐다. 지난해 말 국회가 원료 단계의 GMO 사용 여부를 표시하도록 식품위생법 개정을 추진한 데 대해 미국은 이를 수입 식품에 대한 추가 규제로 인식하고 신규 무역장벽으로 반영했다.
잔류허용기준(MRL)과 농약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PLS) 문제도 계속 제기됐다. 미국은 한국이 국제식품규격(Codex) 기준 자동 수용을 중단하고 쇠고기·돼지고기·닭고기·계란·우유·수산물 등에 국내 기준 또는 수입허용기준만 적용하는 것을 시장 접근 제한 요소로 보고 과학 기반 기준 설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미국의 문제 제기가 개별 품목 수준을 넘어 국내 제도 운영과 정책 설계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농경연 측은 분석했다. 실제로 GE 표시제 확대나 대두 수입 정책 변화처럼 국내 입법·정책 변화가 곧바로 통상 이슈로 연결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농경연은 최근 NTE 보고서의 성격이 변화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과거에는 국가별 무역장벽 현황을 정리하는 수준이었다면 최근에는 시장 접근 확대를 위한 협상 수단으로 활용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이 관세를 협상 지렛대로 활용해 비관세장벽 완화와 시장 개방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향후 NTE 보고서에 포함된 사안들이 한·미 통상 협상 의제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농경연 측은 보고서를 통해 “쌀 등 민감 품목의 TRQ 운영 투명성을 높이고, 검역과 MRL 등 비관세조치에 대해서는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방어 논리를 보다 체계적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국내 정책이나 입법 추진 과정에서 WTO 협정과 한·미 FTA와의 정합성을 사전에 검토해야 한다”며 “노동권이나 공급망 규제와 같은 새로운 통상 리스크에 대한 관리 체계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