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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M 공급전서 맞춤형 개발로…삼성·SK, 엔비디아 협력 주목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입력 2026.06.10 11:34
수정 2026.06.10 11:34

SK하이닉스, AI 팩토리용 차세대 메모리 공동개발 공식화

삼성전자, HBM·파운드리 중장기 협력 가능성 주목

엔비디아 차세대 플랫폼 확산에 맞춤형 메모리 대응 중요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젠슨황 엔비디아 CEO가 8일 서울 종로구 서린빌딩에서 열린 공동 브리핑에서 발표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방한 이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엔비디아 협력 구도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 양사의 경쟁이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물량과 양산 속도에 집중됐다면, 앞으로는 엔비디아 차세대 플랫폼에 맞춘 메모리 공동개발과 맞춤형 제품 대응이 더 중요해질 전망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이번 방한 기간 국내 주요 기업들과 AI 팩토리와 차세대 반도체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여전한 핵심 파트너로 거론됐다. AI 가속기 성능을 높이기 위해서는 GPU뿐 아니라 HBM을 비롯한 고성능 메모리와 첨단 패키징, 안정적인 생산 역량이 함께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AI 팩토리는 AI 모델을 학습·추론하고 이를 서비스로 구현하는 차세대 인프라다. 단순 데이터센터가 아니라 GPU, CPU, 메모리, 네트워크, 스토리지, 전력·냉각 시스템이 함께 맞물리는 구조다. 엔비디아가 AI 팩토리 생태계를 키울수록 메모리 기업의 역할도 단순 납품에서 플랫폼별 맞춤형 개발로 넓어질 수밖에 없다.


SK하이닉스는 가장 구체적인 협력안을 내놨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와 다년 기술 파트너십을 맺고 AI 팩토리 인프라에 적합한 차세대 메모리를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협력 대상에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플랫폼인 베라 루빈 AI 슈퍼컴퓨터와 베라 CPU, RTX 스파크 PC, 젯슨 토르 로보틱 컴퓨팅 플랫폼에 들어갈 메모리 개발이 포함됐다.


이는 기존 HBM 공급 관계보다 협력 범위가 넓어진 것이다. 완성된 메모리를 납품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엔비디아의 제품 일정과 요구 사양에 맞춰 메모리 개발 단계부터 협력하는 구조다. SK하이닉스가 고객 맞춤형 HBM인 cHBM과 HBF, 3D 적층 D램 등을 차세대 메모리 전략으로 제시하는 것도 이 같은 흐름과 맞닿아 있다.


SK그룹 차원에서는 SK텔레콤의 역할도 더해졌다. SK텔레콤은 엔비디아 DSX 플랫폼을 기반으로 AI 클라우드와 AI 팩토리 구축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SK하이닉스가 메모리 공급과 개발을 맡고, SK텔레콤이 AI 클라우드 인프라를 담당하는 방식으로 그룹 내 협력 범위가 넓어지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도 엔비디아와의 협력 확대 가능성이 거론된다.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 부회장은 황 CEO와 별도 회동을 갖고 차세대 반도체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전 부회장은 회동 이후 엔비디아와 장기 협력에 대해 폭넓게 논의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방한을 계기로 구체적인 공동개발 계획을 발표하지는 않았다. 다만 전영현 DS부문장 부회장이 황 CEO와 별도 회동한 만큼, 시장의 관심은 차세대 HBM과 파운드리 협력 가능성에 쏠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와 파운드리, 첨단 패키징을 함께 보유하고 있어 엔비디아가 공급망 다변화나 차세대 AI 칩 생산 협력을 검토할 경우 협력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플랫폼이 확산될수록 HBM 경쟁도 단순 공급량 중심에서 고객 맞춤형 개발 경쟁으로 옮겨갈 것으로 보고 있다. AI 가속기 구조와 전력 효율, 데이터 처리 방식에 따라 필요한 메모리 사양이 달라지는 만큼, 고객사와의 초기 개발 협력이 중요해지고 있어서다.


엔비디아와의 협력 확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HBM 이후 수요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다. 하지만 엔비디아 생태계에 깊게 들어갈수록 특정 고객과 플랫폼에 대한 의존도도 함께 커질 수 있다. AI 팩토리 확산이 국내 반도체 산업의 성장 기회가 되기 위해서는 엔비디아와의 밀착뿐 아니라 다른 AI 칩 생태계까지 대응할 수 있는 고객·제품 다변화가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젠슨 황 CEO의 방한은 국내 메모리 업계가 엔비디아 AI 생태계에 더 깊게 편입되는 계기가 됐다"며 "SK하이닉스는 공동개발을 앞세워 협력 범위를 넓혔고, 삼성전자는 HBM과 파운드리 역량을 기반으로 중장기 협력 가능성을 남겼다. 이후 경쟁은 엔비디아와의 협력 속도를 높이는 동시에, 특정 플랫폼에 과도하게 쏠리지 않는 대응력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따라 갈릴 전망"이라고 말했다.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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