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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어질 듯 명맥 이어가는 다인원 아이돌…성공‧실패 가른 조건 [다인원 아이돌의 공식①]

전지원 기자 (jiwonline@dailian.co.kr)
입력 2026.06.10 14:01
수정 2026.06.10 14:01

‘따로 또 같이’의 미학… 머릿수 채우기 아닌 설명 가능한 구조의 힘

다인원 아이돌은 케이팝(K-POP)에서 사라진 듯하다가도 세대가 교체될 때마다 다시 돌아와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5~7인조 안팎의 그룹이 시장 중심에 선 것처럼 보이는 시기에도, 어느 순간 10명 안팎 혹은 20명을 넘는 대형 팀이 등장한다. 여기서 다인원 아이돌의 성패는 그 많은 인원을 어떻게 나누고 연결하고 운영하느냐에 달려 있다.


트리플에스 ⓒ모드하우스

다인원 아이돌의 기준은 다양하지만, 8인 이상의 그룹이 각 파트별 분석 시 용이하다. 8인을 넘어서면 파트 분배, 센터 구성, 동선, 유닛 운영, 멤버별 인지도 확보가 팀 운영의 주요 변수가 된다. 여기에 10인 이상은 대형 다인원, 20인 이상은 초대형·플랫폼형 다인원으로 구분할 수 있다. 엔시티(NCT), 트리플에스(tripleS), 아이덴티티(idntt)처럼 멤버 수 자체보다 운영 시스템이 팀 정체성이 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케이팝에서 다인원 시스템을 가장 꾸준히 실험한 기획사는 SM엔터테인먼트다. 슈퍼주니어(Super Junior)는 2005년 12인조 프로젝트 그룹 ‘슈퍼주니어 05’로 출발했다. 이후 규현 합류로 13인 체제가 굳어졌고, 보컬 유닛 슈퍼주니어-K.R.Y., 트로트 유닛 슈퍼주니어-T, 중화권 활동 유닛 슈퍼주니어-M 등을 통해 멤버별 기능과 시장을 나누는 방식을 시도했다.


슈퍼주니어가 멤버별 역할 분산과 유닛 운영을 보여준 사례라면, 엑소(EXO)는 시장 분할형 다인원 전략의 대표 사례다. 엑소는 데뷔 당시 한국에서 활동하는 K 유닛과 중국에서 활동하는 M 유닛으로 나뉘어 아시아 시장을 동시에 겨냥했다. 하나의 브랜드 안에서 두 시장을 공략하는 방식은 다인원의 장점을 극대화한 전략이었다. 그러나 중국인 멤버들의 전속계약 분쟁과 이탈이 이어지면서 다인원·다국적 그룹이 안고 있는 계약, 국적, 시장 분할 리스크도 함께 드러났다.


SM 밖에서도 다인원 실험은 이어졌다. 그러나 인지도와 정체성은 물론 안정성까지 갖추며 끝까지 동일한 수준을 유지긴 쉽지 않다.


플레디스의 애프터스쿨(After School)은 활동 중반에 입학·졸업제도를 도입하며 주목받았다. 멤버 합류와 졸업을 통해 팀을 유지하는 방식이었지만, 멤버 변동은 팬덤 안정성과 팀 정체성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위키미키(Weki Meki), 우주소녀(WJSN), 다이아(DIA) 등 중소 기획사의 다인원 걸그룹 역시 데뷔 당시 멤버 수로 눈길을 끌었지만, 멤버별 인지도와 팀 정체성을 장기적으로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위키미키는 2024년 마지막 싱글을 끝으로 활동을 마무리했고, 우주소녀는 13인조로 출발했으나 재계약 과정을 거치며 8인 중심으로 재편됐다. 다이아도 멤버 변동과 계약 종료를 거치며 팀 활동이 사실상 정리됐다.


서바이벌 프로젝트 그룹은 또 다른 갈래다. 아이오아이(I.O.I), 워너원(Wanna One), 아이즈원(IZONE), 케플러(Kep1er), 제로베이스원(ZEROBASEONE) 등은 다인원 팬덤을 단기간 폭발시키는 데 유리한 구조를 보여줬다. 프로그램을 통해 멤버별 서사와 팬덤이 이미 형성된 상태에서 데뷔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들은 대부분 활동 기간이 정해진 프로젝트형 그룹이다. 다인원이 팬덤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지속 가능한 정식 팀 운영과는 별개의 문제라는 점을 보여준다.


세븐틴 ⓒ플레디스

그럼에도 정식 다인원 그룹의 성공 사례는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세븐틴(SEVENTEEN)은 13인조라는 대형 다인원 그룹이면서도 힙합팀, 보컬팀, 퍼포먼스팀이라는 유닛 구조와 완전체 정체성을 함께 유지해왔다. 멤버 수가 많은 팀이지만, 개별 멤버와 팀 전체가 따로 흐르지 않도록 유닛 체제를 활용한 것이다.


이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본격적인 군백기 리스크를 지워내는 핵심 생존 전략이 되었다. 데뷔 초반 '거침없이'로 독창적인 입지를 다진 후, 싱글 1집 타이틀곡 ‘파이팅 해야지’로 음악방송 8관왕을 달성한 부석순(승관, 도겸, 호시 유닛)이 대표적이다. 또한 군백기 진입 시점에 출격한 정한X원우의 싱글 ‘디스 맨’(THIS MAN)은 초동 78만 7046장을 기록하며 케이팝 역대 모든 유닛을 통틀어 최다 초동 판매량 1위라는 기록을 썼다. 이 밖에도 지난달 ‘서울재즈페스티벌’ 무대에 올라 보컬 역량을 뽐낸 메인보컬 유닛 도겸X승관과 힙합 에너지를 보여준 에스쿱스X민규 등 세븐틴은 끊임없이 유닛을 가동하고 있다. 이러한 유연한 구조는 일부 멤버의 부재 속에서도 음반 매출과 글로벌 차트 파워를 공백 없이 유지하게 만들며, 다인원 그룹이 가질 수 있는 롱런 모델을 수치와 실력으로 증명해내고 있다.


한 가요 기획사 관계자는 “다인원 그룹들은 멤버 전원이 팀을 오래 지키고 싶다는 목표와, 그러기 위해 팀 활동이 우선돼야 한다는 인식을 공유하는 편”이라며 “연차가 쌓일수록 개인의 색깔을 보여주고 싶다는 욕구가 커지는데, 세븐틴 등 다인원 그룹은 유닛 체제를 영리하게 활용해 개인과 팀의 윈윈을 도모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유닛 활동은 멤버 각자의 개성과 역량을 선명하게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고, 팀으로서는 음악적 스펙트럼을 넓히는 동반 상승 효과로 나타난다”며 “음악뿐 아니라 예능형 콘텐츠를 통해 개개인의 인간적인 매력으로 팬덤을 유입시키는 것도 다인원 그룹이 장기적으로 작동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아이덴티티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최근에는 트리플에스와 아이덴티티처럼 다인원 구조를 팬 참여형 플랫폼과 결합한 사례도 등장했다. 이들은 단순히 멤버 수를 늘리는 방식이 아니라, 유닛과 조합에서 나오는 경우의 수를 팀의 핵심 재미로 삼는다. 트리플에스는 24인조 걸그룹이라는 규모 위에 팬 투표, 유닛 조합, 디지털 오브젝트를 결합했고, 아이덴티티 역시 24인조 보이그룹으로 같은 방식을 확장하고 있다.


이러한 중소 기획사의 다인원 전략은 시장에서 압도적인 수치로 증명되었다. 트리플에스는 24인 완전체 앨범 ‘어셈블25’(ASSEMBLE25)로 초동 51만 6000장을 돌파하며 하프 밀리언셀러에 등극했고, 완전체 공백기에도 유닛 미소녀즈(msnz)는 ‘비욘드 뷰티’(Beyond Beauty) 활동을 통해 초동 36만 2000장을 쓸어 담았다. 아이덴티티 역시 첫 7인조 유닛 유네버멧(unevermet)으로 초동 33만 6000장을 기록하며 역대 보이그룹 데뷔 초동 6위에 진입한 데 이어, 후속 유닛 예스위아(yesweare)까지 함께한 완전체 활동에서는 타이틀곡 ‘프리티 보이 스웨그’(Pretty Boy Swag)로 지상파 음악방송 1위를 거머쥐었다.


모드하우스 관계자는 “트리플에스와 아이덴티티처럼 24인조 다인원 그룹을 기획한 이유는 유닛과 조합, 그 안에서 나오는 경우의 수에 대한 재미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라며 “소인원은 소인원대로의 장점이 있지만 전 세계 어디서나 볼 수 있다. 메가 사이즈 그룹은 합쳤을 때의 도파민이 있고, 팬들에 의해 결성되는 유닛이라는 늘 새로운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과거 다인원 그룹과의 차이로는 플랫폼을 꼽았다. 이 관계자는 “두 그룹은 코스모라는 플랫폼을 통해 팬들과의 접점과 유대감을 높인다”며 “코스모가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24인이라는 다인원을 운영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팬들이 직접 투표를 통해 참여하고 유닛을 구성하며 플랫폼 안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는 게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다인원 아이돌의 성공 공식은 운영 방식에 있다. 멤버가 많다는 사실은 화제성을 만들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팀을 오래 유지할 수는 없는 셈이다. 유닛, 시장 분할, 팀 서사, 팬 참여 플랫폼처럼 많은 멤버를 설명할 구조가 있을 때 다인원은 강점이 된다. 반대로 그 구조가 없다면 다인원은 장점보다 부담이 된다는 점을 전현직 다인원 아이돌들이 증명하고 있다.

전지원 기자 (jiwonli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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