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콘 밖으로 나온 아이돌…대학축제 넘어 음악 페스티벌까지 [D:가요 뷰]
입력 2026.06.04 08:23
수정 2026.06.04 08:24
팬덤 밖 관객 만나는 아이돌, 관건은 세트리스트·라이브·현장 태도
아이돌의 무대가 넓어지고 있다. 단독 콘서트와 음악방송, 대학축제에 머물던 활동 반경이 이제 대형 음악 페스티벌로 확장되는 분위기다. 해외에서는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이하 코첼라), '롤라팔루자' 같은 대형 페스티벌이 케이팝(K-POP) 아티스트의 글로벌 위상을 확인하는 상징적 무대가 됐고, 국내에서도 '서울재즈페스티벌', '뷰티풀 민트 라이프'(이하 뷰민라) 등 장르형 음악 페스티벌에 아이돌 솔로·유닛이 자연스럽게 이름을 올리고 있다.
투어스 ⓒ2025 위버스콘 페스티벌
2일 하이브에 따르면 오는 6~7일 서울 올림픽공원 KSPO돔과 88잔디마당에서 '2026 위버스콘 페스티벌'이 열린다. 위버스콘은 팬덤 플랫폼 위버스를 기반으로 한 대형 음악 페스티벌로, 실내 공연장과 야외 무대를 결합한 구조를 내세운다. 이렇듯 아이돌 팬덤을 기반으로 한 페스티벌이 하나의 공식처럼 자리 잡는 분위기다.
최근 열린 '제18회 서울재즈페스티벌'(이하 서재페)에서도 이 변화는 뚜렷했다. 첫날인 지난달 22일에는 세븐틴(SEVENTEEN) 도겸&승관이 KSPO돔 무대에 올랐고, 이튿날에는 엔시티(NCT) 태용&해찬이 관객과 만났다. 서재페는 앞서 엔시티 재현, 도영, 데이식스(DAY6) 등을 꾸준히 라인업에 포함해왔다. 뷰민라 역시 엔시티 도영에 이어 데이식스 원필 등 아이돌 출신 아티스트를 무대에 세우며, 이들이 음악 페스티벌 안에서 소비되는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해외 대형 페스티벌에서 먼저 상징화됐다. 블랙핑크(BLACKPINK)는 2019년 케이팝 가수로는 처음 코첼라에 참가해 글로벌 위상을 확인했고, 이후 에스파(aespa), 르세라핌(LE SSERAFIM), 태민 등도 무대에 오르며 팬덤 밖 관객과 만났다. 페스티벌 출연이 아티스트의 라이브 경쟁력과 글로벌 영향력을 증명하는 이정표로 받아들여지면서, 국내 페스티벌에 아이돌 솔로·유닛이 합류하는 흐름도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다.
대학축제가 팬덤 밖 20대 관객을 만나는 홍보 무대라면, 음악 페스티벌은 조금 다른 의미를 갖는다. 대학축제에서는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히트곡과 짧은 직캠, 현장 호응이 주요하게 소비된다. 반면 페스티벌은 라인업 전체를 보러 온 관객들이 여러 무대를 오가며 새로운 아티스트를 발견하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아이돌은 보컬, 밴드 편곡, 솔로·유닛 음악성을 드러낼 수 있다.
팬들도 이 변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서재페 현장에서 만난 20세 관객 A씨는 도겸&승관 무대를 보기 위해 서재페를 처음 찾았다고 했다. A씨는 “그룹의 인지도를 더 대중적으로 높이려면 이런 페스티벌에 참가하는 게 좋아 보인다”며 “단독 콘서트와는 또 다른 매력으로 개개인의 매력이 더 돋보이고, 사람들이 찾아보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평소보다 다양한 노래를 들을 수 있는 점도 장점”이라고 전했다.
페스티벌 측도 아이돌 아티스트의 라인업 합류를 장르 다양화의 흐름으로 설명했다. 서울재즈페스티벌 관계자는 “전반적으로는 라인업과 장르 다양화 차원으로 봐주면 좋을 것 같다”며 “서재페가 재즈 페스티벌이기는 하지만 음악 페스티벌인 만큼 재즈뿐 아니라 록 밴드, 팝 음악 아티스트 등 다양한 장르를 포괄하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다른 장르의 느낌으로 아이돌 팀도 섭외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재즈페스티벌 도겸&승관 무대. ⓒ데일리안 전지원 기자
이 흐름은 아이돌에게도 새로운 무대가 된다. 그룹 안에서는 퍼포먼스와 팀의 색깔이 먼저 보이지만, 페스티벌에서는 멤버 개인의 보컬 톤, 선곡, 밴드 사운드와의 호흡이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팬덤은 익숙한 멤버의 다른 얼굴을 확인하고, 일반 관객은 그룹 이름보다 무대 자체로 아티스트를 접한다. 아이돌이 페스티벌 무대에 오르는 일은 라인업 확장을 넘어 팬덤 밖에서 음악성을 다시 보여주는 과정이다.
다만 아이돌의 페스티벌 진출이 늘어날수록 무대 완성도와 현장 태도에 대한 검증도 더 엄격해질 수밖에 없다. 국내 음악 페스티벌에서는 아직 아이돌 라이브 논란이 크게 불거진 사례가 많지 않지만, 해외에서는 에스파와 르세라핌이 코첼라 무대 이후 라이브 논란을 겪으며 페스티벌 무대의 냉정한 평가를 확인한 바 있다. 단독 콘서트와 달리 페스티벌에는 팬덤 밖 관객과 장르 팬, 비평적 시선이 함께 모인다. 아이돌이 페스티벌 무대에서 계속 설득력을 얻기 위해서는 현장에 맞춘 세트리스트, 안정적인 라이브, 관객과 호흡하는 태도가 함께 요구된다.
아이돌의 무대 확장은 이미 시작됐다. 대학축제는 팬덤 밖 대중성을 확인하는 공간이 됐고, 위버스콘 같은 팬덤형 페스티벌은 아이돌 중심 축제의 시장성을 보여줬다. 여기에 서재페와 뷰민라 같은 장르형 음악 페스티벌까지 더해지면서 아이돌은 더 다양한 관객 앞에 서고 있다. 해외 대형 페스티벌이 케이팝의 위상을 증명하는 상징이었다면, 국내 음악 페스티벌은 아이돌의 라이브와 음악성을 팬덤 밖에서 확인받는 무대가 되고 있다. 그 다음 단계는 열린 무대에 맞는 라이브와 태도다. 팬덤 안에서 이미 완성된 인기를 팬덤 밖 관객에게도 설득력 있게 전달할 때, 아이돌의 페스티벌 진출은 또 하나의 활동 무대가 아니라 음악적 확장의 통로가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