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행복한 걱정"…젠슨 황 효과에 식품·외식업계 모처럼 '활기'
입력 2026.06.08 16:30
수정 2026.06.08 16:59
'삼소(삼겹살·소주) 회동' 테이블에
"나 왔다 감, 사랑·사랑·사랑" 사인
사장님도 "행복한 걱정하고 있다"
'젠슨 픽' 못 받은 곳 "부럽다" 반응도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이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의 한 식당에서 삼겹살 회동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그날(지난 5일) 분위기는 그야말로 엄청났죠. 전보다 손님들도 많아져서 행복한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5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국내 대기업 총수들의 이른바 '삼소(삼겹살·소주) 회동' 장소였던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 고깃집 '형님 저요' 사장은 8일 데일리안 취재진과 만나 이처럼 반가운 소감을 전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5일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 식당 '형님 저요' 테이블에 남긴 사인. ⓒ데일리안 김찬주 기자
황 CEO가 이곳에 방문해 자신이 앉은 자리 테이블에 남긴 사인도 화제다.
실제 이날 방문한 매장 입구 바로 앞 원형 테이블엔 영어로 "JENSEN WAS HERE, LOVE. LOVE. LOVE"(젠슨 왔다 감. 사랑 사랑 사랑)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매장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테이블은 아직 손님을 받지 않는다. 황 CEO의 사인이 지워질 수 있어 테이블 코팅을 마치기 전까지의 부득이한 조치라고 한다.
가게 사장님은 "그날 (지난 5일 삼소 회동) 분위기는 그야말로 엄청났다. 이후 손님들 반응도 좋고, 이전보다 훨씬 바빠져서 준비가 어려워지니까 오픈 준비에도 시간이 걸린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오픈 시간이 언제냐', '예약은 안 받느냐'고 물어보는 손님들이 많아졌지만, (형평성 때문에 예약은) 못 받는다. 행복한 걱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영업 시간은 오후 3시부터였지만, 실제 이 시간보다 앞선 오후 2시 50분께부터 매장 앞은 '오픈런'을 위해 대기하는 손님들로 이미 북적이고 있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5일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 식당 '형님 저요'를 방문한 뒤 사흘 뒤인 8일 오후 2시50분. 오후 3시부터 오픈하는 매장 앞에 손님들이 대기행렬을 이루고 있다. ⓒ데일리안 김찬주 기자
황 CEO의 방한 이후 잇따르는 '식(喰) 회동'에 식품·주류업계를 비롯한 자영업자들이 활기를 띄고 있다.
고물가로 소비 심리가 얼어붙은 가운데 황 CEO가 국내 주요 대기업 총수들과 잇따라 '삼소'와 '치맥' 회동에 나서면서 관련 식당과 식품·주류 브랜드들이 적잖은 홍보 효과를 누리고 있어서다.
이날 삼소 회동에서 이들 일행의 선택을 받은 소맥(소주·맥주) 조합은 하이트진로의 '테슬라'(테라+참이슬)다. 황 CEO의 지난해 방한 당시 이른바 '깐부 회동' 자리에도 테라와 참이슬이 놓였다.
시민들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국내 대기업 총수들이 지난 5일 2차 '치맥 회동'을 위해 방문한 BBQ 홍대입구점 앞에 비치된 사진을 휴대전화로 촬영하고 있다. 이날 제너시스BBQ 그룹에 따르면 홍대입구점의 지난 금·토·일 매출은 전주 동기 대비 20% 증가했다. ⓒ데일리안 김찬주 기자
황 CEO가 삼소 회동을 마친 뒤 2차로 방문한 인근 BBQ 홍대입구점도 매장 앞에 비치된 그와 대기업 총수들의 사진을 촬영한 뒤, 방문하는 사람들로 붐볐다.
이번 BBQ 치맥 회동은 사전에 조율된 공식 일정이 아닌 즉흥에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일행은 황금올리브치킨, BBQ가 자체 개발한 음료 '레몬보이', 오비맥주의 '카스' 등을 주문했다고 한다.
황 CEO 일행의 2차 BBQ 치맥회동에 따라 매장은 실제 매출 상승으로 이어졌다.
BBQ를 운영하는 제너시스BBQ에 따르면 이곳의 최근 3일간(5~7일) 매출이 전주 동기 대비 20% 이상 급증했다. 주말 피크타임에는 준비된 물량이 소진될 정도로 방문·주문 수요가 높았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후 지난 7일 두산 베어스 홈경기 시구를 위해 찾은 잠실야구장에서도 BBQ 잠실야구장점에서 '크런치 순살크래커' 박스 113개를 주문했다. 황 CEO는 시구에 앞서 "치맥보다 좋은 것은 없다"고 언급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국내 대기업 총수들이 찾은 서울 마포구 홍대 거리 '형님 저요' 인근 다른 매장 앞에 놓인 임시 간판. ⓒ데일리안 김찬주 기자
눈에 띄는 점은 '황 CEO 일행'이 방문했던 매장 인근 일부 가게는 '젠슨 황도 좋아하는 삼겹살'이라는 문구를 매장 앞에 내걸고 있었다. '반사 효과'를 노린 마케팅 전략이라는 해석이다.
'젠슨 픽'(JENSEN's PICK)을 받지 못한 식품·주류업계 일각에서는 "부럽다"는 반응도 나온다.
실제 황 CEO 방한 직전 일부 온라인 매체는 서울 성수동 소재 고깃집인 '석암생소금구이'가 삼소 회동 장소로 확정됐다고 보도했지만, 결국 홍대 '형님저요'로 바뀌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의 한 식당에서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의 삼겹살 회동 중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에 해당 브랜드를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는 일부 식품업계에서는 어쩔 수 없지만, 아쉬운 건 사실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황 CEO가 석암생소금구이 성수점을 방문한다는 소문이 진짜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너무 빨리 났기 때문은 아닌가 하는 생각은 있다"면서도 "결과적으로 선택('젠슨 픽')을 받지 못해 아쉬움은 있지만, 매출이나 영업에 타격을 줄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해당 브랜드가 언급된 자체 만으로도 바이럴 마케팅(입소문)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이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의 한 식당에서 삼겹살 회동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주류업계도 희비가 엇갈렸다.
황 CEO와 재계 총수들이 회동을 위해 둘러앉은 테이블에 어김없이 국내 주류업계 1위 하이트진로의 '테라' '참이슬', 오비맥주의 '카스'가 올라온 반면, 업계 2위 롯데칠성음료의 '처음처럼', '새로', '크러쉬', '클라우드'는 지난해 깐부 회동에 이어 올해에도 선택을 받지 못했다.
다만 롯데칠성음료 본사가 황 CEO 방문 시점에 맞춰 회동 현장을 구경하기 위해 모인 소비자들에게 '젠슨황처럼' '엔비디아처럼' 문구를 담은 '처음처럼 커스텀 스티커'를 배포하는 현장 마케팅에 나서면서 전반적인 홍보 효과를 거뒀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언론에 주요 장면으로 포착되진 않았지만, 황 CEO 일행이 앉은 삼소 회동 메인 테이블 외 주변 테이블에서는 '처음처럼'이 서빙되기도 했다.
황 CEO의 방한 이후 잇따르는 'K-푸드'와의 접점은 세계로 퍼지고 있는 우리 식문화가 글로벌 시장에 보다 자연스레 확산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빅테크 수장이 우리 치킨과 주류를 실제로 경험하고, 이에 대한 직접적 애정을 드러내고 있다"며 "이는 한국 식문화의 글로벌 문화 가치 확산에 톡톡한 기여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