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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화된 비상조치…4년 넘게 이어진 유류세 인하 [유류세 인하의 늪①]

김지현 기자 (kjh@dailian.co.kr)
입력 2026.06.08 14:16
수정 2026.06.08 14:16

국제유가·중동 전쟁에 종료 시점 연장

2022년 러·우전쟁…인하폭 37%까지

EU 등 주요국도 에너지 지원 딜레마

세수 줄고 재정 부담 커져…지원책 장기화 그늘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가격 안내 전광판이 보이고 있다.ⓒ뉴시스

‘한시적 조치’로 시작된 유류세 인하 조치가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중동 지역 긴장 고조로 유가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인하 조치를 쉽게 종료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류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국제유가가 급등한 2022년 7월 인하 폭이 37%까지 확대된 이후 축소와 연장을 반복해왔다.


한국뿐 아니라 주요국들도 에너지 가격 급등기에 세제 지원을 통해 소비자 부담 완화에 나서고 있지만, 비상 대응 수단으로 도입된 유류세 인하가 사실상 상시 정책으로 굳어지면서 세수 감소 문제도 직면하고 있다.


2021년 이후 인하·환원 반복…재정 부담 누적


정부는 휘발유·경유 유류세 인하 기간을 오는 7월 31일까지 두 달 연장하기로 했다. 유류세 인하폭은 휘발유 15%, 경유 25%로 기존 폭을 유지한다.


유류세 인하는 정유사가 석유제품 출고 시 부담하는 세금을 낮춰 소비자 가격 상승을 억제하는 정책이다. 최근 중동 지역 긴장 고조로 국제유가 변동성이 확대되고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자, 정부는 석유 최고가격제와 함께 유류세 인하 연장을 주요 대응 수단으로 선택했다.


유류세 인하 조치는 올해로 4년째 이어지고 있다. 과거에도 정부는 고유가 대응 차원에서 한시적으로 유류세를 인하한 바 있다.


앞서 정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고유가 부담을 덜기 위해 유류세를 10% 인하한 후 위기가 잦아들자 곧바로 탄력세율을 복원해 정상화했다. 2018년에도 한시적 인하 후 단계적으로 환원 절차를 밟았다.


현재의 유류세 인하 조치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공급망 불안과 국제유가 급등이 겹쳤던 2021년 11월 시작됐다. 이후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국제 에너지 시장 불안이 심화됐고, 인하 폭은 법정 최대 수준인 37%까지 확대되기도 했다.


새정부 출범 이후에도 종료 시점은 거듭 미뤄졌다. 지난해 6월 유류세 인하 조치가 종료될 예정이었지만, 이란과 이스라엘 간 갈등 등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연장이 결정됐다. 당초 세입 여건을 고려하면 지난해 하반기 중 정상화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잇따른 대외 불확실성으로 유류세 인하가 장기화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유류세 인하 조치 왜?


재정경제부.ⓒ연합뉴스

정부가 유류세 인하 카드를 쉽게 거둬들이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물가 안정과 체감경기 관리에 있다.


유류비는 가계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데다 물류·운송비와 제조원가 전반에 영향을 미쳐 전방위적인 물가 상승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비용 요인으로 꼽힌다. 유가가 오르면 주유소 가격뿐 아니라 식료품, 공산품, 외식 등 다양한 품목의 가격 인상 압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 물가 상승세도 심상치 않다. 8일 국가데이터처의 5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3.1%로 2024년 3월 이후 2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석유류 가격이 24.2%로 크게 오르며 소비자물가 인상을 견인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유류세를 정상화할 경우 소비자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 고금리·고환율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유류세 환원으로 유류 가격이 상승하면 가계 부담과 기업 비용이 동시에 확대돼 경기 회복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중동 지역 긴장 고조에 따른 국제유가 불안도 정부의 고민을 깊게 하는 요인이다. 국제유가는 지정학적 리스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으며, 원·달러 환율 역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수입 원유 가격 상승 압력이 지속되고 있다.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이날 오전 9시 기준 1555.2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17년 3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보였다.


정부 관계자는 “유류세 인하 조치는 국제유가가 국내 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보고 결정한다. 현재 최고 가격제와 같이 석유 가격의 상승 압력을 줄여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언발에 오줌누기’된 인하 조치…지속 가능성 논란


고유가 피해 지원금 사용처인 서울 영등포구 한일주유소에서 시민들이 주유를 하고 있다.ⓒ뉴시스

세수 확보와 물가 안정이라는 딜레마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글로벌 에너지 위기 당시 주요 선진국들도 급등하는 유가로 인한 소비자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대규모 세제 지원과 보조금 정책을 시행했다.


유럽연합(EU) 주요국들은 유류세를 한시적으로 인하하거나 에너지 보조금을 지급했고, 일본은 정유사에 직접 보조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휘발유 가격 급등을 억제했다.


각국 정부가 에너지 가격 충격을 흡수하며 가계와 기업의 부담을 줄이는 데 집중한 것이다. 그러나 이들 국가 역시 심각한 재정 적자와 세수 감소라는 우려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 국제유가 불안과 물가 상승 압력이 반복되면서 유류세 인하 조치를 수차례 연장해 왔다. 그 결과 소비자 부담 완화라는 효과를 얻었지만, 세수 감소에 따른 재정 부담도 함께 누적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상 조치가 4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이제는 물가 안정과 재정 건전성 사이에서 보다 명확한 출구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유류세 인하 조치는 당장 ‘언발에 오줌누기’ 정도의 효과가 있겠지만, 이것이 지속 가능한지는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세수 공백 vs 소비자부담…유류세 딜레마 [유류세 인하의 늪②]>에서 이어집니다.

김지현 기자 (kjh@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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