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묘한 균형 택한 민심…李대통령 '강공' 대신 '통합·균형' 시험대
입력 2026.06.05 06:00
수정 2026.06.05 06:00
지선 12곳 이겼지만 서울 탈환 실패로 '절반의 승리'
李 "국민 뜻 겸허하게"…청와대 내부, 당혹감 역력
부동산 정책 속도 조절 불가피…공소 취소 추진도 부담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정부 집권 1년 평가 성격을 띤 6·3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전국 16개 광역단체장 선거 중 12곳에서 승리했지만, 최대 격전지였던 서울시장 탈환에 실패했다. 민주당의 '절반의 승리'라는 평가가 나오면서,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운영 동력도 전방위적으로 탄력을 받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개표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은 부산·울산·경기·인천·강원·충북·충남·대전·세종·전북·전남광주·제주 등 12곳을 차지했다. 국민의힘은 서울·대구·경북·경남 등 4곳을 확보했다. 4년 전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17곳 가운데 12곳을 가져가며 압승했던 것의 반대의 결과다. 하지만 민주당이 최대 승부처였던 서울시장 선거에 패배하면서, 수도권 전역을 장악해 국정 드라이브에 완벽한 날개를 달겠다는 이 대통령의 당초 계획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평가다.
또 이번 지방선거와 함께 14곳에서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는 민주당이 8곳, 국민의힘이 4곳, 무소속이 1곳에서 승리했는데, 선거 실시 전에는 이 지역들 가운데 13곳이 민주당 의석이었던 만큼, 4석이 줄게 된 것도 뼈아픈 대목이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에 큰 승리를 안겨주신 국민 여러분들께 깊이 감사드린다. 국민의 현명한 선택에 감사드리고 존중한다"면서도 "서울을 탈환하지 못해 아프다"고 말했다.
청와대도 내부적으로 서울시장 선거 패배에 대한 충격과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가 읽힌다.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맞붙었던 정원오 민주당 후보는 대표적인 '명픽'(이재명 대통령이 선택한 후보)이었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 출범 1년 만에 치러진 첫 전국 단위 선거에서 각각 '내란 종식'과 '정권 심판론'으로 맞붙었던 여야 한쪽으로 민심이 확 쏠리지 않으면서 국민들이 절묘한 '견제'와 '균형'을 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선거에서 '정부 견제' 민심도 작지 않게 확인된 만큼, 청와대와 여당이 정책 입법 드라이브에 속도 조절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시장 선거 패배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부동산 정책이 지목되면서, 지방선거 이후로 예상됐던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정책 강공 드라이브에도 일부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또 이 대통령이 기소된 사건을 공소 취소할 수 있는 권한을 특검에 부여한 '윤석열 정치검찰 조작기소 진상규명 특검법안'의 국회 처리도 숨 고르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존재한다. 당초 민주당은 이 법안을 지방선거 전 통과시키려고 했지만 역풍을 우려해 선거 뒤로 미뤘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정부도 지방선거에 담긴 우리 국민들의 뜻을 겸허하게 받들어 소속 정당 여부와 관계없이 새로 선출된 지방정부와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며 "우리 정치권도 주권자가 명령한 실질적인 민생 개선과 지역 균형 발전 그리고 국민 통합에 함께 힘을 모아주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다만 이번 선거에서 여당이 부산과 울산을 탈환한 만큼, '5극 3특'(5대 초광역권·3개 특별자치도) 지역 균형 발전 정책 추진은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지방선거 이후엔 2년 간 전국 단위 선거가 없는 만큼, 이 대통령이 선거 결과에 신경쓰지 않고 각종 정부의 주요 정책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이번 지방선거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국정안정론'과 '거여 견제론 분출''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명픽'이었던 정원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의 패배, 청와대 AI(인공지능)미래기획수석을 지낸 하정우 민주당 북갑 보궐선거 후보의 낙선, 정무비서관을 지낸 김병욱 성남시장 후보의 패배 등이 있었기 때문에 사실상 이번 선거는 여권의 패배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라고 말했다.
여권 관계자는 "이제 집권 2년 차에 접어들기 때문에 이번 선거 결과로 당장 국정 운영에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 본다"며 "오히려 8월 전당대회 결과가 국정 동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