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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 용지 부족 사태에 소환된 야인시대 “국민들 뭘 알겠나, 안 나왔구나 하겠지”

김혜민 기자 (gpals4965@dailian.co.kr)
입력 2026.06.04 17:48
수정 2026.06.04 17:48

야인시대 121회 한 장면. ⓒ SBS 야인시대 갈무리

제 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계기로 과거 드라마 속 부정선거 장면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4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지난 2003년 9월 방영된 SBS 드라마 '야인시대' 121회 방송분이 빠르게 확산됐다.


재조명된 장면은 정치깡패 임화수(최준용 분)가 지난 1960년 3·15 부정선거를 앞두고 부하들과 투표용지를 빼돌릴 방법을 모의하는 내용이다.


극 중 한 부하는 "자유당은 총 투표수 중 4할을 사전투표하기로 했다"는 임화수의 말에 "그만큼 투표자들의 용지를 우리 쪽으로 빼내야 하는데 국민이 용지를 받지 못하면 가만히 있겠습니까"라고 반문한다.


이에 임화수는 "그 무식한 국민들이 뭘 알겠나. 용지가 안 나왔으면 그냥 안 나왔나 보다 하겠지"라고 답한다.


투표용지를 고의로 빼돌려 유권자의 투표권 행사를 막는다는 해당 설정은 지난 3일 발생한 실제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맞물리며 온라인상에서 다시 회자되고 있다.


다만 영상 속 '4할 사전투표'는 1960년 자유당 정권이 자행한 역사적 부정행위를 극화한 것으로, 인쇄 물량 부족이 원인으로 지목된 이번 사태와는 사실관계가 다른 별개의 사안이다.


허철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이 6·3 지방선거 본투표일인 3일 경기 과천 중앙선관위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앞서 지방선거 본투표 당일 서울 송파구·강남구·광진구 등 14개 투표소에서는 준비된 투표용지가 조기에 소진돼 투표가 일시 중단되는 일이 발생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부족분을 긴급 이송하고 현장 대기자에 한해 마감 시간 이후에도 투표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허철훈 선관위 사무총장은 3일 오후 대국민 사과문을 통해 "소중한 주권을 행사하기 위해 투표소를 찾아주신 국민께 불편을 드리고 공정한 선거 관리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한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며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서울 송파구의 경우, 유권자 수 대비 투표용지가 50% 수준만 인쇄된 것으로 파악됐다"며 "원인을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선관위의 관리 부실이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일부 주장에 불필요한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도 일제히 선관위를 질타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논평을 통해 "투표용지 부족으로 주권자의 참정권이 원천 차단당하는 사상 초유의 무능한 행정"이라며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문책을 요구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4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민주공화국에서 무엇보다 철저해야 할 선거 관리 과정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허점이 발생한 데 대해 매우 큰 유감을 표한다"며 "문제 발생 원인을 명확히 밝히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시했다.


이어 "국민의 참정권이 한 치도 훼손되는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신뢰할 수 있는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혜민 기자 (gpals4965@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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