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은 해외가 냈는데"...K푸드 업계로 번진 성과급 논쟁
입력 2026.06.02 07:26
수정 2026.06.02 07:26
오리온, 해외법인 실적 상승인데
국내법인 일부 파업예고
K-푸드 글로벌 호황기 속
업계 전반 파업 확산 우려
오리온 본사 전경. ⓒ오리온
K-푸드 글로벌 호황기 속 국내 주요 식품기업들의 해외법인 실적이 호조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오리온 한국법인 노조(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가 오는 10일 예정된 노사 임금 교섭에 앞서 '부분 파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앞서 발표된 오리온 1분기 실적 중 매출액과 영업이익 상승분의 70%는 국내가 아닌 중국·베트남·러시아 등 해외법인이 견인했지만, 한국 법인 노조에서 '보상 체감도가 낮다'며 쟁의를 예고한 것이다. 이들은 민주노총 산하의 노조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오리온 노조 소속 전국 영업사원 200여 명이 오는 4일과 5일 오전 근무를 진행한 뒤, 오후 근무는 거부하는 방식으로 부분파업에 나선다. 파업에 나서는 영업사원들은 전통 슈퍼마켓 납품을 담당하고 있다.
이번 부분 파업은 오는 10일 노사가 임금교섭을 앞둔 가운데 먼저 공개된 쟁의 예고다. 앞서 노조는 지난달 쟁의 행위에 대한 찬반 투표를 실시했고, 94.5% 찬성률로 파업권을 획득했다.
오리온 노사는 지난 1월 상견례를 시작으로 올해 임금 교섭을 시작했으나, 4월 결렬된 바 있다. 현재 노조는 ▲기본급 7.5% 인상 ▲기본급과 수당 비율 개선(6:4→7:3) 약속 이행 ▲현장 직무 보상체계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
통상 임금 협상을 위한 노사 교섭은 수차례 협의를 거쳐 진행된다. 협상이 어려운 경우 노동위원회 중재 절차를 거치게 되는데, 만약 여기서도 합의에 실패할 경우 파업이나 쟁의행위로 이어진다.
삭발식 중인 임기홍 화섬식품노조 오리온지회장.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현재 노조의 최대 불만은 회사의 실적이 증가했음에도 보상 체계가 이에 미치지 못한다는데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오리온의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9304억원, 영업익은 165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6%, 26% 늘어난 규모다. 영업이익률은 17.8%다. 통상 식품업계 실적 호조는 영업이익률 5% 수준을 기준으로 삼는다.
다만 오리온 실적이 급등한 배경은 내수 시장의 성장이 아닌 해외법인, 즉 글로벌 K-푸드 호황이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공시에 따르면 1분기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오리온 해외법인은 러시아 법인이다. 러시아 법인 1분기 매출액은 905억원, 영업이익 14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4.7%, 66.2% 상승했다.
오리온 전체 매출 및 영업이익의 규모 면에선 중국 법인의 실적이 가장 우세하다. 중국 법인 1분기 매출액은 4097억원, 영업익은 79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4.8%, 42.7% 급등했다.
베트남 법인 1분기 매출액은 1513억원, 영업익은 26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7.9%, 25.2% 늘었다.
반면 한국 법인은 내수 부진과 판매 거래처 감소, 주요 원부자재 원가 상승 등 대내외적 악재로 해외 법인에 비해 저조한 성과를 보였다.
공시에 따르면 실제 1분기 한국 법인 매출액은 2834억원, 영업이익은 48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0.4%, 4.6% 증가하는 데 그쳤다.
쟁점은 해외법인 실적 증가에 따른 성과를 한국법인 노조의 보상 요구와 직접 연결할 수 있느냐다.
통상 생산·마케팅·판매 등 전 과정은 각 현지 법인별로 이뤄지고, 공시 시즌에 따라 전체 실적에 합산된다.
이에 따라 식품업계에서는 한국법인 소속 일부 노조의 파업으로 해외로 뻗어 가는 K-푸드의 발목이 잡히게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 파업이라면 생산라인에서 시작하는 게 일반적인데 영업라인에서 오후 근무를 보이콧하는 '부분 파업'은 좀 생경하다"며 "식품업계에서 한국법인은 수출에 방점을 찍기보다 내수 시장을 중심으로 꾸려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포장재 수급 불안정, 원가도 증가, 정부 물가안정 기조로 인한 제품가격 반영 불가한 상황에 따라 내수 시장 전체가 위기"라며 "그나마 글로벌 K-푸드 호황에 해외실적이라도 낼 수 있어서 다행인데, 오리온 파업이 식품업계 전반에 퍼질 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화섬식품노조는 민주노총 소속으로 식품업계 중에서는 오리온을 비롯해 해태제과, 파리바게뜨, 던킨, 삼립, 풀무원, 동서식품, 정식품, 오비맥주 등에 조합원을 두고 있다. 조합원 수는 현재 4만5566명 수준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당사는 관계 법령에 따라 성실히 협의에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