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1년] “시장 바뀌었는데 규제는 옛날 방식 그대로”…유통업계 위기감 커졌다
입력 2026.05.29 06:30
수정 2026.05.29 06:30
생리대·PB 확대…‘물가 안정 기여엔 긍정적’
노란봉투법·의무휴업 논란…유통업계 “규제 부담 높아져”
온라인 성장세 가파른 가운데 오프라인 규제는 퇴행 ‘우려’
향후, “을 보호와 산업 경쟁력 사이 균형 필요”
이재명 대통령.ⓒ뉴시스
출범 1년을 맞은 이재명 정부의 유통 정책을 두고 업계 안팎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정부는 생활물가 안정과 소비자 부담 완화를 핵심 기조로 식품·생필품 가격 관리와 유통 구조 개선에 속도를 내왔지만, 동시에 노동권 강화와 골목상권 보호를 앞세우며 기업 경영 환경 전반에 대한 규제 기조 역시 강화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을 보호’와 ‘산업 경쟁력’ 사이의 균형이 향후 이 정부의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편의점·대형마트 산업처럼 공급망과 가맹 구조가 촘촘히 연결된 업종일수록 정책 변화의 파급력이 크고, 보호와 성장 사이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가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재명 대통령은 오는 6월 4일 취임 1주년을 앞두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6월 4일 제21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 대통령의 취임 1년을 맞아 지난 1년간의 물가 안정 정책 성과와 함께 규제 강화에 따른 산업 현장의 변화와 과제를 되짚어보는 분위기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이후 생활물가 안정과 소비자 부담 완화를 핵심 정책 기조로 내세웠다. 식품·생필품 가격 관리와 유통 구조 개선, 플랫폼 수수료 문제 등 소비자 체감도가 높은 분야를 중심으로 정책을 추진하면서 시장 변화에 막강한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입장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되는 부분은 단연 ‘물가 안정’이다. 생활필수품 가격 부담 완화와 소비자 선택권 확대 측면에서 일정 부분 성과를 냈다. 그간 프리미엄 제품 중심으로 상향 평준화됐던 생리대 시장에 중저가 제품 경쟁이 확대되며 선택지 다양화를 이끌었다.
다만 기업 입장에서는 중저가 제품 확대에 맞춘 신규 라인 운영과 가격 경쟁 심화에 대한 부담도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업계 안팎에서는 소비자 선택권 확대를 계기로 시장 자체가 세분화되고, 다양한 가격대 제품 수요가 새롭게 형성됐다는 점에서 우호적인 변화로 평가된다.
또한 정부의 기조에 맞춰 편의점·대형마트가 초저가 PB 상품과 생필품 라인업을 꾸준히 확대했다는 점도 높이 평가받는 대목이다. 1000원대 간편식과 대용량 가성비 상품, 생필품 할인 행사를 잇달아 선보이며 소비자 장바구니 부담 완화에 나섰다.
지난 4월 25일 오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주최 '열사정신 계승! CU 투쟁승리! 화물연대 총력투쟁 결의대회'가 경남 진주시 정촌면 예하리 BGF로지스 진주센터 앞에서 개최된 가운데 전국에서 모인 조합원 5000여명이 집회에 참석해 있다. ⓒ뉴시스
반면 기업입장에서 살펴보면 지난 1년간 강화된 규제 기조에 대한 부담도 적지 않다는 반응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노란봉투법 확대와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 재정비 등이 꼽힌다. 이재명 정부는 취임 직후 이 같은 정책들을 빠르게 추진해왔다. 관련 기업들은 규제 확대에 대한 부담을 호소하며 물류·유통 현장의 혼란과 투자 위축 가능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를 지속해 왔다.
실제로 최근 CU 물류 파업 사태 또한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4월 시작된 CU 물류 파업은 약 3주 만에 노사 간 잠정 합의로 비교적 빠르게 수습되긴 했지만, 전국 편의점 물류 차질과 점주 피해 논란까지 이어지며 유통 현장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대형마트 규제 역시 지속되고 있다. 김동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월 대표 발의한 유통산업발전법 일부 개정안은 기존 대형마트·준대규모점포의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제한 범위에서 온라인 배송을 제외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겉으로는 규제를 일부 완화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오프라인 영업 규제는 그대로 유지했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규제 개선과는 거리가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변화한 시장 환경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약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형마트의 위상은 빠르게 줄고 있다. 지난 3월 대형마트 매출 비중은 8.1%에 그쳤다. 2021년 15.1%였던 점을 감안하면 5년 만에 절반 수준으로 낮아졌다. 같은 달 온라인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8.1% 늘었지만 대형마트 매출은 15.2% 감소했다. SSM 매출도 8.6% 줄었다.
특히 업계에서는 최근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와 점포 구조조정, 자금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서도 대형마트 경쟁력 회복 방안보다는 의무휴업 규제 논의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온라인 중심 소비 구조가 빠르게 굳어지고 쿠팡 등 이커머스 업체들과의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오프라인 유통업체에만 기존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접근이라는 지적이다. 대형마트 산업 전반의 투자 여력과 고용 안정성까지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뒤따른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 시장 환경이 과거와 완전히 달라졌는데도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 틀은 여전히 오프라인 중심에 머물러 있다”며 “온라인 플랫폼과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규제 강화 논의만 이어질 경우 투자 위축은 물론 산업 경쟁력 약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기업들은 지난 1년간 소비자 보호와 물가 안정 정책이 일정 부분 성과를 냈지만, 동시에 산업 경쟁력 위축 우려도 커졌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어 향후 소비자 보호와 산업 경쟁력 사이 균형을 어떻게 맞추며 변화한 유통 시장 환경에 대응해 나갈지가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보호와 소상공인 권익 강화라는 정책 방향성 자체에는 공감하지만, 시장 변화 속도를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규제는 산업 활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되는 유통 환경에 맞춰 기업 투자와 경쟁력을 함께 키울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 균형을 맞춰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