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백보다 빨랐던 실망감…페라리 첫 전기차 공개 후 주가 급락
입력 2026.05.27 16:33
수정 2026.05.27 16:38
디자인 혹평에 증시서 주가 8.5% 하락 마감
페라리 첫 순수 전기차 루체.ⓒ 페라리
이탈리아 슈퍼카 브랜드 페라리가 첫 순수 전기차(EV) ‘루체(Luce)’를 공개한 뒤 디자인에 대해 혹평이 쏟아지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26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페라리 주가는 이 날 이탈리아 밀라노 증시에서 8.5% 하락 마감했다.
이러한 주가 급락 배경에는 최근 공개된 첫 전기 스포츠카 루체를 둘러싼 부정적 반응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신차 디자인에 대해 “브랜드에 대한 모욕”, “끔찍할 정도로 실망스럽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존 엘칸 페라리 회장은 “이전에는 할 수 없었던 일을 하고 싶었다”며 “더 빠르고 운전자가 정말 운전하고 싶어 하는 차를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고 설명했다.
루체는 정지 상태에서 시속 60마일(약 96㎞)까지 2.5초 이내에 도달하고 최고 속도는 시속 190마일(약 306㎞) 이상을 기록하는 고성능 모델이다. 바퀴 네 곳에 각각 모터를 배치했고 4륜 조향 시스템과 새로운 적응형 서스펜션도 적용됐다.
하지만 디자인을 둘러싼 반응은 싸늘했다. 기존 페라리 스포츠카들이 근육질 차체와 공격적인 공기 흡입구, 낮고 넓은 비율을 강조했던 것과 달리 루체는 전체적으로 매끄럽고 둥근 외형을 채택했다. 배터리가 바닥에 배치되면서 차체와 좌석 위치도 기존 모델보다 높아졌다.
루카 디 몬테제몰로 전 페라리 회장은 “우리는 전설을 파괴할 위험에 처해 있다”며 “적어도 그 차에서는 로고라도 떼어냈으면 좋겠다”고 비판했다. 이어 “최소한 중국 업체들이 베끼지는 않을 차”라고 조롱 섞인 농담도 던졌다.
업계에서는 전기 스포츠카가 완성차 업체들에 특히 어려운 과제로 꼽힌다고 본다. 내연기관 스포츠카 특유의 엔진음과 주행 감성을 전기차로 재현하기 쉽지 않은 데다 무거운 배터리가 차량 성능과 균형감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베네데토 비냐 페라리 최고경영자(CEO)는 이번에 불거진 논란에 대해 “사람들이 비전통적인 모델에 어떻게 반응할지 두렵지 않다”며 정면 돌파 의지를 드러냈다. 일각에서는 초기 반발에도 제한 판매 전략 덕분에 수익성에는 큰 타격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