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카페 왔을 뿐인데”…스타벅스 손님들 반응 엇갈린 이유
입력 2026.05.22 16:23
수정 2026.05.22 16:33
서울 여의도·명동·강남 일대 매장
빈 좌석 많지만 '한산' 정도 아냐
매장 '사과문'에 직원 "죄인 된 듯"
"피해 누가…불매의 역설 고려해야"
스타벅스 코리아의 5.18 민주화운동 폄훼 마케팅 논란이 불거진 지 닷새 째인 22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일대의 한 스타벅스 매장에 손님들이 앉아 있다. ⓒ데일리안 김찬주 기자
스타벅스 코리아의 5.18 민주화운동 폄훼 논란이 '불매'(제품을 의도적으로 구매하지 않는) 움직임으로 번지고 있다. SNS 상에는 '스타벅스가 텅텅 비었다'는 글이 게재되고 있지만, 전체 매장의 상황을 대표하진 않았다.
'탱크 데이' 프로모션 논란 이후 닷새 째인 22일. 서울 오피스·상업 중심지 일대에서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스타벅스 매장을 찾는 시민들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었다.
불매운동 이슈에도 매장은 여전히 '평온'
이날 점심 시간대 서울 주요 업무 지구인 여의도 국회 인근 스타벅스 매장 3곳을 둘러봤다. 대부분 매장에서 빈 좌석을 다수 확인할 수 있었지만, 온라인상에서 주장하는 '텅텅 비었다' 수준은 아니었다.
스타벅스 매장에서 만난 한 남성은 "카페든 식당이든 개인의 필요에 의해서 가는 것이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다고 해서 내 돈 내고 남의 눈치를 봐야하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손사레를 쳤다.
뒤이어 매장을 나온 다른 남성은 "점심 후 회사 인근 카페로 온 것 뿐"이라면서도 "오히려 이런 취재가 아무 의도 없이 매장을 찾은 사람들을 민망하게 한다고 생각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사회적 논란에 대한 의도적 외면이 아니라, 개인 선택의 자유라는 것이다.
스타벅스 코리아의 5.18 민주화운동 폄훼 마케팅 논란이 불거진 지 닷새 째인 22일. 서울 영등포구 서여의도 일대의 한 스타벅스 매장에 손님들이 앉아 있다. ⓒ데일리안 김찬주 기자
앞서 스타벅스 코리아는 지난 18일 온라인 스토어에서 텀블러 할인 행사를 진행하며 '탱크데이', '책상에 탁'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를 두고 5·18 당시 계엄군의 탱크 진입과 1987년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을 희화화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후 해당 게시물은 즉각 삭제됐고,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직접 사과문을 냈다. 정 회장은 손정현 스타벅스 코리아 대표를 곧장 해임한 뒤 "있어서도 안 되고 용납될 수도 없는 부적절한 마케팅"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사태는 온라인 상에서 겉잡을 수 없이 확산했고, 정치권까지 가세해 '불매 동참'을 독려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정용진 회장을 향해 "무릎 꿇고 석고대죄하라"고 촉구하는 실정이다.
스타벅스 코리아의 5.18 민주화운동 폄훼 마케팅 논란이 불거진 지 닷새 째인 22일. 서울 중구 명동 일대의 한 스타벅스 매장에 손님들이 앉아 있다. ⓒ데일리안 김찬주 기자
스타벅스 불매운동에 직원도 '눈치'
이후 명동역으로 자리를 옮겨 근처 또 다른 스타벅스 매장 여러 곳을 살폈다. 점심시간이 한참 지난 오후 3시 무렵이었지만 매장 안은 시민들로 북적였다. 외국인 관광객 못지않게 내국인 고객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취재진이 명동 일대 스타벅스 매장에 방문해 용기 반납 코너에 게재된 '사과문'을 휴대전화로 촬영하려는 찰나, 이를 바라 보던 계산대 직원과 눈이 마주쳤다.
이 직원은 "고객들이 매장을 이용하고 용기 반납 코너에 붙은 '사과문'을 휴대전화로 촬영한 뒤 퇴장하는 모습을 보면 뭔가 내가 죄인이 된 것 같아 가슴이 조마조마 하다"고 토로했다.
스타벅스 코리아의 5.18 민주화운동 폄훼 마케팅 논란이 불거진 지 닷새 째인 22일. 서울 중구 명동 일대의 한 스타벅스 매장에 손님들이 앉아 있다. ⓒ데일리안 김찬주 기자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일선 매장 직원들이 고객들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하소연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자신을 '스타벅스 매장 관리자'라고 소개한 이는 "이번 마케팅 참사 터지고 현장 파트너들이 피눈물 흘리고 있다"며 "본사의 지침대로 사과문을 붙이는 순간, 매장 직원들은 고객들에게 '나한테 와서 욕하세요'라고 말하는 표적판이 될 뿐"이라고 적었다.
명동 일대 다른 지점에서 만난 직원은 "아직 직원들한테 욕하거나 뭐라고 한 손님은 없었다"면서 "간혹 '힘 내시라'거나 '직원들이 무슨 잘못이 있냐'고 응원해주는 고객들도 더러 있어 감사하다"고 했다.
스타벅스 코리아의 5.18 민주화운동 폄훼 마케팅 논란이 불거진 이후인 지난 21일 서울 강남구 수서 일대의 한 스타벅스 매장에 손님들이 앉아 있다. ⓒ데일리안 김찬주 기자
일부 시민은 7년 전 국내에 확산했던 'NO 재팬' 불매 운동을 회상하기도 했다.
이날 서울 강남구 수서 일대 스타벅스에서 만난 한 남성은 "(지난 2019년) 유니클로 매장 앞에 '노 재팬'(No-Japan)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이 매장에 들어가는 사람들을 촬영하고, 공개 망신을 줬다"며 "이런 집단린치가 도대체 누구에게 도움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일본제품 불매운동'은 지난 2019년 일본 정부가 한국에 가한 경제보복에 따른 자발적 행동이다. 이에 유니클로와 아사히 등 주요 일본 소비재 브랜드의 매출이 급감했고, 국내 매장에 종사하는 직원들에 대한 구조조정이 실시됐으며, 매장 폐업으로까지 이어진 바 있다.
익명을 원한 국내 대학 사회학과 교수는 "당시 불매운동의 최종 피해자는 일본 사람보다 '대한민국 국적의 직원'이었다는 역설적 평가가 나왔던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스타벅스 마케팅 사태는 본사의 책임이 분명하지만 정치권의 말 한마디, 일면식 없는 직원들을 향한 시민들의 온라인상의 집단 공격이 사회 전체를 병들게 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