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의 신기술 금융 투자 촉진을 위한 방안
입력 2026.05.20 07:03
수정 2026.05.20 07:03
국내 카드사 신기술 금융 투자, 규모·참여 측면서 기대 못 미치는 수준
'자본규제·감독평가' 모험투자에 대한 KPI, 인허가·세제 인센티브 도입 등 필요
카드사, 본업 관련된 데이터·AI 분야 스타트업 투자 바람직
국내 카드사들이 신기술금융업 인가를 받았음에도 실제 투자는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연합뉴스
국내 카드사의 신기술 금융 투자가 기대에 미흡하다는 지적이 반복되고 있다.
8개 전업 카드사가 모두 신기술금융업 인가를 받았지만, 실제 투자 규모는 업권 전체를 합쳐도 1000억원대에 머무르고 있다.
그마저도 특정 카드사에 편중된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정부가 수년째 생산적 금융과 모험자본 공급 확대를 강조해 온 것을 감안하면, 카드업권의 신기술 투자는 부진한 편이다.
우선 현주소를 직시할 필요가 있다. 카드사는 가맹점 수수료와 카드론·현금서비스 등 전통 수익 기반이 흔들리는 가운데, 수수료 규제와 조달 비용 증가, 연체율 오름세까지 겹치며 실적 방어에 급급한 상황이다.
이런 환경에서 신기술 금융 투자는 후순위로 밀려나기 쉽다.
실제로 신기술 금융자산을 꾸준히 쌓아온 카드사는 소수에 불과하고, 대다수는 인허가만 보유한 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반면 해외에서는 카드사 등 결제 네트워크 사업자가 모험 투자를 통해 확실한 선순환을 만들어낸 사례가 적지 않다.
비자(Visa)는 전담 조직을 통해 전 세계 핀테크·전자상거래 스타트업에 전략적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여기에 비자는 생성형 AI, 임베디드 결제 등 신흥 분야에 투자를 강화하여,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있다.
비자의 입장에서는 신기술 투자가 단순한 재무적 투자가 아니라, 결제 생태계 전체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생산적 금융의 한 형태로 작동하는 셈이다.
마스터카드(Mastercard)의 ‘스타트 패스(Start Path)’ 프로그램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마스터카드는 오래전부터 전 세계 핀테크·전자상거래 스타트업을 선발해, 공동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마스터카드는 가맹점의 데이터를 결합할 수 있는 솔루션을 우선적으로 발굴함으로써, 중소상공인의 금융 접근성 개선, 디지털 상거래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벤처스(American Express Ventures)도 오픈뱅킹, 데이터 기반 신용평가, B2B 결제 등의 스타트업에 꾸준히 투자하고 있다.
이들 사례는 카드사가 생산적 금융의 핵심 플레이어가 될 수 있음을 잘 보여준다.
해외 사례의 공통점은 분명하다. 우선, 신기술 투자를 단기간의 수익성을 갉아먹는 비용이 아닌, 장기 성장축이자 전략적 사업영역으로 고려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음으로 CVC(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를 통한 지분 투자를 장기간 일관되게 운영해 왔다.
이는 모험투자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전략적 장기투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의미다.
향후 금융당국이 정책적 측면에서 가장 중요하게 지원해야 할 과제는 자본규제와 감독평가에서 카드사의 장기 모험투자에 걸맞은 별도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일정 한도 이내 투자는 손실 발생 시에도 ‘정책적·전략적 투자’로 인정하는 가이던스를 사전에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감독평가와 경영실태평가에 생산적 금융 KPI(핵심성과지표)를 반영해, 카드사의 신기술 금융 투자 규모뿐 아니라 후속 투자 유치, 일자리 창출, 공동사업 실적 등을 체계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일정 수준 이상 성과를 낸 카드사에는 신규사업 인허가·세제 측면에서 실질적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
어떤 스타트업에 투자할 것인가의 문제도 중요하다. 카드사가 가진 강점은 결제망과 데이터, 방대한 가맹점·소비자 네트워크다.
이를 살리려면, 중소상공인의 회계·재고·세무·결제를 통합 지원하는 디지털 솔루션, AI 기반 신용평가·사기탐지·채무조정 솔루션 등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 기업 등을 투자대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이런 분야는 카드사 본업의 리스크 관리와 수익 다변화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실물경제의 생산성을 높이는 전형적인 생산적 금융 영역이기도 하다.
결론적으로 카드사의 모험 투자는 개별 회사의 신성장동력 발굴을 넘어, 우리 경제의 혁신역량과 자본시장의 깊이를 키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지금의 속도와 규모로는 정책이 기대하는 카드사의 ‘생산적 금융 전환’을 이끌어 내기 어렵다.
카드사 스스로의 전략이 ‘위험을 피하는 금융’에서 ‘위험을 관리하며 감수하는 금융’으로 한 단계 진화할 때, 신기술 금융 투자는 비로소 카드사의 새로운 성장축이자 한국 경제의 미래를 여는 모험자본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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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jyseo@smu.ac.kr/rmjiseo@hanmail.net)
※외부 필진 칼럼입니다.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