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진 "기존 성장방식 바꿔야"…삼성 VD 첫 메시지
입력 2026.05.12 15:34
수정 2026.05.12 15:34
중국 저가 공세·빅테크 거실 침투에 위기감 드러내
신임 VD사업부장 첫 메시지…"사업 다시 정의해야"
하드웨어 넘어 서비스·플랫폼·AI 결합 전략 본격화
이원진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장.ⓒ삼성전자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이 'TV 제조업'을 넘어 AI 기반 플랫폼 사업으로의 전환에 속도를 낸다. 새롭게 VD사업부를 맡은 이원진 사장이 취임 일성으로 'AI 풀스택 기업'을 강조하면서다.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와 빅테크의 거실 플랫폼 침투가 동시에 거세지는 상황에서, 기존 TV 중심 전략만으로는 더 이상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위기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이원진 삼성전자 VD사업부장은 이날 임직원들에게 보낸 취임 메시지에서 "안주하지 않는 자기 성찰과 혁신을 통해 사업을 재정의하고 과감하게 도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1등이라는 위상은 시대 흐름에 맞는 부단한 혁신과 기민한 대응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성과"라며 "비록 지금 사업 환경은 엄중하지만 우리에게는 혁신 DNA와 성공 경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 사장은 구글 북미 광고솔루션 총괄과 구글코리아 대표를 지낸 서비스·플랫폼 전문가다. 2014년 삼성전자 입사 이후 TV·모바일 서비스 사업 기반 구축을 주도했고, 최근까지 글로벌마케팅실장을 맡아 브랜드와 고객 경험 전략을 총괄했다. 삼성전자가 지난 4일 그를 VD사업부장으로 전격 발탁한 것도 단순 TV 판매 경쟁을 넘어 플랫폼·서비스 중심 사업 구조 전환을 염두에 둔 인사라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이 사장은 이날 메시지에서 경쟁 구도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진단했다. 과거처럼 TV 제조사끼리 경쟁하는 시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브랜드의 추격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파워로 거실을 노리는 빅테크, 콘텐츠로 고객 시간을 점유하는 플랫폼 기업까지 경쟁 범위가 확대됐다"고 언급했다.
업계에서는 이 발언이 삼성 TV 사업이 처한 현실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고 보고 있다. TCL·하이센스 등 중국 업체들은 초대형·프리미엄 TV 시장까지 빠르게 잠식하고 있고, 반대로 애플·구글·넷플릭스·유튜브 등은 운영체제(OS)와 콘텐츠를 앞세워 거실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결국 삼성전자 역시 단순 하드웨어 경쟁에서 벗어나 AI·칩·서비스·콘텐츠를 결합한 생태계 경쟁으로 방향을 틀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이 사장이 'AI 풀스택'을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TV를 중심으로 스마트홈과 콘텐츠, AI 서비스까지 연결되는 통합 플랫폼 전략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최근 TV 사업 수익성 방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도 이 같은 변화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TV 수요 둔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 업체들의 가격 공세가 심화하면서 프리미엄 시장에서도 경쟁 압박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20년 이상 한 분야에서 1등을 유지해 온 것은 놀라운 성과"라면서도 "기존의 틀을 벗어난 혁신을 받아들이는 데 두려워하지 말자"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삼성 VD사업부가 향후 단순 TV 사업부를 넘어 AI 기반 서비스 플랫폼 조직으로 빠르게 재편될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