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펫 불다 허리 '찌릿'…화장실서 힘 주다 허리디스크?
입력 2026.05.06 11:43
수정 2026.05.06 11:51
무리한 운동, 외부 충격 외에 신체 내부 강한 복압도 허리디스크 원인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세계적인 지휘자 정명훈이 KBS교향악단 제10대 음악감독 취임 후 말러의 곡을 선보이는 첫 무대로 화제를 모은 ‘2026시즌 KBS교향악단 마스터즈 시리즈’ 공연. 말러 교향곡 5번의 시작을 알리는 트럼펫 솔로를 맡은 연주자의 얼굴에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연습이 부족해서일까? 악기에 문제가 생겼을까? 그의 연주를 방해한 것은 놀랍게도 ‘허리디스크(요추추간판탈출증)’였다.
‘2026시즌 KBS교향악단 마스터즈 시리즈’ 첫 공연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한 유튜브 영상을 보면, 트럼펫 솔로를 맡은 연주자는 공연 직전 헬스 트레이닝을 하다 허리를 다졌다. 그는 영상에서 “데드리프트 도중 난생 처음 느껴보는 고통이 찾아와 그 자리에 주저 앉았다. 통증이 가라앉지 않아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가 진단받은 허리디스크는 척추 뼈 사이에 위치한 디스크(추간판)가 탈출하거나 돌출되면서 인접한 신경을 압박, 통증이 유발되는 질환이다. 보통 외부 충격이나 잘못된 자세 등으로 발생한다. 허리의 고통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디스크가 다리까지 이어지는 신경을 자극하면 통증이 하체 전체로 번지기도 한다.
운동하다 발생한 허리디스크와 가만히 서서 트럼펫을 부는 게 무슨 연관이 있을까. 트럼펫은 악기 특성상 순간적으로 강한 호흡을 불어넣기 위해 복압을 높여야 한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척추에 가해지는 압축력과 전단력이 동시에 증가한다. 허리디스크가 있을 경우 증상을 더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는 것이다. 해당 연주자 역시 호흡을 크게 쓸 때 고통이 심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한의학계에서는 외부 충격은 물론, 신체 내부의 강한 복압도 허리디스크를 발현시키거나 허리 통증을 악화시킬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한다. 기침이나 재채기, 심지어 배변시 과도하게 힘을 주는 습관과 같은 일상생활 속 가벼운 복압 상승 움직임도 복강 내 압력을 높여 척추 추간판에 영향을 줘 허리디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대소변 장애와 같은 응급상황이 아니라면, 디스크를 제거하거나 인공 디스크로 치환하는 수술적 방법보다는 비수술 치료를 우선 시도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게 한방적 소견이다.
자생한방병원 의료진이 허리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약침 치료를 실시하고 있다. ⓒ자생한방병원
허리디스크의 비수술 치료법으로 한의학계에서는 한의통합치료를 추천한다. 추나요법, 침·약침 등을 병행하는 치료법이다.
창원자생한방병원 박종훈 병원장은 “한의통합치료는 허리디스크 환자의 통증을 완화하고 기능 회복을 촉진해 일상 복귀 시점을 앞당기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추나요법은 신체 전반을 올바르게 교정하는 수기 요법으로, 틀어진 척추의 정렬을 맞추고 관절의 균형을 되찾아 기능을 개선시킨다. 침 치료는 긴장된 허리를 이완해 혈액순환을 촉진하며, 약침 치료는 한약재 유효 성분을 주입해 염증과 통증을 빠르게 가라앉힌다.
허리디스크에 대한 한의통합치료의 유효성은 국내외 다양한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SCI(E)급 국제학술지 '임상의학저널(Journal of Clinical Medicine)'에는 자생한방병원이 중증 허리디스크 환자들을 대상으로 침 치료, 추나요법 등 한의통합치료와 일반 약물치료를 비교한 연구 논문이 실렸다.
논문에 따르면 치료 전 평균 통증숫자평가척도(NRS; 0~10)는 한의치료군이 6.25, 약물치료군이 6.65로 유사했다. 그러나 치료 종료 후 한의치료군의 NRS는 2.45까지 감소한 반면 약물치료군은 4.33으로 개선 폭이 작았다. NRS는 환자의 주관적인 통증 정도를 0~10 사이의 숫자로 표현한 척도다. 값이 클수록 증상이 심함을 의미한다. 하지방사통 역시 한의치료의 개선 효과가 50% 가량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영상 속 트럼펫 연주자처럼 순간적으로 움직일 수 없는 상황에 놓인다면, 응급침법인 동작침법(MSAT)을 추가로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동작침법은 환자에게 침을 놓은 상태에서 한의사가 환자의 능동적·수동적 동작을 유도하는 치료법이다. 경직된 근육과 인대의 긴장을 풀어 통증을 빠르게 줄여준다.
급성 허리디스크에 대한 동작침법 효과 역시 과학적으로 입증됐다. SCI(E)급 국제학술지 ‘통증(PAIN)’에 게재된 연구를 보면, 급성 디스크 환자들이 동작침법 치료 이후 30분만에 요통이 46%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진통제를 복용한 환자들의 통증 감소 폭은 8.7%에 그쳤다.
다만, 이런 비수술 치료는 반드시 생활습관 관리와 함께 이뤄져야 한다. 박종훈 병원장은 “치료 이후에도 복압을 과도하게 높이는 생활습관이나 잘못된 자세가 지속될 경우 재발 위험이 커지는 만큼, 올바른 자세 유지와 코어 근력 강화 등 생활 속 관리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