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든이 사건, '아동학대 방임' 중범죄 인식 촉매제 되길 [기자수첩-사회]
입력 2026.04.27 07:00
수정 2026.04.27 07:00
'아동학대 방임' 친부, 징역 4년6개월…법감정 괴리
1심 재판부 "사건 공범 여부·아동학대 치사 미포함"
집회 참석 시민들, '방임' 양형 기준 대폭 강화 요구
정부, 공론화·사회적 논의 거쳐 '방임' 기준 재정비
지난 23일 전남 순천시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앞에서 해든이 추모 및 아동학대 근절·법 개정 촉구 집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생후 4개월된 아들을 학대해 숨지게 한 일명 '해든이(가명) 사건' 1심 판결의 여운이 길게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과 제도 보완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 정부도 대응책 마련으로 분주하다.
'아동학대 방임'에 대한 인식 재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친부의 형량을 두고 사회적 기대에 미치지 못한단 지적과 함께 처벌 강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1심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아동학대 살해 등 혐의를 받는 친모 A씨에게 무기징역을, 아동학대 방임 등 혐의를 받는 친부 B씨에게 징역 4년6개월을 각각 선고했다. 이는 검찰 구형량인 무기징역, 징역 10년에는 미치지 못하나 대법원 양형 기준 최상한에 해당한다.
아동복지법 제71조에 따르면 아동의 신체에 손상을 주거나 건강 및 발달을 해치는 신체적 학대 행위나 정서적 학대 또는 방임행위를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단, 아동학대 방임으로 아동이 다치거나 사망에 이를 경우 형량이 대폭 강화된다. 만일 방임으로 아동을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아동의 생명에 위험이 발생하거나 불구·난치의 질병에 이르게 한 경우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법원은 B씨의 양형 이유에 대해 공소사실에 피해 아동의 직접적인 사망의 계기가 된 사건 당일 공범 여부, 아동학대 치사가 포함돼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재판부의 입장에선 B씨에게 아동학대 방임에 대한 최대한의 책임을 물은 셈이다.
당초 법조계 역시 '방임의 정도'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양형의 관건이 될 것으로 지목했다. 친부가 단순히 학대 사실만 인지하고 방치했는지, 학대로 인해 아동의 신체가 손상되거나 심지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방치했는지에 따라 처벌의 수위가 갈릴 것으로 봤다.
결국 이번 판결로 일반적인 아동학대 방임의 처벌 수위가 어느 정도인지 드러난 셈인데, 이는 국민의 법감정과 괴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선고날 법원 앞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아동 방임을 중대한 범죄로 규정하고 아동학대 치사와 아동학대 살해 범죄의 양형 기준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부는 아동학대 근절 방안을 모색하며 아동학대 살해·치사의 법정형도 강화하겠단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아동복지법 상 '아동학대 방임'이 어떻게 규정될지도 주목된다.
현행법 상 방임은 '자신의 보호·감독을 받는 아동을 유기하거나 의식주를 포함한 기본적 보호·양육·치료 및 교육을 소홀히 하는 행위'인데, 그간 '소홀히'라는 모호한 기준이 행정 대응을 어렵게 한단 지적이 제기돼 왔다. 우선 정부는 공론화와 사회적 논의를 거쳐 '방임'의 범위와 기준을 계속 정비해 나가겠단 계획이다.
해든이 사건 재판 과정에서 검사는 "부모 중 한 명이라도 피해자를 보호했다면 아이가 숨지지 않을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이 물리적인 아동학대뿐 아니라 방임에 대한 경각심과 심각성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