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삼성 '메모리'… 50주년 에버랜드, 하루를 통째로 붙잡다 [르포]
입력 2026.04.16 11:38
수정 2026.04.16 12:44
판다·튤립·서커스·사파리·불꽃쇼까지 올데이 체류형 진화
자연농원부터 50년간 누적 2억8800만명 다녀가
"삼성 DS와 함께 메모리 사업" 국내 1호 테마파크 지위
15일 직접 방문한 용인 에버랜드 '사파리월드 더 와일드'. 백호가 앉아있는 모습.ⓒ임채현 기자
반세기 동안 국민들의 추억을 쌓아온 에버랜드가 올해 50주년을 맞아 가장 화려한 봄을 선보이고 있다. 120만 송이 튤립이 가득한 정원부터 개관 10주년을 맞은 판다월드, 새단장한 사파리월드, 세계적 수준의 서커스와 스페셜 불꽃쇼까지 하루 동선 안에 모든 콘텐츠를 집약하며 '반나절 놀이공원'에서 '하루 체류형 복합 플랫폼'으로 진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5일 찾은 경기 용인 에버랜드는 평일 오후에도 봄나들이객들로 북적였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끈 곳은 올해 개관 10주년을 맞은 판다월드였다. 훌쩍 자란 쌍둥이 루이바오와 후이바오를 보기 위한 관람객들의 긴 줄이 이어졌다. 전문 카메라를 든 방문객부터 어린 자녀를 동반한 가족, 중장년층까지 세대 구분 없이 판다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푸바오 신드롬 이후에도 쌍둥이 판다가 자연스럽게 세대 교체를 이끌며 판다월드 10주년의 상징성을 더했다.
15일 직접 방문한 용인 에버랜드 '판다월드'. 푸바오 동생 루이바오가 앉아있는 모습.ⓒ임채현 기자
판다월드를 나와 포시즌스가든으로 향하면 올해 튤립축제의 상징인 '마이 스프링 팔레트'가 펼쳐진다. 튤립과 수선화, 무스카리 등 100여 종 120만 송이의 봄꽃이 정원을 가득 채우며 장관을 이뤘다. 가상과 현실이 연결되는 '인피니티 튤립 가든'은 인증사진 명소로 자리 잡았고, 밤이 되면 영국 설치미술가 브루스 먼로와 협업한 가든 라이팅이 더해져 낮과는 전혀 다른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오후 들어 그랜드스테이지 앞은 공연을 기다리는 관람객들로 빠르게 붐볐다. 캐나다 유명 서커스 제작사 엘로와즈와 협업한 '윙즈 오브 메모리'는 1000석 규모 실내 공연장을 가득 채울 정도로 높은 관심을 끌었다. 40분 동안 이어지는 콘토션과 에어리얼 폴, 러시안 스윙 등 고난도 곡예가 펼쳐질 때마다 객석에서는 박수와 환호가 끊이지 않았다. 유모차 주차장에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가족 단위 관람객 비중도 높았다.
윙즈 오브 메모리 서커스 공연.ⓒ삼성물산
사파리월드는 올해 가장 큰 변화가 느껴지는 공간이었다. 약 1년의 준비 끝에 리뉴얼된 '사파리월드 더 와일드'는 폭포와 연못, 수목, 인리치먼트 구조물을 대폭 확대해 동물 복지를 강화했다. 기존 트램 대신 40인승 EV버스를 도입해 소음과 진동을 줄였고, 덕분에 사자와 호랑이, 불곰 등 맹수의 움직임을 더 몰입감 있게 관찰할 수 있었다. 단순 동물 관람을 넘어 대기 동선부터 굿즈 구매까지 하나의 테마 경험으로 설계한 점도 눈에 띄었다.
올해 50주년 콘텐츠 전략의 핵심은 각 공간의 퀄리티 자체를 한 단계 끌어올린 점이다. 서커스는 캐나다 엘로와즈 협업 아래 태양의 서커스 경력 연출진과 배우들이 참여해 완성도를 높였고, 불꽃쇼 역시 국내외 최정상급 연출진이 참여해 단순 야간 이벤트를 넘어 하나의 대형 공연으로 격상됐다. 사파리월드 또한 대규모 리뉴얼을 통해 몰입형 관람 경험을 동시에 강화하며 재개장했다.
스페셜 불꽃쇼. '빛의 수호자들'.ⓒ삼성물산
해가 진 뒤 에버랜드의 체류형 전략은 더욱 선명해졌다. 포시즌스가든에서 펼쳐지는 스페셜 불꽃쇼 '빛의 수호자들'은 양정웅 감독의 총연출 아래 수천 발의 불꽃과 대형 오브제 드론, 3D 입체 영상, 레이저 맵핑이 결합돼 20분간 압도적인 몰입감을 선사했다. 낮에 꽃과 판다를 즐긴 방문객들이 밤까지 머물며 불꽃쇼를 기다리는 모습은 체류 시간을 자연스럽게 저녁까지 늘리려는 에버랜드의 공간 전략을 보여줬다.
1976년 개장한 자연농원 시절부터 누적 방문객은 2억8800만명에 이른다. 국내 최초 테마파크라는 브랜드 자산 위에 공연과 야간 콘텐츠, 생태형 사파리 리뉴얼을 덧입히며 정체성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 내부에서 "메모리를 만드는 곳은 DS와 더불어 에버랜드"라는 농담이 나올 정도로, 50년간 쌓인 공간 경험 자체가 브랜드 자산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다.
포시즌스 가든.ⓒ삼성물산
특히 에버랜드는 세계적으로도 드문 고위도권 야외형 대형 테마파크다. 실내 비중이 높은 해외 테마파크와 달리 날씨와 계절성이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실제 지난해는 비가 잦고 이상기후가 이어지며 성수기 집객에 적잖은 영향을 받았다. 올해처럼 봄꽃과 야간 콘텐츠를 한꺼번에 강화한 배경에는 날씨가 좋은 시즌에 최대한 긴 체류 시간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판단도 깔려 있다.
에버랜드 관계자는 "봄꽃과 판다, 사파리, 서커스, 불꽃쇼까지 한 장소에서 온종일 즐길 수 있도록 콘텐츠를 풍성하게 구성한 점이 방문객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며 "지난달 20일 튤립축제 개막 이후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50만명 이상이 다녀가며 전년 동기 대비 입장객이 20% 넘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사파리 더 와일드.ⓒ삼성물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