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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무거운 서사는 그만…5세대식으로 바뀐 남돌 세계관 [D:가요 뷰]

전지원 기자 (jiwonline@dailian.co.kr)
입력 2026.04.15 11:01
수정 2026.04.15 11:01

개별 팬덤 강화 속 세계관보다 청춘·친근함 앞세운 5세대

엔시티위시, 큐피드 설정 현실화해 가볍게 즐기는 방식으로 변주

한동안 힘이 빠진 듯했던 남자 아이돌의 세계관 중심 프로모션이 5세대 들어 다른 방식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과거처럼 긴 티저 영상과 상징, 해석 중심 서사를 전면에 내세우는 대신, 팀 자체의 청춘 이미지와 친근함 안에 세계관을 녹여 부담 없이 즐기게 만드는 식이다.


엔시티위시 ⓒSM엔터테인먼트

지난 13일 엔시티위시(NCT WISH) 정규 1집 ‘오드 투 러브’(Ode to Love)의 하이라이트 메들리 영상을 공개했다. 하나의 영상 안에 전곡 일부를 짧게 들려주는 통상적인 하이라이트 메들리와 달리, 멤버들이 대학생 콘셉트로 이어온 컴백 프로모션의 흐름을 짧은 장면들로 나눠 담는 방식으로 꾸려졌다. 단순히 신곡 일부를 들려주는 데 그치지 않고, 이번 앨범이 구축한 분위기와 설정을 자연스럽게 잇는 데 초점이 맞춰진 셈이다.


이번 프로모션이 눈길을 끄는 건 엔시티위시가 데뷔 초부터 이어온 큐피드 세계관을 가져가면서도 이를 무겁게 밀어붙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천사나 큐피드의 전형적인 콘셉트를 반복하는 대신, 현실에 떨어진 큐피드들이 기억을 잃고 대학생처럼 살아가는 듯한 흐름을 짧은 영상과 사진으로 보여주고 있다. 세계관을 이해하기 위해 긴 설명을 따라가야 하는 구조가 아니라, 몇 장의 사진과 짧은 클립만으로도 상황이 읽히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지금의 소비 방식과 맞닿아 있다.


과거 3·4세대 남자 아이돌에게 세계관은 컴백 홍보의 핵심 장치였다. 방탄소년단(BTS)은 2016년 ‘피 땀 눈물’ 프로모션 당시 소설 ‘데미안’에서 영향을 받은 상징과 서사를 멤버들에게 부여해 팬들이 깊게 해석하도록 만들었다. 세븐틴(SEVENTEEN)도 2017년 ‘울고 싶지 않아’ 컴백 당시 멤버별 티저 트레일러를 통해 상실감과 불안, 혼자 남겨진 감정을 차례로 쌓아 올렸고, 팬들은 이를 하나의 흐름으로 따라갔다. 당시에는 긴 영상과 단서를 붙잡고 해석하는 방식이었다.


반면 최근에는 흐름이 달라졌다. 긴 티저 영상과 해석 중심의 세계관보다, 팀 자체의 이미지와 청춘, 친근한 분위기가 더 빠르게 소비되는 쪽으로 무게가 옮겨갔다. 투어스(TWS), 보이넥스트도어(BOYNEXTDOOR), 라이즈(RIIZE) 등이 모두 일상 속 청춘의 모습을 전면에 내세운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엔하이픈 ⓒ빌리프랩

과거 세계관 중심 프로모션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던 방탄소년단과 세븐틴 역시 이를 예전처럼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있고,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도 7년 간의 동화 콘셉트 세계관을 정리하고 멤버들 내면에 집중하는 새로운 장으로 넘어가는 분위기다. 엔하이픈(ENHYPEN) 정도만 뱀파이어 세계관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이런 변화가 나타난 이유로 개별 팬덤 강화와 멤버 캐릭터 소비 확대를 이유로 들었다. 그는 “지금 세계관 같은 경우는 완전체를 기반으로 해서 특정 그룹의 정체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하면 지금은 개별 팬덤으로 굉장히 세분화됐기 때문에 세계관보다는 개별 캐릭터 내지는 아티스트의 입지를 더 강화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세계관이라는 게 잘못 적용되면서 너무 SF 쪽으로 가고 현실에 바탕을 두지 않았다”며 “그래서 동력을 잃었고, 차라리 개별 멤버들한테 초점을 맞추고 멤버들 사이 관계성에 더 초점이 맞춰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 평론가는 엔시티위시 사례를 두고 “제일 바람직한 케이스”라며 “세계관을 완전히 버리는 게 아니라 현실화된 세계관으로 잘 찾아가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지금 아이돌을 소비하는 세대는 일상생활, 소소한 소확행을 중시하기 때문에 굉장히 심오한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며 “딥하게 안 들어가고 재밌게 잘 풀어낸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엔시티위시는 예전 남돌식 세계관을 버리지 않으면서도, 이를 지금 팬들이 부담 없이 따라붙을 수 있는 방식으로 바꿔냈다. 긴 해석보다 짧은 장면, 거대한 상징보다 일상 속 청춘의 결이 더 앞에 놓이는 흐름 속에서 이는 5세대식으로 다시 풀어낸 남돌 세계관의 사례로 읽힌다.

전지원 기자 (jiwonli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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