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美·이란 종전 협상 끝내 결렬…“이란, 핵포기 의지 없어”
입력 2026.04.12 12:22
수정 2026.04.12 13:28
이란 “신의·성실에 협상 성공 달려…과도한 요구 자제해야”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12일(현지시간) 파스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이란과의 마라톤 종전 협상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파키스탄이 중재한 미국과 이란 간의 종전 협상이 끝내 결렬됐다. 1979년 양국이 외교관계를 끊은 뒤 이뤄진 47년 만의 최고위급 대면 회담이었지만 종전 협상이 결렬되면서 이란전쟁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더 커질 전망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12일(현지시간)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이란과 21시간에 걸친 마라톤 협상을 한 뒤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유감스럽게도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채 미국으로 돌아가게 됐다”며 “하지만 이번 협상 결렬은 미국보다 이란에 훨씬 더 나쁜 소식”이라고 말했다.
파키스탄의 중재로 열린 이번 협상은 양측이 2주간의 휴전 이후 종전 협상을 본격화하는 첫 고위급 대면 협상이었으나, 결국 양국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측은 협상 결렬의 최대인 이유로 이란의 핵 프로그램 포기 의지 부족을 들었다. 밴스 부통령은 “기존에 이란이 보유했던 우라늄 농축 시설들이 이미 파괴된 마당에 미국의 핵심 목표는 이란이 지금 당장이나 2년 후가 아닌 장기적으로 핵무기 및 이를 빠르게 제조할 수 있는 수단을 추구하지 않겠다는 분명한 확약을 받는 것”이라며 “그러나 우리는 아직 그 의지를 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어떤 부분을 수용할 수 있고 어떤 부분은 불가한지 최대한 명확히 전달했으나, 이란은 우리의 조건을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는 미국이 협상에서 제시한 ‘핵무기 및 관련 수단 추구 포기’라는 ‘레드라인’(한계선)을 이란이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밖에도 호르무즈 해협 통제아 친(親)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거점인 레바논 휴전 등도 이견차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협상 과정에서 이란의 동결 자금 문제 등 여러 현안도 함께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지만 미 고위 당국자는 미국이 이란의 동결 자금 해제에 동의했다는 이란 매체의 보도에 대해 “거짓”이라고 일축했다고 미 NBC방송이 전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성실히 협상에 임하며 상당한 유연성을 발휘했다고도 강조했다. 밴스 부통령은 “대통령은 선의를 가지고 합의 도출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 달라고 주문했고, 우리는 그대로 이행했다”며 강조했다. 그는 21시간의 협상 시간 동안 트럼프 대통령과 6~12차례 지속적으로 통화하며 상황을 공유했다고 부연했다. 브래드 쿠퍼 제독과 피트 헤그세스 전쟁부(국방부) 장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을 비롯한 국가안보 및 경제팀 전체와도 끊임없이 소통하며 협상을 조율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이날 미 플로리다주로 떠나기 전 백악관에서 취재진을 만나 “우리는 이란과 매우 심도 있게 협상을 하고 있다”면서도 “타결이 될 수도 있고 안될 수도 있다”고 밝혀, 결렬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이어 “이란과 합의가 되는지는 내게 상관 없다”며 “어떤 일이 있더라도 우리가 이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밴스 부통령은 완전히 대화의 문을 닫는 대신 “우리는 우리의 최종적이고 최선의 제안을 담은 단순한 제안서를 남겨두고 떠난다”며 “이란이 이를 수용할지 지켜볼 것”이라고 덧붙여 이란에 공을 넘겼다.
한편 이란은 “과도한 요구와 불법적 요구를 자제”하라고 미 측에 촉구했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소셜미디어(SNS)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이 외교 과정의 성공은 상대편의 진지함과 신의·성실에 달려 있다”며 “과도하고 불법적인 요구를 자제하고 이란의 정당한 권리와 이익을 수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11일(현지시간)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로 향하던 기내에서 이란의 아바스 아그라치 외무장관이 이란 마드라사 미나브에서 미군의 폭격으로 희생된 학생들의 사진을 살펴보고 있다. ⓒ EPA/연합뉴스
이란 정부의 입장은 JD 밴스 미 부통령이 이날 회담 결과를 공개하면서 이란과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밝히고 미국 복귀를 발표하기 직전 나온 것이다. 바가이 대변인은 “지난 24시간 동안 호르무즈해협과 핵 문제, 전쟁 배상, 제재 해제, 이란 및 지역 내 전쟁 완전 종식 등 주요 협상 주제들의 다양한 측면에 대해 논의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우리에게 외교는 이란 국토를 지키기 위한 신성한 지하드(성전·聖戰)의 연장”이라며 “우리는 미국의 약속 위반과 악의적 행위의 경험을 잊지 않았고 잊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두 번째와 세 번째 강요된 전쟁 동안 그들과 시온주의(이스라엘) 정권이 저지른 끔찍한 범죄를 용서하지 않을 것임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어 “이란 이슬람 공화국은 국가 이익을 확보하고 국가의 안녕을 보호하기 위해 외교를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각오”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