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은우 사태’ 반복 않으려면 ‘절세’ 단순화 필수 [기자수첩-정책경제]
입력 2026.04.13 07:00
수정 2026.04.13 07:00
정책 효율성 높이기 위한 세제 혜택
절세 넘어 탈세 수단 악용되기도
복잡할수록 절세·탈세 경계 불분명
반복되는 문제 막으려면 ‘단순’해야
ⓒ클립아트코리아
200억원 탈세 논란의 중심에 선 배우 차은우 씨가 최근 문제가 된 세금을 모두 납부했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개인 사회관계망(SNS)을 통해 “최근 저와 관련된 납세 논란으로 팬분들을 비롯한 많은 분께 실망과 혼란을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국세청의 절차와 결과를 존중하며 더 이상의 혼란이 이어지지 않도록 관련 세금을 모두 납부했다”고 했다.
소득이 있으면 세금을 내야 한다. 선택이 아니라 의무다. 많이 벌수록 더 낸다. 그게 세금이다.
세금을 내는 게 반가운 사람은 없다. 때론 땀 흘려 번 돈을 빼앗기듯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세금을 많이 내는 사람들일수록 ‘절세’에 관심을 둔다. 납부 세액이 클수록 절세 효과도 크다.
세금은 얼마를 내야 하는지 법으로 정한다. 세금 부과는 반드시 정해진 법률에 따라야 한다. 이른바 ‘조세법률주의’다. 달리 해석하면 세금은 그냥 법대로 내면 문제 될 게 없다.
그런데 정부는 ‘절세’라는 이름으로 세금을 아낄 수 있도록 한다. 법대로 내야 할 세금을 적게 낼 수 있도록 해준다. 얼핏 조세법률주의와 모순되게 느껴진다. 절세는 탈세로 이어지기 쉬운데, 정부가 왜 세금을 깎아주는 건지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정부가 절세 제도를 만드는 건 ‘정책적’ 목적 때문이다. 세금을 깎아줘서 정책 효과를 키우려는 의도다.
대표적 사례가 저출산 대책이다. 정부는 아이를 많이 낳도록 자녀 수에 따라 소득세와 재산세를 깎아준다. 어려운 소상공인을 돕기 위해 운용하는 간이과세 제도나 ‘노란우산공제’도 흔한 세제 혜택 중 하나다.
문제는 이런 절세 방법이 수없이 많다는 점이다. 그래서 너무 어렵다. 때론 정보를 아는 사람만 누리는 혜택이 되기도 한다. 소상인들도 세무사, 회계사와 같은 전문가들의 도움에 기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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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가 복잡하고 다양하다 보니 빈틈도 많다. 절세를 가장한 탈세가 이뤄지는 원인이다. 차은우 등 연예인 탈세 사건에서 자주 볼 수 있는 ‘1인 기획사’가 그렇다.
1인 기획사 탈세의 기본은 개인 소득을 법인 매출로 둔갑시키는 방식이다. 가족을 법인 직원으로 등록해 거짓으로 월급을 주거나, 법인 차량을 사적인 용도로 쓰고 법인 명의 숙소를 개인이 쓰는 경우다.
법인은 이런 방식으로 지출을 늘리고 수익을 줄인다. 줄어든 소득만큼 세금을 아낀다. 특히 소득세 절반 수준인 법인 세율을 적용받으면 절반 이상까지 아낄 수 있다.
참고로 현재 개인 소득세는 지방소득세를 포함해 최대 49.5%를 부과한다. 이를 법인세로 바꾸면 10~20% 안팎까지 줄어든다.
최근 국세청에서 대대적인 탈세 조사에 나선 대형 베이커리 카페도 탈세와 절세를 넘나드는 사례다. 대형 빵집은 중소기업 가업승계 제도를 적용받으면 최대 600억원까지 상속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빵을 직접 만들지 않는 빵집이 우후죽순 늘어난 이유다.
세계 모든 정부는 세금을 정책 도구로 쓴다. 세금을 깎아줘서 해당 정책 효과의 극대화를 노린다. 이 때문에 절세 제도는 정권과 정책이 바뀌면서 늘고 줄기를 되풀이한다.
절세의 부작용을 줄이려면 제도는 단순해져야 한다. 세법을 잘 몰라도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누구나 자신이 낼 세금을 명확하게 계산하고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세제 혜택이 복잡할수록 정보의 비대칭성은 커진다. 돈이 많거나 전문 지식이 있는 사람일수록 더 많은 돈을 아낄 수 있다. 이는 조세 정의에 어긋난다.
특정 계층이나 소수에게만 유리한 공제 혜택은 삼가는 것도 중요하다. 조세 지출은 보편적이며 공평한 방향으로 설계하는 게 기본이다.
탈세를 막는 건 ‘양심’에 호소할 게 아니라 제도로서 방지책을 만들어야 한다. 공제 범위를 줄이고 세율을 단순화하는 것, 절세를 악용하지 못하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