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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반도체 ‘인재 가뭄’…기술 패권 경쟁력 놓친다[기자수첩-정책경제]

김지현 기자 (kjh@dailian.co.kr)
입력 2026.04.13 07:00
수정 2026.04.13 07:00

2024~2028년 약 4.7만명 인력 부족

AI·반도체 산업 등 인력 수급 어려워

의대 쏠림·‘두뇌 유출’ 가속화 원인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서 연구원들이 차세대 반도체 연구를 하고 있다.ⓒ뉴시스

‘4만7000명’. 향후 과학기술 분야의 연구인력 부족 인원을 추산한 것이다.


이처럼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 속 이공계 ‘인재 가뭄’ 현상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의대 쏠림 현상이 과열되는 것과 동시에 그나마 존재하던 숙련된 인재마저 해외로 유출되는 이른바 ‘두뇌 유출’(핵심인재 유출)로 인해서다. 첨단 산업 분야의 인재 유출은 곧 국가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10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발표한 ‘초격차 산업경쟁력 확보를 위한 글로벌 기술협력 촉진방안’에 따르면 과학기술 연구인력 부족인원은 2024~2028년 4만7000이다. 이는 지난 2019~2023년 800명과 비교해 약 60배 증가한 수준이다.


특히 이공계 박사학위 취득인원은 인구 만 명당 39.0명에 불과하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49.2명보다도 한참 낮은 수준이다. 저출산 등으로 인해 과학기술인력의 수요와 공급 간 격차가 확대되고 있어 과학기술 분야의 중장기 인력수급 문제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과학기술 연구인력 부족 현상은 이미 예견된 위기였다. 오래전부터 드러난 ‘의대 쏠림 현상’은 상징적인 단면이다.


안정성과 높은 보상이 보장된다는 이유로 최상위 인재들이 의료계로 몰리고 있다. 여기에 의대 정원 확대는 이공계 중 특히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분야의 인재풀이 얇아지는데 힘을 보탠다.


정부가 이공계 정원 확대와 산업체 맞춤형 인력 양성을 위한 계약학과 신설 등의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하고 있다.


두뇌 유출도 심각한 문제 중 하나다. 두뇌 유출은 고도의 교육을 받은 고급인력이 해외로 유출되는 현상이다.


국내에서 길러낸 우수 인재가 글로벌 빅테크, 선진 연구기관 등의 안정적인 연구환경과 높은 보상을 찾아 떠나고 있지만, 국내 과학기술 현장은 상대적으로 낮은 처우와 각종 규제, 불확실한 연구환경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공계 인력 부족이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미치는 파장은 크다. 이제 기술 경쟁은 얼마나 숙련된 인재를 많이 확보하고 있는지에 달렸다. 핵심 인재가 부족하면 첨단 기술의 내재화는 늦어지고, 원천기술 확보에서도 뒤처질 수밖에 없다.


이는 곧 해외 기술 의존도 심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반도체 설계·공정, AI 알고리즘과 데이터 처리 등에서 주도권을 잃을 경우 산업 전반의 경쟁력 약화는 물론, 국가 안보와 직결된 기술 주권까지 흔들릴 수 있다.


이공계 인재 부족은 오랜 시간 축적된 결과다. 이는 곧 과학 인재를 확보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을 의미하기도 하다.


정부는 그동안 누적된 문제를 찾아 개선해야 한다. 현장에서는 연구환경 개선과 처우 혁신, 장기적 커리어 안정성이 확보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왜 이공계를 선택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정부는 명확한 답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가운데 올해 30주년을 맞은 ‘대한민국 과학축제’가 막을 올렸다. 과학축제의 주인공은 단연 과학의 미래를 이끌어 갈 청소년들이다. 정부는 학생들의 관심과 흥미를 끌어올리기 위해 다양한 체험형 프로그램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단순한 행사에 그치지 않고 이들의 호기심이 진로 선택으로, 나아가 국가 경쟁력을 떠받칠 인재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속적인 정책적 뒷받침이 뒤따라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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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기자 (kjh@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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