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0원→아파트 한 채' 가능성…삼성·SK, 보상 체계 대격변
입력 2026.04.10 11:43
수정 2026.04.10 22:42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삼성 330조원·SK 200조원
영업이익 10% 성과급 재원 활용시 각각 33조·20조
삼성, 노조 요구 반영시 1인당 최대 6억 시나리오도
인재 확보 변수로 급부상…재무 부담 우려도 공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이미지. ⓒ연합뉴스
메모리 슈퍼사이클(초호황기)에 진입한 국내 반도체 업계가 수억원대 성과급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천문학적 영업이익을 바탕으로 한 보상 구조가 재편되면서, 경우에 따라 '아파트 한 채'에 맞먹는 성과급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성과급 체계를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갈등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사측은 메모리사업부가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에서 업계 1위를 달성할 경우 경쟁사 수준 이상의 성과급 지급률을 보장하는 '특별 포상안'을 제시했으나, 노조는 일회성 조치가 아닌 제도화를 요구하며 교섭을 중단했다.
노조의 요구는 명확하다.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설정하고, 이를 '부문 40%, 사업부 60%'로 배분하는 구조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적자 사업부에는 부문 지급률의 60%만 적용하고, 연봉의 50%로 제한된 성과급 상한도 폐지해 이를 명문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조의 요구안을 시장이 예상하는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에 대입하면 규모는 단숨에 커진다. 증권가가 예상하는 연간 영업이익 330조원을 기준으로 할 경우 성과급 재원은 최대 33조원까지 확대될 수 있다. 노조가 제시한 배분 원칙을 적용하면 DS부문 직원 1인당 평균 성과급은 3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더 주목되는 대목은 이익 규모 자체가 계속 상향되고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맥쿼리증권은 삼성전자의 내년 연간 영업이익이 477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평가한다. 이를 대입하면 1인당 6억원 수준의 성과급이 예상된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는 영업이익의 약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는 구조를 운영 중이다. 이미 제도화된 구조라는 점에서 삼성전자와 대비된다. 증권가가 예상하는 SK하이닉스의 2026년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 약 200조원 수준으로, 초과이익분배금(PS) 재원은 20조원에 달한다. 이를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직원 수(3만4500여명)로 환산하면 1인당 평균 예상 수령액은 약 6억원이 도출된다.
양사의 차이는 단순한 금액이 아니라 구조에 있다. 삼성전자가 성과급을 관리 가능한 비용으로 두고 있는 반면, SK하이닉스는 이익의 일정 몫을 공유하는 방식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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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슈퍼사이클이 이제 막 초입에 진입했다는 점도 변수다. 업계에서는 향후 2~3년간 고점 구간이 이어지며 반도체 엔지니어의 누적 성과급이 10억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증권가는 이번 사이클이 2027년 정점을 찍고, 2028년부터 조정 국면에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업계는 양사의 보상 체계가 인재 확보 경쟁을 자극하는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고급 반도체 인력의 가치가 치솟는 가운데, 보상 체계 자체가 기업 경쟁력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한국 반도체·AI 인력 채용을 직접 언급한 점도 국내 반도체 엔지니어의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매일 수백수천억원의 연구개발(R&D) 및 시설 투자 비용을 집행하는 반도체 산업의 특성을 고려하면 기업의 재무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산업계 한 관계자는 "천문학적인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니 성과급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는 것도 사실"이라면서 "투자도 성과급도 천문학적인 비용이 필요한 반도체 산업에서 이익과 성과급의 균형이 기업 경쟁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