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풀리면 더 오른다?”...외식업계, 민생지원금 소식에 ‘기대 반 부담 반’
입력 2026.04.10 07:00
수정 2026.04.10 07:00
서비스 물가 상승…외식·개인서비스 주도
26조 추경…외식업계 기대·우려 교차
수요발 인플레 경계…소비 둔화 우려도
서울 종로구 종각 젊은의거리에 주류운반차량이 주류를 배달하기 위해 서 있다.ⓒ뉴시스
물가 오름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정부의 대규모 민생지원금까지 더해지며 물가 상승 압력에 대한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 외식 등 개인 서비스 부문의 가격 인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추경에 따른 유동성 공급이 겹치면 하반기 물가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6년 3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서비스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4% 상승했다. 이는 중동 사태 영향으로 상승한 공업제품(2.7%)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상승률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공공서비스 물가 상승률은 1.0%에 그친 반면 외식(2.8%)을 포함한 개인 서비스 물가는 3.2% 상승하며 전체 서비스 물가 상승을 견인했다. 최근 물가 상승 압력이 공공요금보다 민간 소비 영역에 집중되는 흐름이다.
향후 재정 지출 확대와 맞물리면 서비스 부문을 중심으로 물가 상방 압력을 더욱 키울 가능성이 크다. 추경과 같은 재정지출은 소비 여력을 직접적으로 확대해 외식·생활서비스 등 내수 중심 업종의 수요를 자극하는 경향이 있다.
시장에서는 약 26조원 규모로 추가경정예산이 집행됐을 때 물가 상승 압력을 자극할 요인으로 작용할지 주목하고 있다. 이번 추경은 국채 발행 없이 초과세수와 기금으로 재원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재정 건전성 부담은 제한적이다.
정부는 중동 전쟁 장기화로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된 상황에서, 경기 위축과 소비 급락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재정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민생경제 전반의 충격이 누적되기 전에 유동성을 공급해 소비를 떠받치고, 취약계층과 소상공인의 피해를 완화해야 한다는 논리다.
문제는 이러한 재정 확대가 물가 안정과 상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추경은 ‘돈을 먼저 풀어 수요를 키우는 정책’인데, 공급이 즉각 따라오지 못하면 그 간극이 가격 상승으로 나타난다. 공급이 못 따라오면, 시장은 가격을 올려서 초과 수요를 해소하려고 움직인다.
서울 소재 교촌치킨 매장의 모습.ⓒ뉴시스
이 같은 구조 속에서 외식업계 반응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분위기다.
우선 외식업계에서는 지원금과 같은 현금성 재정 투입이 즉각적인 소비 유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최근 고물가와 경기 둔화로 외식 수요가 위축된 상황에서, 지원금이 풀릴 경우 고객 유입이 늘며 매출 회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외식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 심리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현금성 지원은 체감 효과가 빠르다”며 “외식은 대표적인 선택 소비인 만큼 지원금이 지급되면 매장 방문으로 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7월부터 10월까지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지급되면서 주요 치킨업계는 매출 상승효과를 거뒀다.
교촌치킨은 지난해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 47.2% 증가했다. bhc와 BBQ 등도 소비쿠폰 지급 이후 일시적으로 매출이 증가했다.
특히 중소 외식업체와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단기적인 ‘버팀목’ 역할에 대한 기대가 크다. 고정비 부담이 높은 구조에서 매출이 조금만 회복돼도 손익 개선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배달·포장 중심으로 버텨온 매장들은 오프라인 수요가 일부 회복될 수 있다고 바라보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최근 가격 인상 이후 고객이 줄어들었는데 지원금이 풀리면 최소한 방문객 감소 흐름은 완화될 수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숨통을 틔워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반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단기적으로 수요가 늘더라도 인건비·식자재·임대료 등 고정 비용 부담이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늘어난 수요가 곧바로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수요 증가가 가격 인상 압력으로 이어질 경우, 소비자 부담이 커지면서 다시 수요가 위축되는 ‘반작용’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미 원재료와 에너지 비용 상승으로 가격 인상 요인이 누적된 상황에서 유동성 공급까지 더해질 경우 기업들이 이를 가격에 전가할 유인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단기적으로는 매출 회복 효과가 나타날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소비자 체감 물가를 끌어올리는 ‘수요발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재정 투입→물가 상승→소비 둔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정책 효과의 지속성이다. 일시적인 현금성 지원은 소비를 단기적으로 끌어올리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물가 상승으로 실질 구매력이 다시 줄어들 경우 소비 회복 흐름이 빠르게 꺾일 수 있다.
결국 민생 안정이라는 정책 취지에도 불구하고, 공급 측 비용 부담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요만 자극할 경우 물가 불안만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의 균형과 타이밍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또 다른 외식업계 관계자는 “지원금이 단기적으로는 매출을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지만, 원가 부담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요만 늘어나면 결국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며 “소비 진작과 물가 안정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