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퍼펙트스톰-건설] “다시 열린 중동 시장”…건설업계, 재건수주 기대에 '들썩'
입력 2026.04.10 07:30
수정 2026.04.10 07:30
미국·이란 휴전…중동 인프라 재건 사업 ‘관심’
대형 건설시장…GS·대우 등 상한가
이란 제재 완화 가능성도 ‘촉각’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알쿠즈 산업지역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 AP/뉴시스
중동 전쟁이 40일째를 맞으면서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었다. 미국과 이란이 휴전을 합의하며 숨고르기에 들어갔지만, 이미 우리 정치와 경제, 산업, 문화 전반은 고유가·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4고(高) 위기를 맞으며 충격에 휩싸였다. 중동 전쟁이 현재 우리 사회에 미친 영향과 종전 이후에도 한반도에 머무를 강력한 중동발 태풍은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바꿀지 조망해 본다. <편집자 주>
이란과 미국이 극적으로 휴전에 합의하면서 건설업계의 지역 인프라 재건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양측의 공습으로 이란과 걸프협력이사회(GCC) 소속 국가의 석유·액화천연가스(LNG) 생산 시설이 다수 파괴된 만큼 국내 건설사의 수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란과 미국은 지난 7일(현지시간)부터 2주간 휴전 후 종전을 위한 협의를 진행했다. 미국 지상군 투입 등 확전을 피하면서 당장 큰 고비를 넘겼다.
전쟁 기간 이란은 인근 지역 에너지 저장 시설에 대한 공습을 감행했다. 카타르 LNG 생산 거점인 라스라판을 비롯해 사우디 주바일 석유화학 산업단지, UAE 루와이스 석유화학 단지 등이 전쟁 중 공격을 받았다.
양측이 휴전에 돌입한 만큼 건설업계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전쟁 기간 파괴된 인프라를 복구하기 위해 각 국가가 대규모 사업을 발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늘어난 발주에 따른 국내 건설업계 수혜가 기대된다. 이전부터 삼성물산과 삼성E&A,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대우건설, DL이엔씨 등 건설사가 중동에서 여러 사업을 수행하며 신뢰를 쌓아온 만큼 다수 시설 시공사로 선택 받을 가능성이 높다.
김승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재건 프로젝트는 비용보다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파괴된 현장을 과거에 수행했던 기업에 우선적으로 맡길 가능성이 높다”며 “새로운 기업에 맡기기엔 설계 이해 등 시간이 더 걸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휴전 소식에 각 건설사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8일 종가 기준 대우건설과 GS건설은 상한가를 기록했고 DL이앤씨(25.93%)와 현대건설(21.04%) 등도 20% 이상 올랐다. 모두 중동에서 여러 사업을 수행하며 입지를 다진 회사들이다. 재건 사업 수주 기대감이 주가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이란 사우스파르스 석유화학단지. ⓒAP/뉴시스
중동 최대 시장 열릴까…이란 개방 여부도 ‘촉각’
업계 일각에서는 이란과 미국 협상 결과에 따라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가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국내 건설사들이 오랜 기간 공을 들인 이란 건설 시장이 열릴 경우 국내 건설사에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란은 핵 문제로 미국의 경제 제재를 받기 전까지 국내 건설사의 최대 고객이었다. 세계 원유 매장량 4위일 정도로 자원이 풍부해 석유화학 생산시설 건설 수요가 꾸준했다.
지난 2015년 이란 핵합의(JCPOA)로 경제가 개방되자 국내 건설사가 일제히 시장 진출 기회를 노리기도 했다.
2017년 국내 건설사 해외 수주 1위가 이란(52억 달러)이었을 정도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2위인 인도(29억 달러)와 3위 오만(20억 달러)와 비교해도 수주액이 월등했다.
계약별 금액도 컸다.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건설은 32억9000만 달러 규모 이란 사우스파12 2단계 확장공사를 수주했고, DL이앤씨(당시 대림산업)도 이스파한 정유시설 개선사업(19억4000만 달러) 시공권을 얻었다.
실제 공사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재재가 완화되면 이러한 대형 사업이 다시 한 번 추진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란 경제개방 수혜를 입을 대표적인 기업은 DL이앤씨다. DL이앤씨는 1975년 이스파한 군용시설 공사를 수주한 후 캉간 가스 정제공장, 사우스파 프로젝트 등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신뢰를 쌓아왔다. 또 국내 건설사 중 유일하게 올해 초까지 현지에 직원을 파견했을 정도로 공을 들이기도 했다.
DL이앤씨 관계자는 “현재 현지에서 진행 중인 공사는 없지만 그간 쌓아온 신뢰와 네트워크는 유지하고 있다”며 “향후 이란 경제가 개방되면 인프라 재건 사업 등에서 수혜를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건설사도 이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GS건설과 IPARK현대산업개발(HDC현대산업개발)은 이란에 지사를 설립해 시장 진출 기회를 노렸다. 2018년 이후 지사를 철수했지만 여전히 이란에 대한 관심은 여전하다.
다만 여전히 업계에서는 신중론이 우세하다. 아직 휴전일 뿐 전쟁이 끝나지 않았고, 미국이 이란 규제를 완화할지도 확실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종전까지 갈 길이 멀고 지정학정 위험도 여전한 상황”이라며 “회사에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현 상황에서 적극적인 사업 확장은 고민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란 시장 개방 여부는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으로 결정된다.
양측은 오는 10월부터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협상에 나설 예정이다. 이란은 제재 완화 등 10가지 요구에 대해 미국이 모두 수용했다고 주장했지만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 요구안 수용 여부를 언급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