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예금금리 2%대에 '발목'…한 달 새 9조원 넘게 빠져나가
입력 2026.04.09 07:15
수정 2026.04.09 07:15
자금 유치 필요성 낮아지자
은행 예금 금리 '3%벽' 무너져
갈 곳 잃은 자금은 대기성으로
서울 시내의 한 건물에서 시민들이 시중은행 ATM기기를 이용하고 있다.ⓒ뉴시스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가 연 2%대에 머물며 금리 경쟁력을 상실하자, 은행권의 정기예금이 빠른 속도로 이탈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기조 속에 은행들이 자금을 추가로 확보해야 할 유인이 사라지면서, 예금 금리 인상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 주된 원인으로 풀이된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최고금리 기준 연 2.55~2.95%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고금리 기조 속에 연 4%대를 웃돌던 예금 금리가 2%대까지 주저앉으면서, 저축을 통해 자산을 증식하려던 예테크족들의 발길이 끊기고 있는 모양새다.
상품별 금리를 살펴보면 금리 하락세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현재 5대 은행 중 가장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상품은 NH농협은행의 'NH올원e예금'과 'NH왈츠회전예금II', 신한은행의 '신한My플러스 정기예금'으로 모두 연 2.95%의 금리를 책정하고 있다.
3%대 턱걸이조차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어 우리은행의 'WON플러스예금'과 하나은행의 '하나의정기예금'이 연 2.90%를, 신한은행의 '쏠편한 정기예금'이 연 2.85%를 각각 기록하고 있다.
특히 농협은행의 'NH내가Green초록세상예금'의 경우 연 2.55%까지 금리가 떨어졌다.
이처럼 예금 금리가 낮은 수준을 유지하는데도 은행권의 인상 움직임이 더딘 것은 금융당국의 강력한 가계대출 관리 방침 때문이다.
당국은 올해에도 은행권 가계대출 총량 증가율을 1.5% 수준으로 억제하겠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상태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한 전반적인 대출 심사를 강화하며 공급 조절에 나설 방침이다.
대출 실행이 줄어들면 은행 입장에서는 대출의 재원이 되는 예금을 굳이 높은 이자 비용을 치러가며 확보할 필요가 없어진다.
대출 문턱이 높아지며 자금 조달의 필요성이 낮아진 것이 예금 금리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는 셈이다.
금리 매력이 급감하자 정기예금 잔액도 감소했다.
이들 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정기예금 잔액은 937조456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말 대비 불과 한 달 사이에 9조4332억원이 빠져나간 규모다.
앞서 지난 2월 한 달 동안 정기예금 잔액이 10조167억원가량 증가하며 뭉칫돈이 몰렸던 것과는 상반된 흐름이다.
정기예금에서 이탈한 자금은 시장의 불확실성을 반영해 언제든 인출이 가능한 투자 대기성 자금으로 옮겨가고 있다.
실제 이들 은행의 수시입출금식예금(MMDA)을 포함한 요구불예금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699조9081억원을 기록하며 한 달간 15조477억원이나 불어났다.
정기예금의 저금리에 실망한 투자자들이 자금을 회수해 주식이나 가상자산 등 수익성이 높은 곳으로 옮겨가거나, 입출금이 자유로운 통장에 돈을 묶어두고 관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최근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적절한 투자 타이밍을 노리는 대기 자금이 역대급 규모로 쌓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권 전문가들은 당분간 예금 금리가 반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가계대출 규제가 여전히 강고한 데다 주식시장 변동성이 큰 상황에 은행들이 선제적으로 예금 금리를 올릴 동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가 확고한 만큼 은행들은 수익성 관리를 위해 저원가성 예금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며 "이전에 가끔 볼 수 있었던 고금리 정기예금 특판 등도 당분간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