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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돈크라이 '비터스윗'... 웃음 뒤에 가려진 10대들의 '쓴맛' [MV 리플레이 ㉜]

전지원 기자 (jiwonline@dailian.co.kr)
입력 2026.04.08 14:01
수정 2026.04.08 14:01

이모티콘 뒤로 숨긴 눈물, '착한 아이'의 고충 풀어내

쇼츠, 릴스 등 짧은 길이의 영상물들만 소비되는 현재 가수가 곡 안에 담아낸 상징과 그들의 세계관, 서사를 곱씹어 볼 기회는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 시리즈를 통해 아티스트가 담아낸 '작은 영화'인 뮤직비디오를 충분히 음미해보려 합니다. 뮤직비디오 속 이야기의 연출, 상징과 메시지를 논하는 이 코너를 통해 좋아하는 가수의 음악을 더 깊이 이해하고 뮤직비디오를 감상하는 재미를 알게 될 것입니다. <편집자 주>


그룹 베이비돈크라이(Baby DONT Cry)가 지난달 24일 미니 1집 '애프터 크라이'(AFTER CRY)를 발매하고 타이틀곡 '비터스윗'(Bittersweet)의 뮤직비디오를 공개했다. 제목처럼 달콤한 미소 이면에 숨겨진 쓰디쓴 현실을 담아낸 영상은 10대들이 마주한 일상의 답답함과 소통의 단절을 감각적인 연출로 풀어냈다.


ⓒ피네이션
줄거리


뮤직비디오는 멤버 베니가 방 안에서 부모님과 주고받는 메시지 창을 바라보며 시작된다. "밥 먹었니", "반찬 꺼내 먹어", "목도리 하고 나가" 등 연달아 쏟아지는 부모님의 걱정 어린 문자에 베니는 몇 번이나 답장을 적다 지우기를 반복한다. 결국 자신의 진심이나 상황을 설명하는 대신, 감정을 거세한 채 웃는 이모티콘 하나 만을 전송하고 답답한 표정으로 집을 나선다.


학원 강사들 사이에서 따분한 표정으로 문제집에 낙서를 하는 이현, 무채색 사람들로 가득한 지하철에서 화려한 차림으로 홀로 햄버거를 먹는 미아, 그리고 한강 다리 위에서 응답 없는 전화를 붙들고 속상해 하는 쿠미까지. 멤버들은 각자의 고립된 공간에서 손으로 눈을 가리고 입가에 억지 미소를 그리는 포인트 안무를 소화하며 가식적인 밝음을 연기한다. 영상 후반부, 멤버들이 모여 케이크를 들고 이현을 축하하며 노래방에서 함께 웃고 춤추는 짧은 해소의 시간을 갖지만, 현실은 여전히 무겁다. 집으로 돌아온 베니는 현관 비상등이 꺼질 때까지 들어가지 못한 채 머리를 쥐어뜯는 괴로운 뒷모습을 보이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


해석


'비터스윗'은 10대들이 사회와 가정 내에서 요구받는 '밝고 건강한 모습'이라는 강박을 다룬다. 베니가 부모님께 보내는 웃는 이모티콘은 진정한 소통이 아닌, 걱정을 차단하기 위한 일종의 '방어기제'다. 학원, 지하철, 한강 등 일상의 공간에서 멤버들이 보여주는 이질적인 행위들은 군중 속의 고독을 시각화한다.


특히 손으로 눈을 가리고 웃는 표정을 그리는 안무는 슬픔을 억지로 감추고 타인의 기대에 부응해야 하는 현대인의 페르소나를 상징한다. 멤버들이 모여 축하를 나누는 장면 또한 완전한 구원이 아닌, 찰나의 위안일 뿐이다. 엔딩에서 비상등이 꺼질 때까지 어둠 속에서 힘겨워하는 베니의 모습은, 집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다시 '웃는 아이'를 연기해야 하는 청춘들의 피로감을 투영한다.


ⓒ피네이션
총평


베이비돈크라이는 이번 뮤직비디오를 통해 울지 말라는 뜻을 가진 팀명 뒤에 숨겨진 슬픔을 세련되게 끄집어냈다. 답장 하나에도 망설이는 청춘의 섬세한 심리를 포착해낸 점이 인상적이다. 화려한 색감의 의상과 대비되는 멤버들의 무표정은 곡의 얼터너티브한 분위기를 한층 배가시킨다.


전작들이 희망적인 메시지에 주력했다면, '비터스윗'은 현실의 답답함을 있는 그대로 노출하며 리스너들에게 오히려 깊은 공감을 산다. 비상등이 꺼지는 순간의 정적을 엔딩으로 선택한 연출은 대중에게 '우리는 정말 괜찮은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아티스트로서 한층 성숙해진 감정선을 보여준 베이비돈크라이의 다음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다.


한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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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원 기자 (jiwonli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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