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세 감독 ‘란 12.3’, 다큐 문법 걷어낸 ‘계엄의 기록’ [D:현장]
입력 2026.04.07 17:38
수정 2026.04.07 17:40
4월 22일 개봉
이명세 감독이 민주주의의 현장을 음악과 이미지로 재구성한 다큐멘터리 '란 12.3'을 선보였다. 기존 다큐의 문법을 걷어낸 이 작품은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당시의 긴박한 순간을 새로운 방식으로 담았다.
7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아이파크몰에서는 이명세 감독, 조성우 음악감독이 참석한 가운데 다큐멘터리 '란 12.3' 언론배급시사회가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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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 12.3'은 2024년 12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기습적인 비상계엄 선포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나선 이들의 숨 막히는 현장 기록을 담은 이명세 감독의 시네마틱 다큐멘터리다.
이명세 감독은 "제일 처음 떠오를 때가 영화의 시작이라고 한다면, '뉴스공장'을 찾아온 군인이 올려다 본 장면에서부터다"라고 '란 12,3'의 시작을 말했다.
그는 "계엄선포 날, 국회 현장에 있지 못하고 TV로 지켜보고 있었다. 이후 이 영화를 준비하면서 그날 현장에 많은 모습들을 알게 됐다. 제가 TV 앞에서 마음을 졸이며 지켜봤던 것과 다르더라. 그 점을 온전히 전달하고 싶었다"라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이어 "가슴이 답답할 때마다 '살아남은자의 슬픔'이라는 시가 떠오른다. 가장 답답하던 시절에 무엇인가 표현하고 싶어 만들었던 주변 동료들과 만든게 '더 킬러스'다. 이번에는 살아남아서 부끄러웠던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다. 그런 마음으로 이 영화를 만들게 됐다"라고 전했다.
'란 12,3'은 다큐멘터리의 전형인 내레이션과 인터뷰를 과감히 배제하고, 음악으로만 내러티브를 이끌며 사건을 실사 영화처럼 재구성했다.
이 감독은 "외국인이라도 장면만 보고 직관적으로 알 수 있길 바랐다. 그것이 아니면 편집을 보류했다. 그림으로 표현 못하는건 글씨, 색깔 등에 주안점을 뒀다. 그날 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두 알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번 작품에서는 AI 기술을 활용한 이미지가 곳곳에 활용됐다. 이 감독은 "'더 킬러스' 무성영화 바이브처럼 다큐멘터리에 담을 수 없는 부분들이 있다. '더 킬러스'의 연작으로 이어가고 싶었지만 사진으로 더 직접적인 느낌을 주고 싶었다"라며 "처음엔 사실적인 다큐멘터리에 AI를 쓴다는 것에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편집해 나가며 가성비 좋은 컴퓨터 그래픽을 살릴 수 있는 기술이 된 것을 알았다. 희화한 장면 빼고 특정한 부분에서 조금 더 각인됐으면 하는 부분에서 사진과 AI를 사용해 혼합시켰다"라고 설명했다.
조성우 음악감독은 "1999년 이명세 감독님과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이후로 예술적인 동지로 지내왔다. 다큐멘터리긴 하지만, 이명세 감독님과 가지고 계신 이미지와 철학들이 반영되길 바랐다. 그러다보니 공이 많이 들어갔다. 음악이 이미지 너머에 있었던 일들로 포커스를 두지 않고 이미지, 동작, 색깔에 맞추다보니 음악의 장르도 다양해졌다. "라고 힘쓴 점을 말했다.
조 음악감독은 직접 출연해 피아노를 연주했다. 이와 관련 "감독님께서 제 자신에게 맞는 음악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셨다. 우리가 많이 힘든 시간을 보내지 않았나"라며 "위로도 할 수 있고 잃어버린 인간성을 생각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었다. 지금까지 60편 정도의 영화 음악을 만들었는데 이 작품에 공이 가장 많이 들어갔다. 대표작으로 남길 바란다"라고 애정을 표했다.
작품이 겨냥하는 시선은 국내에 머물지 않는다. 이명세 감독은 ‘란 12.3’을 통해 한국 사회가 보여준 민주주의의 순간을 보다 넓은 맥락에서 전달하고자 했다.
이 감독은 "모든 역사를 다 알 순 없지만 피 한방울 흘리지 않은 빛의 혁명이 있었나 싶다. 그런 면에서 외국 분들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수입해갔으면 좋겠다. 특히 미국에서 수입하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조 음악감독 역시 "한국 민주주의가 가지고 있는 성숙된 모습을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많이 봐주시면 좋겠단 생각으로 만들었다. 영화적으로도 기존 다큐멘터리와 다른 형식과 문법이 의미를 가졌으면 한다"라고 바랐다. 4월 22일 개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