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뿐인 약속”…거래소, ‘12시간 거래’ 전산 지원 어디로
입력 2026.04.08 07:03
수정 2026.04.08 07:03
거래시간 연장 불가피…9월부터 프리·애프터마켓
시행 시기 연기에도…업계 ‘시스템 개발 부담’ 호소
구체적 지원책 부재…거래소 “금전·노무적 지원 어려워”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중소형 증권사의 전산 시스템 개발 지원을 약속했으나 구체적인 지원 방안은 없는 모습이다. ⓒ한국거래소
한국거래소가 거래시간 연장을 9월로 연기한 가운데 전산 시스템 개발에 대한 증권사 부담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모습이다.
거래소가 전산 시스템 개발 지원을 약속했으나, 말만 하고 실행이 없는 ‘공언무시(空言無施)’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거래소는 올해 9월14일부터 기존 정규장은 물론 프리마켓(오전 7시~7시50분)과 애프터마켓(오후 4시~8시)을 추가 운영키로 했다.
내년 12월까지는 24시간 거래 체계 구축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최근 정은보 이사장 역시 “거래시간 연장을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는 입장을 공고히 했다.
자본시장 대도약을 위한 핵심 전략 중 하나가 ‘글로벌 경쟁력’ 강화인 만큼, 거래시간 연장이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거래소는 거래시간 연장 추진 과정에서 업계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회원사 대상 간담회·설명회를 여러 차례 진행하며, 설문 조사와 실무 협의를 통해 제도를 보완하고 있다.
무엇보다 거래시간 연장 시행 시기를 9월로 늦춘 것 자체가 업계 부담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강조한다.
앞서 거래소는 프리·애프터마켓 개장일을 기존 6월29일에서 9월14일로 약 3개월 연기했다.
12시간 거래 체제를 위한 시스템 개발 완성도를 높이고 충분한 테스트 기간 확보가 필요하다는 업계 의견을 수용한 조치라는 게 거래소 설명이다.
하지만 증권사 등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시스템 개발에 대한 물리적·재무적 부담을 여전히 호소하고 있다.
거래시간 연장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은 단연코 ‘전산’인데 단기간 내 시스템 개발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대규모 시스템 변경에는 예산과 인력 승인이 필요한 만큼, 통상 1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무리하게 시스템 개발에 나설 경우, 시장 안정성과 시스템 완성도가 부족할 수 있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올해 2월 5일 여의도 한국거래소 서울사옥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질의응답에 답하고 있다. ⓒ데일리안 서진주 기자
특히 중소형 증권사들의 토로가 많다.
정은보 이사장이 “증권사와 전산에 대한 준비를 함께하고, 중소형사가 전산 개발 과정에서 느끼는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거래소가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것과 달리 별다른 지원이 없다는 게 중소형 증권사의 주장이다.
중소형 증권사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거래소가 지원해주는 게 없고, 지원 관련해서 전달받은 내용도 일절 없다”며 “거래시간 연장 시기를 9월로 늦추고, 회사가 전산 개발에 고군분투해도 단기간 내 지원 없는 물리적인 준비는 어렵다”고 단언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급박한 거래시간 연장은 국내 주식시장의 체질 개선에 반드시 필요한 해법은 아니다”며 “현 시점에서도 전산 오류가 빈번한데, 전산 인프라가 완벽히 갖춰지지 않은 환경에서 거래시간 연장은 대형 전산 장애를 가져올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말로 약속하는 것은 쉽지만 실제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어렵다”며 “거래소의 올해 최대 목표가 거래시간 연장이라면 안정적인 시장 구축을 위해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모두에게 이득”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거래소는 중소형 증권사 대상의 구체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한 것은 없는 분위기다.
증권사에 금전적·노무적 부분을 지원하는 것이 사실상 어려운 만큼, ‘단계적 참여’와 ‘선택적 참여’ 원칙을 통해 증권사 부담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시스템 개발 과정에서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충분한 테스트를 거친 뒤, 모의시장과 테스트베드(시험장)에 모두 참여할 수 있는 상태가 되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중소형사 대상으로 직접적인 지원이나 컨설팅을 제공하는 것이 아닌, 모의시장과 테스트베드를 운영하는 것 자체가 일종의 지원 방안”이라며 “거래시간 연장 추진 과정에서 중소형 증권사를 지원해 시스템 정합성을 점검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