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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2000 쇼크] “포장재 수급 ‘시계제로’ 경고”…식품업계, 대응 나섰지만 "대안이 없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입력 2026.04.08 12:01
수정 2026.04.08 17:36

휘발유 평균 가격 2000원 돌파, 에너지발 물가 압박 본격화

나프타 수급 차질에 포장재 ‘빨간불’…재고 1~3개월 ‘촉각’

기업 대응에도 한계…가격 통제 속 원가 부담 누적

‘워플레이션’ 현실화 우려…5월 물가부터 충격 반영

서울 중구 명동에 위치한 마트를 찾은 여행객들이 과자, 라면 등 K푸드를 살펴보고 있다.ⓒ뉴시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심리적 저항선인 2000원을 돌파했다. 중동 전쟁 장기화로 에너지 위기가 부상한 가운데 정부가 치솟는 가격을 잡기 위해 석유 최고가제를 시행했지만 시장에서는 무용지물인 상황이다. 고유가로 인한 고통이 일상 생활 전반에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휘발유 가격 2000 시대 도래로 앞으로의 삶에 미칠 영향들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중동 전쟁 장기화로 원유와 나프타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며 일상 소비재 전반에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수급 불안에 따른 단순한 가격 상승을 넘어 생산 차질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공장 가동 중단과 물류 대란 우려까지 제기되며 사실상 ‘시계제로’ 국면에 놓였다.


이르면 올 하반기 대형마트에서 라면과 과자 매대가 텅 비거나 일부 제품만 제한적으로 판매되는 매대 공백이 현실화 될 처지에 직면한 것이다. 중동 전쟁 장기화로 원유와 나프타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포장재를 비롯한 생산 기반 전반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국제 유가 상승 여파는 이미 소비자 물가에도 반영되고 있다. 국내 휘발유 평균 가격이 2000원을 돌파하는 등 에너지 가격 부담이 커졌다. 같은 원유에서 출발하는 나프타 가격 역시 상승 압력을 받으며 식품·포장재 원가까지 자극하는 모습이다.


식품기업들은 대응에 나섰지만 개별 기업 차원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라는 점에서 한계가 뚜렷하다. 나프타는 원유 수입과 정유·석유화학 공정을 거쳐 공급되는 상위 원자재로, 특정 기업이 조달처를 단기간에 바꾸거나 물량을 확보하기 어려운 구조다.


나프타는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원자재로 꼽힌다. 열분해 공정을 통해 에틸렌·프로필렌 등 기초유분을 생산하는 데 쓰인다. 에틸렌은 플라스틱, 비닐, 고무, 건축자재 등에 사용되고, 에틸렌은 플라스틱, 비닐, 고무, 건축자재 등에 활용된다.


업계에 따르면 당장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라면과 과자 등 식품류도 수급 불안의 영향권에 들어섰다. 식품 대부분의 포장재는 나프타를 원료로 석유화학 업체가 기초유분과 플라스틱 원료를 생산하고, 이를 포장재 업체가 필름·용기 형태로 가공한 뒤 식품회사에 공급하는 구조다.


정부가 지난 2일 자정을 기해 자원안보 위기경보를 ‘경계’ 단계로 격상하며 대응 수위를 한층 높였지만, 중동 의존도가 높은 구조적 한계로 불확실성 해소에는 한계가 적지 않다. 현재 식품업계가 보유한 포장재 재고는 통상 1~3개월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의 원유 운송에 크게 의존하는 아시아가 직격탄을 맞았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 산유국에서 생산된 원유가 아시아로 나오는 거의 유일한 해상 출구다. 아시아 국가들은 원유 수입의 상당 부분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어 해협 봉쇄나 물류 차질이 발생할 경우 대체 조달이 쉽지 않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나프타 수요의 약 45%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약 77%가 중동산에 집중돼 있다. 나머지 55%는 정유사를 통한 국내 생산 물량이지만, 이 역시 원유의 약 70%를 중동에서 들여오는 취약한 공급 구조를 갖는다.


서울 중구 명동에 위치한 마트를 찾은 여행객들이 과자, 라면 등 K푸드를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이번 사태로 가장 우려가 큰 곳은 라면·과자 등을 만드는 식품업계다. 당장 생산에 차질이 생길 상황은 아니지만, 전쟁 장기화로 인한 수급 부족과 단가 상승을 우려해 각 기업은 수시로 상황을 점검 중이다.


하지만 대응책 마련에도 속수무책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포장재 원가가 나프타 기반 석유화학 제품 가격에 연동돼 있어 기업이 직접 통제하기 어렵다. 제품 가격 인상 역시 정부의 물가 관리 기조와 소비 위축 부담으로 쉽지 않아, 대응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특히 포장재는 단순히 교체하면 되는 문제처럼 보이지만, 대체 소재 확보 자체가 쉽지 않다. 식품 포장재는 안전성과 성능, 비용, 생산성을 동시에 충족해야 하는데, 이 가운데 하나라도 기준을 만족하지 못할 경우 제품 품질과 생산 효율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식품 안전 규제를 충족해야 하는 것은 물론, 내용물의 보존성과 유통 안정성을 확보해야 하고 저가 구조를 유지하면서 대량 자동화 생산에도 적합해야 하는 조건이 뒤따른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소재는 현재로선 석유화학 기반 소재가 유일하다는 평가다.


라면업계 관계자는 “라면은 대량 생산 구조인 데다 포장재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곧바로 품질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어 대체 포장재 검토에 신중할 수 밖에 없다”며 “비용 부담도 크지만, 현재로선 나프타를 최대한 확보해 기존 생산을 유지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고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악의 경우 포장재 재고가 바닥나 생산 공장 가동이 중단될 가능성도 나온다. 공장이 멈출 경우 식음료 제품 품절과 함께 사재기 현상이 확산될 가능성도 크다. 때문에 일부 업체는 전쟁이 장기화 할 경우 주력 제품 외에는 생산을 중단하는 비상경영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업계 내에선 상황이 급반전돼 전쟁이 종료되더라도 원유가 해상 운송 경로를 통해 국내에 공급되기까지 시차가 발생하기 때문에 즉각적인 정상화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류비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물류·배송 차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제과업계에서도 비슷한 이유로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고 있다.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는 품목 축소나 공급 제한으로 이어지는 상황이다. 제과 제품은 제품별로 낱개 포장, 멀티팩, 선물세트 등 포장 종류가 다양해 리스크가 훨씬 크다.


제과업계 관계자는 “포장재 접착제 등 일부 품목은 재고가 1~2개월 수준으로 줄어든 가운데 가격 인상은 물론 공급 중단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어 업계 전반에 위기감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며 “해외 거래선 확보 등 대응을 서두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나 기업들의 노력에도 식탁 물가와 생활비를 끌어올리는 이른바 ‘워플레이션(Warflation·전쟁+인플레이션)’으로 번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국제 유가 상승이 곧바로 소비자 물가에 반영되지 않고 3~6개월에 걸쳐 점진적으로 전이된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2월 말 시작된 중동 전쟁의 충격이 5월 소비자물가부터 본격 반영될 수 있다고 바라보고 있다.


향후 유가 전망도 비관적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전쟁이 조기에 종료되더라도 국제 유가가 배럴당 90달러 수준으로, 전쟁 이전 대비 40% 이상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고유가의 상시화를 의미하며, 물가 상승 압력이 구조적으로 지속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유가 상승은 원재료와 포장재, 물류비까지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시차를 두고 제품 가격에 반영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단기적으로는 기업이 부담을 흡수하겠지만, 고유가가 장기화될 경우 결국 소비자 물가로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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