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봉쇄에 해상 운임 올랐지만…업계 "호재보단 악재"
입력 2026.04.06 14:58
수정 2026.04.06 14:59
KCCI 2000p 돌파, 중동 노선 운임 전주 대비 15.15%↑
유류비 증가 및 물류 병목 현상…중동 노선 중단도 악재
호르무즈 해협 인근 오만 무스카트에 유조선들이 정박해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글로벌 해운 시장을 흔들고 있다. 세계 원유와 화물의 주요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며 해상 운임이 급등하고 있기 때문. 단기적으로는 운임 상승에 따른 실적 개선이 기대되지만, 장기적으로는 유가 상승과 공급망 붕괴라는 악재가 공존하는 모습이다.
6일 한국해양진흥공사에 따르면 부산발 컨테이너선운임지수(KCCI)는 전주 대비 4.01% 상승한 2178p를 기록했다. 3월 초 1800선에서 머물던 지수가 한 달 만에 2000선을 돌파한 것이다. 특히 호르무즈 봉쇄 및 홍해 우회 여파가 직접적으로 반영되는 중동 노선 운임은 전주 대비 15.15% 급등하며 전체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지표상 운임은 오르고 있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중동 전쟁 초기 급등했던 HMM, 팬오션 등 주요 해운주들은 최근 하락세를 보이며 기존 상승분을 반납했다. 전쟁 발발 직후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운임 특수 기대감이 주가를 끌어올렸으나, 실질적인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기엔 대외 변수가 너무 많다는 우려가 부각된 결과다.
가장 큰 이유는 해운 업계의 계약 구조에 있다. 해운사는 보통 화주와 1년 단위 이상의 장기 계약을 맺는 비중이 높다. 따라서 매주 발표되는 현물 운임이 급등하더라도 실제 해운사의 매출에 즉각적으로 반영되는 데는 시차가 존재한다. 오히려 유가 급등으로 인해 전체 비용의 30~40% 가량을 차지하는 연료비 부담이 커지고, 위험 구간 통과에 따른 보험료가 수직 상승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될 우려가 커졌다.
호르무즈 해협의 지형적 특수성도 변수다. 통상 특정 해상로가 막히면 선박은 우회로를 택한다. 수에즈 운하의 경우 희망봉으로 돌아가는 명확한 우회로가 있지만, 호르무즈 해협은 사실상 우회가 불가능한 폐쇄적 구조다. 이란의 공격으로 인근 산유국 정유 시설이 피해를 입을 경우, 물동량 자체가 줄어들어 운임 상승 동력이 상실될 수 있다.
글로벌 물류 전반에 흐르는 병목 현상도 간과할 수 없다. 중동행 화물이 대체 항만인 스리랑카 콜롬보나 인도 뭄바이 등으로 몰리면서 주요 거점 항구들의 적체가 심화되고 있다. 항만 혼잡으로 인해 하역 작업이 지연되면 선박 회전율이 떨어지고, 이는 추가 체선료와 연료비 발생으로 이어진다.
디지털 물류 플랫폼 트레드링스는 “중동행 화물이 갈 곳을 잃으면서 그간 중동 주요 거점이었던 두바이 제벨알리항 대신 스리랑카 콜롬보, 인도 뭄바이 같은 대체 항만으로 (화물이) 몰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호르무즈 해협에 고립된 우리 선박들의 실질적인 통항 중단도 변수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에 고립된 우리나라 선박 또한 총 26척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구체적으로 HMM 선박 5척, 장금상선 5척, 팬오션 2척 등 총 15개 해운사의 배들이다. 선종 또한 초대형 유조선(VLCC), 석유화학 제품 운반선, 컨테이너선 등이 섞여있어 해협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자칫 물류 고립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 나온다.
상황이 악화되자 HMM을 비롯한 글로벌 선사들은 방어 전략에 나섰다. MSC, CMA CGM 등 세계 최대 선사들은 호르무즈행 예약을 전면 중단하며 리스크 관리에 돌입했다. HMM 역시 중동 노선 신규 예약을 일시 중단하고 대체 항만 우회하는 ‘디비에이션’ 조치를 시행 중이다. 지난달 12일 일본 선박 등 4척이 피격당하는 등 통항 자체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해운 업계 관계자는 “노선 운임이 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배가 다니지 못하는 상황에서 지수 상승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오히려 (중동 노선) 서비스 중단에 따른 손실이 막대하고, 전쟁 직후 폭등한 유가 때문에 비용 부담만 눈덩이처럼 불어나 이를 호재로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