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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트럼프 관세’보다 더 무서워하는 것은?

김규환 기자 (sara0873@dailian.co.kr)
입력 2026.04.05 08:08
수정 2026.04.05 08:08

돼지고기 가격 하락이 지속되면서 中정부 고민이 깊어져

2018년 ASF 창궐 이후 대기업형 양돈장 늘어 공급 과잉

6층짜리 21개동 지어 돼지 年 210만마리 사육하는 곳도

공급과잉·내수부진 문제와 맞물려 디플레이션 우려 커져


하늘에서 내려다 본 중국 무위안식품의 아파트형 양돈장. 중국 허난성 난양시 네이샹현에 자리잡고 있는 이 저층 아파트형 양돈장은 6층짜리 21개동으로 이뤄져 연간 돼지 210만마리의 돼지를 사육하고 있다. ⓒ 중국 신화통신 홈페이지 캡처

‘소비자물가의 바로미터(척도)’로 불리는 돼지고기 가격이 자유 낙하하면서 중국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공급과잉과 내수부진만으로도 골머리를 앓고 있는 마당에 돼지고기 가격마저 가파른 하향곡선을 타면서 디플레이션(물가 수준의 지속적 하락) 우려를 부채질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농업농촌부는 전국 농산물 도매시장의 돼지고기 평균 가격이 지난 31일 기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0% 이상 급락한 kg당 15.31위안(약 3354원)으로 집계했다고 중국 경제매체 재련사(財聯社) 등이 1일 보도했다. 돼지고기 가격이 kg당 16위안 아래로 추락한 것은 관련 통계가 시작된 2013년 6월 이래 2018년 5월과 이번 뿐이다.


농업농촌부에 따르면 지난달 셋째주 기준 생돈(生豚·살아 있는 돼지)가격도 ㎏당 평균 11.05위안에 불과하다. 전주보다 2.9%, 전년보다 28%나 각각 급락했다. 이런 생돈가격 수준은 2018년 6월 이후 가장 낮다고 상하이(上海) 금융정보업체 완더(萬得·WIND)가 전했다. 돼지고기 도매가격은 2024년 8월부터 하락세가 간단없이 지속되고 있는데, 고점보다 43%나 곤두박질친 상태다.


특히 돼지고기의 가격 폭락세는 디플레 압력을 가중시킬 뿐 아니라 수많은 양돈 농가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런 판국에 지난달 28일 이란전쟁이 터지면서 국제 석유·곡물·사료 가격이 치솟으며 생산 비용은 오히려 급상승하는 바람에 양돈 농가들은 전례 없는 위기 상황을 맞고 있는 것이다.



중국 후베이성 어저우시에 지어진 무위안식품의 26층짜리 고층 아파트형 양돈장. 2개 동으로 지어진 양돈장에서는 연간 돼지 120만마리를 사육한다. ⓒ 중국 신화/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홈페이지 캡처

푸젠(福建)성 푸저우(福州)의 한 여성은 홍성신문(紅星新聞)에 “지난 29일 집 근처 마트에서 생돼지 앞다릿살 가격은 500g당 9위안이고 온라인 특가는 4.9위안까지 내려갔다”며 “죽순 가격이 500g에 11.5위안으로 더 비싸다”고 전했다. 관영 신화통신(新華通訊)도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의 시장을 방문한 결과 돼지고기 가격이 지난 24일 500g당 10위안 정도였고, 할인가로 판매되는 제품은 옆에 놓인 피망·생강·마늘가격보다 더 쌌다“고 보도했다.


중국인들의 돼지고기 사랑은 퍽 유별나다. 중국 라오바이싱(老百姓·서민)들이 ‘츠러우’吃肉·고기를 먹다)라고한다면 그들이 먹는 것은 소고기도, 양고기도 아닌 돼지고기를 뜻한다. '고기는 곧 돼지'라는 등식이 성립할 정도다. ‘돼지고기와 식량이 천하를 평안하게 한다’(猪糧安天下)'는 말이 회자되고 있을 만큼 돼지고기는 중국인에게 주식이나 다름없다.


중국인들은 육류 소비의 60% 이상을 돼지고기로 채우고 있다. 이는 연간 1인당 40kg 정도나 된다. 소비자물가지수(CPI)에서 돼지고기가 차지하는 비중(약 10%)이 워낙 큰 만큼 돼지고기 가격 하락은 전체 물가지표 하락으로 이어지는 직격탄으로 작용한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는 돼지고기 가격이 요동칠 때마다 비축량을 조절하며 가격을 통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이번 돼지고기 가격 폭락의 ‘주범’은 공급 과잉이다. 지난 몇 년간 기업형 대규모 양돈장이 급속히 확산된 데 따른 것이다. 8년 전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창궐한 이후 소규모 농가가 줄어든 자리를 대형 기업들이 채우면서 생산능력이 급증한 까닭이다. 2018년 중국에서 ASF가 발병했을 당시 중국 정부는 돼지 100만마리를 살처분했다고 공식 발표했지만 2020년까지 실제로는 100배나 많은 1억마리 가까이 살처분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20일 무위안식품 직원이 새끼돼지 성장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 신화통신 홈페이지 캡처

그 이면에는 연간 3000만마리의 돼지를 사육·도축하는 ‘아파트형 양돈장’이 자리잡고 있다. 최대 26층 규모의 다층 양돈장을 건설해 연간 100만마리 이상을 사육하기도 경우도 있다. 중국에는 100만마리 이상을 사육하는 양돈 기업만도 39개사에 달한다. 기업형으로 운영되는 이 양돈장에서는 한국 연간 돼지 도축량(지난해 기준 1871만 마리)의 1.6배에 해당하는 돼지고기가 나온다.


지난해 8월 기준 중국에는 4500개동 이상의 아파트형 양돈장이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2020년 기준 쓰촨(四川)성에만 64개동의 아파트형 양돈장이 지어질 만큼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의 수렁에 빠지면서 건설업계도 아파트형 양돈장 건설에 뛰어들면서 기업형 양돈농장 붐을 부채질했다고 전해졌다.


세계 최대 돼지고기 생산업체인 무위안(牧原)식품은 세계에서 규모가 가장 큰 아파트형 양돈장도 보유하고 있다. 2020년 허난(河南)성 난양(南陽)시 네이샹(內鄕)현에 6층짜리 건물 21개 동을 건설해 운영하고 있다. 연간 210만마리의 돼지를 사육할 수 있다. 2022년에는 후베이(湖北)성 어저우(卾州)에 26층, 2개 동으로 연간 120만마리를 생산하는 ‘고층 아파트형 양돈장’도 지었다.


아파트형 양돈장은 ASF 때문에 각광받기 시작했다. 돼기고기가 주 식재료인 중국에서 급감한 돼지 사육량을 만회하기 위해 대형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이다. 일반적인 돈사는 넓은 지역에 펼쳐져 있는 탓에 집단 방역체계 구축과 감염경로 추적에 불리하다. 이에 비해 아파트형 양돈장은 외부에서 유입되는 바이러스를 차단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분뇨를 한데 모아 정화해 외부 환경오염을 예방하는 데 이점이 있다.


ⓒ 자료: 중국 국가통계국/농업농촌부

무위안식품은 아파트형 돈사의 토지 이용 효율이 5~8배 높고 노동 수요를 20~30%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단점도 있다. 방역체계가 뚫리거나 내부에서 질병이 발생하면 집단폐사 속도는 기존 양돈장보다 더 빠르다.


그런데 문제는 돼지고기 공급이 수요를 크데 웃돌아 과잉 상태에 진입했다는 점이다. 기업형 생산방식은 시장 균형을 깨뜨렸을 뿐 아니라 품질 문제도 야기하고 있다. 시장안정을 위해 번식용 암퇘지수를 줄이도록 유도했지만 지난해 암퇘지는 3961만마리로 여전히 정부 목표치(3900만 마리)를 웃도는 상황이다.


왕쭈리(王祖力) 중국농업과학원 농업경제·발전연구소 부연구원은 "ASF 이후 많은 양돈 업체가 종돈을 개량하고 축사시설 등도 개선했다"며 "생돈 생산능력과 질병통제 능력이 분명히 높아졌다"고 말했다. 야오징위안 (姚景源) 전 국가통계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기업형 양돈농장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며 “공장식 사육이 돼지고기 품질에 영향을 미쳐 소비감소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국의 돼지고기 공급은 현재 정점에 달해 있다. 지난달 주요 양돈 기업들의 돼지 도축계획은 전달보다 17.6% 급증했다. 일부 지역은 전달보다 40% 이상 증가한 물량이 쏟아져 나왔다. 여기에다 도축 시기를 놓친 140kg이상 대형돈(규격 외 돼지)도 시장에 쏟아지며 가격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중국 경제매체 재신(財新)은 “오랫동안 도축을 미뤄왔던 돼지들이 한꺼번에 시장에 나오고 있다”며 “지난 2년 간 돼지고기 공급이 충분해서 완만한 감산이 필요한 시점이었으나, 돼지고기 감산 과정이 더디고 비효율적인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 자료: 중국 국가통계국

반면 수요는 적다. 춘제(春節·중국 설) 연휴 이후 전통적인 소비 비수기에 접어든 데다 경기침체 여파로 외식 수요가 더 얼어붙었다. 그 결과 돼지고기 가격 대비 사료 가격 비율이 5대 1 미만으로 내려 양돈 농가들은 팔수록 적자를 보는 구간에 진입했다. 통상 5대 1 비율은 양돈 농가의 손익분기점으로 여겨진다.


이에 당황한 중국 정부는 돼지고기 가격 안정화를 위해 총력전을 펴고 있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는 돼지 가격이 과도하게 하락했을 때 내리는 '1급 경고'를 발령했다. 중국 당국은 가격 하락세를 막기 위해 중앙 비축육을 사들이는 한편, 강도 높은 구조조정 카드를 꺼내 들었다.


농업농촌부는 번식용 암퇘지 사육 목표치를 기존 3900만 마리에서 3650만 마리로 7.8% 하향 조정했고 연간 도축량 목표치도 낮췄다. 이와 함께 도축 체중을 엄격하게 관리하며, 연간 생산 등록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그동안 권고 수준에 머물렀던 감산 정책을 보다 강한 규제로 전환해 공급을 강제로 억제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글/김규환 국제에디터

김규환 기자 (sara0873@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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