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의 공간' 아트하우스 모모의 고집과 미래 [공간을 기억하다]
입력 2026.04.04 13:05
수정 2026.04.04 13:09
[작은영화관 탐방기㉞]
문화의 축이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OTT로 영화와 드라마·공연까지 쉽게 접할 수 있고, 전자책 역시 이미 생활의 한 부분이 됐습니다. 디지털화의 편리함에 익숙해지는 사이 자연스럽게 오프라인 공간은 외면을 받습니다. 그럼에도 공간이 갖는 고유한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면서 다시 주목을 받기도 합니다. 올해 문화팀은 ‘작은’ 공연장과 영화관·서점을 중심으로 ‘공간의 기억’을 되새기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아트하우스 모모가 만드는 관객의 자리
이화여대 캠퍼스 안쪽으로 들어서면, 신촌의 분주함이 한 걸음 뒤로 물러나고 공기가 한층 차분해진다. 그 중심에 자리한 아트하우스 모모는 2008년 영화사 백두대간이 설립한 국내 최초의 대학 내 상설 영화관이다. 신촌이라는 20대 유동 인구가 밀집한 지역적 특성을 기반으로, 단순 상영 공간을 넘어 학문과 영화를 연결하는 복합적 역할을 꾸준히 확장해왔다. 영화 교육 프로그램 ‘모모 영화학교’와 매월 이어지는 고전 영화 기획전, 그리고 강연과 토론이 결합된 프로그램을 통해 관객과 능동적으로 관계를 맺으며, 예술영화관의 기능을 교육과 담론의 장으로 확장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아트하우스 모모의 프로그램은 상영작을 어떻게 고르고 배열하느냐에서 그 성격이 드러난다. 신작 중심의 큐레이션과 고전 프로그램이 병행되는 구조 속에서, 어떤 기준으로 작품을 선별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 최미연 과장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작품성과 예술성을 겸비한 예술영화와 영화사적 의미가 있는 고전영화를 엄선해 상영하고 있습니다. 예술, 독립영화를 중심으로 한 신작 편성을 가장 우선시하고 있으며, 주요 관객층인 20~30대 여성, 씨네필 관객분들을 대상으로 한 동시대 감독들의 작품을 기획 상영합니다. 그리고 운영주체인 영화사 백두대간의 정신을 계승하고자 고전 영화 프로그램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습니다. 영화사 백두대간은 1994년부터 예술영화 수입, 배급을 하며 국내외 다양한 예술 영화를 소개하고, 국내 첫 예술영화관인 동숭시네마텍, 씨네큐브를 거쳐 아트하우스 모모에 이르기까지 30여년간 예술영화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에 극장에 오시는 관객분들의 연령층도 다양하며, 전 연령층을 아우르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상영작 선정에서 또 하나의 기준은 ‘작품성’과 ‘시의성’의 접점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있다. 예술영화관으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지금 관객에게 어떤 작품을 건네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이어졌다.
아트하우스 모모에서는 상영작을 걸 때 작품성과 시의성을 분리된 기준으로 두기보다, 하나의 축으로 통합해 바라보는 시선이 강조된다. 작품의 예술적 성취가 곧 현재 관객에게 유효한 메시지로 이어져야 한다는 점이 상영작을 판단하는 핵심 기준으로 작동하고 있다.
"작품성이 뛰어난 영화가 지금 관객에게 보여줘야 할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예술영화 신작들을 살펴보면 유수 영화제에서 수상하고, 영화적인 관점에서 매우 훌륭한 작품이면서도 동시대 흐름을 반영한 시의성 있는 작품들이 많은 추세입니다. 이제 관객들도 하나의 관점에서만 영화를 바라보지 않고, 작품성, 예술성, 시의성까지 아우르는 작품을 선호하고 있어 프로그래밍을 할 때 좀 더 넓은 시야에서 작품을 선정하고 있습니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극장은 무엇을 보여줘야 하는가…아트하우스 모모의 답
OTT 플랫폼의 확산 속에서도 극장이라는 물리적 공간이 지닌 고유한 가치와 그에 따른 운영 철학을 분명히 했다. 특히 공간에 대한 관객의 인식 변화에 발맞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양면에서 극장 본연의 기능을 강화하는 데 집중했다.
"최근 변화된 관객 양상 중 하나는 OTT를 통해 관람이 가능한 작품도 극장에서 관람한다는 것인데요. 젊은 관객분들 사이에서 스크린에서 꼭 봐야 하는 영화, 재관람의 문화가 자리잡고 있어, 공간이 주는 의미를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극장 운영을 할 때도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꼭 관람해야 하는 공간적 의미를 지키기 위해 정시 상영, 물 이외의 음식물 반입 금지, 화면비에 따른 마스킹 적용 등 기존 운영 방침을 고수하고 있으며, 최근 4K 영사기 교체, 사운드 업그레이드 등 기술적인 부분을 강화하여 영화에 대한 몰입감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영화는 상영이 끝나는 순간 종료되지 않는다. 관객이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프로그램의 일부로 참여하며, 상영 이후까지 이어지는 경험이 하나의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저희 극장 슬로건인 '관객이 주인이 되는 영화관'을 실현하고자 관객들이 직접 프로그램, 기획에 참여하는 '모모 큐레이터', 관객의 주도 하에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토크 프로그램 '영화후에', 영화 교육 프로그램 '모모 영화학교' 등 영화가 끝난 이후에도 관객과 영화를 이어주는 사유의 공간이 될 수 있도록 관객 참여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운영하고 있습니다."
극장을 둘러싼 환경은 여전히 회복의 과정 위에 놓여 있다. 관객 유입과 운영 안정성을 동시에 고민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 제도적 지원의 필요성 역시 현장의 중요한 과제로 언급된다.
"코로나 이후, 단계적으로 회복 추세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아직 100% 회복되었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티켓 수익 외의 신규 프로그램을 개발하며 운영을 유지하고자 노력하지만, 정부의 지원도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작년에 진행되었던 영화진흥위원회 할인권 사업이 관객 유입 및 극장 운영에도 많은 도움이 되어 지속적으로 지원되었으면 하고, 운영지원 사업 보조금의 지원 규모, 사용 범위가 확장되는 등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극장이 관객과 맺고자 하는 관계의 방향은 보다 감정적인 차원으로 확장된다. 아트하우스 모모는 단순한 관람 공간을 넘어, 시간 속에서 반복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존재로 자리하길 바란다.
"늘 그 자리에 있는 변함없이 위로가 될 수 있는 오랜 친구 같은 영화관으로 기억되었으면 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