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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터떡 지나 이젠 창억떡…음식은 어떻게 트렌드가 되나 [유행 vs 스테디③]

전지원 기자 (jiwonline@dailian.co.kr)
입력 2026.04.03 14:01
수정 2026.04.03 14:01

혀끝보다 눈이 먼저 반응하는 ‘도파민’…플랫폼이 설계한 유행

요즘 음식 유행은 단순히 맛있어서 퍼진다기보다, 짧은 영상과 SNS, 커뮤니티를 거치며 하나의 콘텐츠처럼 소비되고 빠르게 교체되는 구조에 더 가깝다. 유행의 출발점은 대개 SNS와 숏폼이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릴스, 틱톡처럼 짧은 영상 안에서 식감과 비주얼을 강하게 전달할 수 있는 음식일수록 퍼지는 속도가 빠르다. 젤리 얼려먹기, 두바이쫀득쿠키(이하 두쫀쿠), 버터떡처럼 ‘먹는 장면’ 자체가 짧은 클립으로 소비되기 좋은 메뉴가 대표적이다. 맛을 자세히 설명하지 않아도 소리와 색감으로 자극을 줘 보기만 하면 이해되는 원리가 중요해진 것이다.


ⓒ유튜브 ‘하말넘많’ 채널

서울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A씨는 유튜브와 인스타 릴스를 통해 광주 창억떡집의 호박인절미를 알게 됐다. 유행의 시작은 유튜버 하말넘많이 3월 5일 자신들의 채널에 광주 여행 브이로그를 올리면서다. 호박인절미를 먹고 감격하는 장면이 쇼츠로 만들어져 SNS상에 퍼졌고 유튜버를 따라 직접 광주에 가 갓 나온 떡을 먹는 것이 유행으로 번졌다.


그는 “보고 먹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회사 직원이 나눠줘 먹어봤는데, 진짜 살살 녹아서 놀랐다”며 “요즘은 유행 음식에 대해 안 좋은 시선도 많지만, 막상 먹어보면 왜 유행하는지 알겠더라. 이런 걸 찾아 먹는 것 자체가 재미”라고 말했다.


성수동 하츠베이커리에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아예 SNS 맛집을 테마로 잡아 여행을 다니는 사람도 늘고 있다. 충남 천안시에 사는 28세 B씨는 인스타그램 릴스에서 두바이초코 디저트를 파는 베이커리를 보고 친구와 서울 여행을 왔다. 그는 “서울이나 대전 등 친구들과 놀러 갈 때마다 유명한 빵집과 디저트집을 꼭 검색한다”며 “그 자체가 여행 코스가 된다”고 했다. 그는 “근데 두바이쫀득꼬치가 유명해 갔다왔는데 품절이라 아쉬웠다”며 “줄을 섰는데도 못 먹는다는 사실 자체가 그 음식을 더 특별하게 느끼게 한다”고 말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이런 흐름을 빠르게 체감하고 있다. 최근 SNS 상에서 화제가 된 오리온 ‘촉촉한 황치즈칩’은 짭짤한 황치즈와 달콤한 쿠키가 만난 새로운 과자 형태로 인기를 끌었는데, 인기가 시들어갈 무렵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다이소에서 1000원에 판다’고 알려져 재유행 중이다. 기자가 강남·마곡·여의도 등 대형 다이소 점포에 갔을 때 이미 품절 상태였다. 한 직원은 “그거 없냐고 묻는 손님들이 많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있었는데 요즘은 매번 없다”고 전했다. 온라인 화제가 곧바로 오프라인 품절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런 유행은 SNS에서만 끝나지 않는다. 어떤 음식은 후기와 인증 사진으로 인터넷상에서 퍼지고 어떤 음식은 ‘열풍’, ‘품절’, ‘오픈런’ 같은 기사 제목으로, 또 어떤 음식은 예능 장면이나 먹방 클립으로 확산한다. 대표적인 예가 두쫀쿠다. 1월부터 서서히 인기가 식어가던 무렵, SBS ‘내겐 너무 까칠한 매니저 – 비서진’에 게스트로 나온 아이브가 두쫀쿠를 언급하며 프로그램 주 연령층인 중장년층에게까지 유행이 퍼지는 식이다. 60대 여성 C씨는 “사실 먹어보진 못했다. 그런데 ‘두쫀쿠’, ‘두쫀쿠’ 온갖 곳에서 얘기해서 알게 됐다. 요즘은 버터떡이 유행이던데 먹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한 번 붙은 화제성이 여러 경로를 타고 증폭되는 것이다.


요즘 음식 유행은 플랫폼과 콘텐츠가 함께 만드는 짧고 강한 순환 구조로 볼 수 있다. 하나의 유행은 SNS와 커뮤니티의 입소문을 통해 커지는데, 기사와 콘텐츠를 통해 다시 강화된다. 그리고 그렇게 커진 유행은 오래 지속되기보다, 다음 더 새롭고 더 자극적인 메뉴로 빠르게 교체된다. 음식은 이제 단순히 먹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식탁 위 메뉴인 동시에, 빠르게 뜨고 빠르게 바뀌는 대중문화 콘텐츠가 됐다.

전지원 기자 (jiwonli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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