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신뢰로 의기투합”…최규성·상승현이 짓는 ‘하울’이라는 성 [D:인터뷰]
입력 2026.02.16 09:50
수정 2026.02.16 09:50
케이팝 기획사 하울엔터테인먼트 설립
보이그룹 2027년 하반기 론칭 목표
“감성과 세련된 감각 융합된 음악 선보일 것”
최규성 작곡가(대표)와 상승현 부대표는 케이팝(K-POP) 산업의 격변기를 몸소 겪어온 베테랑들이다. 이들은 단순한 비즈니스 파트너를 넘어 1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신뢰를 쌓아온 동료로서, 하울(HOWL)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고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과거의 화려한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이를 기반 삼아 케이팝 시장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기 위해 다시 한 번 손을 맞잡은 것이다.
하울엔터테인먼트 최규성 대표(왼쪽)와 상승현 부대표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두 사람의 인연은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현 하이브)에서 방탄소년단(BTS)의 초창기 제작을 총괄하던 A&R 팀장이었던 상승현 부대표는 “(최규성 작곡가에게) 기회가 되면 꼭 회사를 같이 해보자고 했던 것이 오랜 인연의 시작이었다”고 회상했다.
이후 각자의 영역에서 작곡가와 제작자로 커리어를 쌓아온 두 사람은 하이업엔터테인먼트에서 만나 걸그룹 스테이씨(STAYC)의 성공을 일궈냈다.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춘 만큼 하울엔터테인먼트에서의 역할 분담은 명확하다. 최규성 작곡가가 음악 제작과 신인 개발(R&D) 등 크리에이티브 전반을 지휘한다면, 상승현 부대표는 기업 경영과 글로벌 사업 확장, 투자 유치 등 비즈니스 로드맵 설계를 책임진다.
“우리는 성격이 정말 달라요. 대표님(최규성 작곡가)은 굉장히 직관적이고 감각적이라면, 저는 분석적이고 생각이 많은 편이죠. 하지만 서로에 대한 신뢰가 있기에 이 ‘다름’은 오히려 시너지가 됩니다. 치열하게 논의해도 금방 본질로 돌아올 수 있는 관계라는 점이 가장 큰 자산입니다.”(상승현 부대표)
“사실 저는 조직 생활에 잘 어울리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하지만 저에게 부족한 비즈니스적인 부분을 완벽히 보완해 줄 수 있는 형(상승현 부대표)이 있어서 다시 제대로 시작해 볼 용기를 낼 수 있었습니다. 혼자였다면 아마 불가능했을 도전이죠.”(최규성 작곡가)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수많은 걸그룹 히트곡을 써온 최규성 작곡가지만, 그가 바라보는 최근 케이팝 시장에 대한 시선은 냉철하다. 분업화된 시스템 속에서 해외 작곡가들의 트랙이 주를 이루며, 한국적인 서정성과 멜로디의 힘이 희석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다.
“요즘 음악들은 매우 세련됐지만, 저는 케이팝 특유의 ‘가슴을 울리는 감성’이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좋은 음악은 분석적인 완벽함이 아니라, 듣는 순간 마음을 건드리는 ‘울림’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요. 저는 그 감성을 요즘의 세련된 감각과 융화시켜 다시 한 번 증명해보고 싶습니다.”(최규성 작곡가)
하울엔터테인먼트의 첫 프로젝트는 보이그룹이다. 트와이스, 청하, 스테이씨, 씨스타 등 독보적인 걸그룹 포트폴리오를 가진 그가 보이그룹을 택한 이유는 오랜 갈증 때문이다. 그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케이팝 씬에 확실한 방점을 찍겠다는 각오로 준비 중이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걸그룹 곡 작업에 익숙해지고, 그러다 보니 지겹게 느껴지던 시점도 있었어요. 진짜 해보고 싶었던 보이그룹 제작에 대한 갈망이 그만큼 컸죠. 요즘 보이그룹들이 거칠고 강한 음악을 주로 한다면, 하울의 보이그룹은 조금 다를 거라고 말하고 싶어요. 대중적인 감성이 바탕에 깔려 있지만, 들었을 때 ‘얘네 뭐야?’ 싶을 정도로 진짜 특이하고 재밌는 음악을 선보일 겁니다.”(최규성 작곡가)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현재 5명의 핵심 연습생이 인큐베이팅 과정을 거치고 있으며, 하울만의 색깔을 완성할 ‘마지막 퍼즐’을 찾기 위해 추가 멤버 영입의 문도 열어둔 상태다. 이들은 완벽한 ‘육각형 인재’보다는 한 부분이라도 날카롭게 서 있는 ‘뾰족한 개성’을 가진 연습생을 지향한다.
여러 팀을 운영하며 리스크를 분산하는 대형 기획사 방식 대신, 단 한 팀에 회사의 모든 인적·물적 자원을 쏟아붓는 ‘올인’(All-in) 전략을 택했다. 데뷔 시점은 2027년 하반기를 목표로 잡았지만, 숫자에 얽매여 완성도를 타협할 생각은 없다. “중요한 건 ‘언제’ 나오느냐가 아니라 ‘어떤’ 팀으로 나오느냐”라는 것이 이들의 철학이다. 이는 연습생들을 소모품이 아닌 진정한 동반자로 대우하겠다는 의지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 팀에 모든 역량과 미래를 걸었습니다. 이러한 확신과 몰입에서 나오는 에너지는 차원이 다른 결과물을 만들죠. 아이들을 소모품처럼 대하지 않고, 그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모든 어른이 지켜보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하울의 방식이기도 하고요.”(상승현 부대표)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하울’(HOWL)이라는 사명은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 따왔다. 거창한 의미 부여보다 “어감이 좋고 직관적으로 다가오는 느낌”을 중시하는 최규성 작곡가의 성향이 반영됐다. 상승현 부대표는 “우리는 많은 데이터보다 프로듀서의 직관적인 감각을 더 신뢰한다. 감성이 확실하게 살아있기 때문에 그것이 우리의 차별화된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철학은 “자율 속에서 각자의 최고치를 발휘한다”는 실용주의적 기업 문화로도 이어진다. 각자의 위치에서 최고의 전문성을 발휘한다면 불필요한 간섭은 사치라는 믿음이다.
“지금이 타이밍”이라며 진정성을 무기로 가장 잘하는 것에 집중하겠다는 두 사람. 15년 전부터 이어온 꿈은 이제 ‘하울’이라는 견고한 성 안에서 케이팝 시장을 뒤흔들 커다란 ‘울림’으로 피어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