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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 흥행 바통 잇는 일본 실사 영화, 관건은 '정서의 밀도' [D:영화 뷰]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6.02.15 09:12
수정 2026.02.15 09:24

오쿠야마 요시유키·고레에다 히로카즈, 애니 실사화 도전

2025년 한국 박스오피스에서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약진이 유독 두드러졌다.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이 570만 관객을 동원하며 '주토피아2'에 이어 지난해 전체 박스오피스 2위를 기록했고, '체인소 맨: 레제편' 역시 344만 명을 기록하며 저력을 과시했다. 이는 일본 애니메이션이 더 이상 틈새 장르가 아닌 국내 극장가의 확실한 주류 선택지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는 지표가 됐다.


올해 영화계의 시선은 이러한 애니메이션의 화력이 실사화 작품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한다. 특히 이번 신작들은 실사 영화만이 가질 수 있는 고유한 강점인 정서의 밀도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어, 애니메이션 팬덤을 넘어 일반 관객층까지 흡수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가장 먼저 시험대에 오르는 작품은 오쿠야마 요시유키 감독의 실사판 '초속 5센티미터'다. 이 작품의 흥행을 낙관하는 가장 큰 배경은 원작자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한국 시장에서 다져 놓은 압도적인 브랜드 파워다. 이미 '스즈메의 문단속'(557만 명)과 '너의 이름은.'(381만 명)을 통해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국내에서 신뢰를 쌓았다. 실사판 '초속 5센티미터'는 이미 일본 현지에서 23억 엔(한화 약 217억 원)의 수익을 올리며 상업적 검증까지 마친 상태다.


메가폰을 잡은 오쿠야마 요시유키 감독의 이력도 흥미롭다. 1991년생인 그는 2011년 케논 ‘사진 신세기’ 우수상을 받으며 주목받기 시작한 사진가 출신 크리에이터다. 포카리스웨트의 감각적인 광고 비주얼이나 요네즈 켄시, 호시노 겐 등 톱 아티스트와의 협업을 통해 찰나의 미학을 포착하는 탁월한 감각을 증명해 왔다. 옴니버스 영화 '엣 더 벤치'로 장편 연출의 포문을 열었던 그는 두 번째 장편인 이번 영화에서 사진가 특유의 섬세한 시선으로 스크린을 채운다.


원작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어난 분량 속에 실사만의 오리지널리티를 어떻게 녹여냈을지, 그리고 배우의 미세한 표정과 실제 공간이 만들어내는 감정의 깊이가 원작의 여백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채웠느냐가 관객의 선택을 가를 변수다.


작품은 사진가 출신 감독답게 빛과 계절의 질감을 집요하게 포착하며 영상미를 극대화했고, 토노와 아카리의 내면과 이들이 각자의 선택에 이르기까지의 심리적 과정을 보다 촘촘히 따라가는 데 러닝타임을 할애했다. 실사판은 인물의 그리움과 향수, 망설임, 그리고 미묘하게 어긋나는 타이밍을 현실의 공간 속에서 구체화하며 내면의 무게를 덧칠했다.


또 다른 기대작은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연출을 맡은 '룩 백'이다. 후지모토 타츠키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앞서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어 국내에서 32만 관객을 모으며 작품성과 팬덤을 동시에 입증한 바 있다. 특히 고레에다 감독은 한국 영화 '브로커'를 연출하고 내한 때마다 한국 관객과 깊은 유대감을 보여준, 국내에서 가장 친숙하고 신뢰받는 일본 감독 중 한 명이다.


그는 연출 계기에 대해 “우연히 원작을 접하고 단숨에 읽었다. 이 작품을 그리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원작자의 절실한 각오가 아플 정도로 와닿았다”고 밝힌 바 있다. '걸어도 걸어도', '원더풀 라이프' 등을 통해 남겨진 이들이 상실을 받아들이는 과정과 기억의 무게를 섬세하게 짚어온 고레에다 감독이기에, 두 소녀의 우정과 불가항력적인 이별을 다룬 '룩 백'이 그의 손에서 어떤 실사 영화의 언어로 재탄생했을지 기대가 모인다.


만화적 상상력을 물리적으로 재현하는 데 급급했던 과거의 방식을 뒤로 하고, 외형적 완성도 또한 놓치지 않으면서 인간 내면을 깊숙이 파고드는 연출로 무게 중심을 옮긴 이번 실사화 흐름은 분명 이전과 결이 다르다. 비주얼 구현에서의 세심함 위에 감정의 밀도를 덧입히는 방식이 관객의 공감을 끌어낼 수 있다면, 애니메이션의 기록적인 흥행은 일시적 현상에 머무르지 않고 일본 영화 전반에 대한 신뢰와 관심으로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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